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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Sep 09. 2022

가면증후군에 걸리다-첫날 vs. 10일째 멘탈



첫날에는 그저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기 기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미친 듯이 운이 좋다고도 생각했다. 다들 "***학교에 ***으로 박사 왔습니다."라고 하면 "혹시 서울대? 카이스트?"라고 당연히 생각하거나 무지막지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별생각 없이, 혹은 내 앞이라) 반응해 주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거니와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당연히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날 압박해왔다.



박사과정으로 입학하면 (미리 정해지는 과도 있지만)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도교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9월 말까지 데드라인이라 8월 중순에 입학하면 약 1달 정도의 기간이 있어 나름 충분한 기간이긴 하다. SOP를 쓰면서부터 미리 같이 일하고 싶었던 교수들을 시작으로 부지런히 이메일을 돌렸다. 하나, 둘 미팅이 잡히고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기들의 80%가 이미 교수들과 거의 구두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첫 1년은 앞으로 긴 박사과정 동안 무엇을 연구할지 찾아보고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부분 동기들은 적어도 1년 전에 이미 관련 연구를 시작했거나 교수들 랩실에 소속이 되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절대 동기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


라고 온보딩 첫날 학과 디렉터가 말했지만, 제일 첫날, 첫 시간 내가 하게 된 것이 바로 '동기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조급한 나머지 약간의 연구주제만 겹치는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교수들과 미팅을 잡기 시작했다. 이것의 단점은 명확했다. 내 연구주제를 설명하는데 아예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교수 눈빛에서 흥미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때, 내 멘털도 같이 바사삭 부서져 갔다.


반대의 경우도 멘탈 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연구 주제 키워드만 말했는데도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둘이 죽이 착착 맞을 때다. 그럴 때는 '이 교수가 나를 선택해줄까?' 싶은 안달 감에 멘탈이 부서졌다.


에라, 모르겠다. 쫓겨나지만 않으면 되지 (그..렇겠지?)


결국 교수들과의 미팅은 계속 진행하되 이런저런 소셜 이벤트들을 쫓아다녔다. 다른 학과, 다른 학년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졸업이 임박한 한 선배가 말해줬다.

사실은 다들 그래...
임포스터 신드롬(가면 증후군)이라고 들어봤어?

가면증후군/사기꾼증후군(Imposter Syndrome)

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와 수잔 A. 임스에 의하면 능력을 입증한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특히 경력이 많은 성공한 여성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이다. 높은 성취를 이루었는데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자기 자신을 실력 있는 사람들 사이에 운으로 들어온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 큰 해를 입을 것이라고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대학원 동기들은 뭐든지 척척 해내는 천재 같은데, 자신만 편법이나 운빨을 통해 대학원에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지기 쉬운 것.
-나무 위키-

또한 경쟁적인 분위기인 경우 이러한 불안을 더욱 심하게 느낄 수 있고, "특히 이러한 감정을 공개하지 않고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집단 중 다수가 보편적으로 이러한 감정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가면증후군/사기꾼증후군



한 번에 하나씩 고민하기로 했다. 딱 한 명만 걸려라. 한 명은 걸리겠지. 

그리고 난 모든 구애(?)를 마쳤으니 내 선에서 할 일은 끝났다. 이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던 교수들 중 한 명의 선택이 남았으니, 내가 고민할 일이 아니라 그들이 고민할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내 에너지는 다른 곳에 쏟기로 했다.




<D-20일 후기>

아주 아주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교수가 2명이 생겼다!



유튜브: https://youtube.com/@phdcomic

엘렙툰: https://youtube.com/@el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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