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요즘 너무 춥다. 한국에서도 난방비가 많이 올라 집에서 내복이나 긴 옷들을 입고 지내긴 했지만 왠지 여기가 더 추운 느낌이다.
뉴질랜드에서 어그 부츠는 외출용이 아니라 실내용이었다. 겨울에는 집에서 양털 조끼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는 게 디폴트였다. (밖에서 어그 부츠가 보인다면 그건 집에서 신다 갈아 신기 귀찮아서 그냥 어그 부츠를 질질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뉴질랜드에서 살 때 겨우내 난로를 땠었지만 자는 동안 밤새 불을 켤 순 없으니 잘 때는 전기담요나 물주머니(Water Bottle)를 안고 잤었다.
반대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벽난로를 아예 막아버리고 틀만 남아 있거나 없애버린 집도 많았다. 겨울 온도라고 해봐야 우리나라 초가을 수준이라 낮에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벽난로를 보고 미나리가 좋아할 테니 크리스마스 때나 한번 이벤트성으로 불 붙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여긴 너무 춥다!
미국도 난방비가 많이 올라 벽난로를 한번 켜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장작 한 다발만 사 보았다. 가을이 시작되면 마트마다 땔감을 쌓아 놓고 판매한다. 예전 뉴질랜드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업체에서 트럭채로 나무를 구매해 마당이나 창고 벽 한 면이 가득 차도록 쟁여 놓는다고 한다.
그때는 하얀색으로 된 네모난 파이어 스타터에 불을 붙였었는데 중요한 것은 나무를 쌓는 모양이다. 나무를 잘 쌓고 여기에 불을 붙이면 알아서 잘 타는데 모양을 잘 못 쌓으면 중간에 불이 꺼지기도 한다. 방법은 먼저 바닥을 쌓고 스타터를 가운데 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장작으로 지붕을 덮으면 된다.
(*파이어 스타터 없이 불 붙이려면 연기 마셔가며 토치로 한참 동안 불을 붙여야 장작에 불이 붙는다.)
경복궁 교태전에 보면 이렇게 정원에 굴뚝이 모여 있다. 보통 벽난로로부터 직선으로 쭉 올라가 건물 지붕에 달려 있는 서양식 굴뚝과는 달리 이곳의 굴뚝은 생활하는 건물에서 뚝 떨어진 형태이다. 왜 그럴까?
방 아래에 불을 때면 바닥 통로를 통해 방 전체를 데우고 한곳에 모여 연기가 빠져나가게 디자인되어 있다! 각 방에서 모인 연기들이 바닥을 통해 방을 데우고 땅에 묻은 통로를 통해 같은 곳으로 빠져나가게 한 점은 정말 너무 놀랍도록 멋지다!
그런데 이 정도의 문화유산은 반드시 학교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내가 배울 때는 그냥 온돌의 기본 정도만 슥- 읽고 지나갔다. 이렇게 놀라운 굴뚝 설계를 했었다는 걸 대체 왜 안 가르쳐줬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배우나?
한국에서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 이 굴뚝을 실물로 처음 봤다. 건축가 집안(?)이라 이런 것에 관심이 특히 많은 제이와 함께 설명을 읽으며 한참을 경이로워하다 내가 질문하니,
수능에 안 나오니까
"영어, 수학하기 바쁜데 문화유산을 가르치겠냐.."
라고 제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 온돌에 대한 방식을 잘 모르듯이 내가 아직 벽난로 불로 집 전체 온도를 높이는 방법을 몰라서일 수도 있다. 벽난로를 켜고 천정에 달린 대형 팬을 돌리면 방 하나 정도는 따뜻해진다. 그러나 옆방으로 온기가 옮겨가진 않는다.
혹시 비법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