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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an 04. 2023

한국에서 나이는 '벼슬'이자 '원죄'

40대는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

2023년을 맞으며 지난해를 생각해보니 21년에 마구 뿌려 놓은 씨앗들이 싹을 틔운 해로 느껴지더라고요.

미국 박사과정 시험 준비를 하고 지원서를 쓰는 과정을 2년 전인 21년에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했는지, 다시 하라 그러면 정말 못할 거 같아요.




공부하기 너무 싫었음







작년 8월 미국에 입국해서 이제 한 한 학기 지나 보니 현재 선택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유학을 결심한 이유

늦은 나이, 초등학생 아이도 있는 유부녀가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왜 이런 미친 짓을 했을까.


사람들의 반응: “그 나이에?”            
사람들의 반응: “애는 누가 키우고?”            
앞으로 안 볼 사람들 반응: “애 키워야지, 애엄마가 박사를 뭐할라고.”            




‘이 나이’에 유학 간다고 하니 무모하다며 다 뜯어말리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나이’라서 도전했습니다.


‘애 엄마’가 박사라니 철딱서니 없다고 했지만 ‘애 엄마’라서 공부합니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거든요.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저는 제 일을 너무 사랑했고 일도 곧잘 했고, 몸값도 괜찮았어요.

대부분 3-40대는 하는 일도 익숙해지고 삶도 익숙해져서 안주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저도 그랬죠

이렇게 살다 은퇴를 맞이하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30대를 보냈는데, 40이 가까워 올수록 커리어에 전환이 필요하겠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많은 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45세 이상은 손에 꼽히더라고요. 특히 여성분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뽑을 때는 경력직으로 뽑고 싶어 하고,
몇 년후에 가장 먼저 나가라고 하는 괴상한 구조를 가진 아이러니






그럼 저게 나의 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은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매일 들었어요.







한국에서 나이는 벼슬이자 원죄

한국에서는 무엇을 하건 나이가 가장 중요한 듯해요.

유독 ‘나이는 어디로 먹었냐’, ‘네 나이가 몇인데’, ‘그 나이에 그러면 안 되지’라는 말을 흔히 하죠.


나이대별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연령대에서 하지 않는 선택을 하면 바로 무모하거나 철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손가락질도 해요.





나이대별로 존재하는 숙제 목록:

20대면 대학 갔겠군
30대면 취업했겠군, 결혼은 했나 말았나
40대면 자녀는 있나, 아파트는, 차는 뭔가
50대는 자식 취업과 결혼?




각 나이대별로 '틀'이라도 있어서 

그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사회적 분위기는 다소 압도적이라 모두들 제 살을 깎고 붙여서라도 맞추려고 안간힘이잖아요.

게다가 취업을 하면 이렇게 살아야 하고, 결혼을 했다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하고

획일적으로 살아야 하는 정답이 정해진 거 같아 답답함을 많이 느꼈었어요.



어느새 나의 한계를 정하는 ‘나이’

저는 이 개념을 반항하고 항상 거부해 왔는데도 10년 넘게 듣다 보니 무의식 중에 이 생각이 절 지배했던 거 같아요.



      


박사 과정을 시작한 첫 한 달 동안 제가 가장 스트레스받은 것이 바로 나이, 그리고 제 신분인 ‘애 엄마’와 ‘유부녀’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지나 보니 저 말고는 아무도 제 나이나, 제 신분에 대해 신경 안 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묻지도 않습니다.



미국은 원래 나이순으로 구별하는 개념이 약해서 그런 거 같아요.

1살에서 2살까지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반이 되어 함께 지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애초에 가족이 아닌 남남인데 왜 족보 걱정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도교수님의 이야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연! 육아 스킬 +5 = 시간관리+5, 선택과 집중 +5”










알고 보니 다 늙은 동기들?

물론 아가아가한 동기들도 있죠. 대학 졸업 후 바로 진학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꽤 있어요.




진짜 100세 시대, 그런데 은퇴는 40세라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어요. 게다가 급변하고 있는 사회이죠.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특히 부모세대는 자식세대에 어떤 직업이 없어질지, 새로 생길지 알 수 없죠. 부모가 자식의 특정 직업을 정해주는 것은 자칫하면 오히려 자식의 ‘한계’를 만들고 가능성을 좁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린 자식세대에 무슨 직업이 필요할지 알 수 없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계선 안에서밖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20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로 한평생 먹고사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앞으로 20대에 배운 것은 10년 정도 써먹는 게 다라고 합니다. 즉, 30대부터는 다음 직업을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라는 말이죠.




그래서 40대는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준비해서 유학 왔습니다. 20대에 배운 것들을 저는 운 좋게 39까지 써먹었어요. 40부터는 앞으로 10-20년 써먹을 것들을 쌓으려고 박사를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박사과정은 월급 받는 수습 연구원이라 커리어가 멈춘다기보다 커리어 전환을 한 것에 가깝기도 하고요.









이번생은 망했다고?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다음 생을 살 수 있음.
지금 준비하면 40, 50, 60부터 다음생을 살 수 있음.
10년마다 다음 생 살기도 가능.


꿈 때문에 고민하는 20대 분들께

어차피 20대에 배운 교육은 10년이 유효기간

어차피 20대, 30대 초반에 습득한 기술은 여러분들이 40대가 되면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고, 예측이 불가능해요. 그러니 혹시라도 20대분들은 내가 이 전공을 하면 평생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지 마세요. 해도 소용없으니까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시고 사회 흐름에 주목하시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흐름이 보일 거예요. 중요한 건 대학 4년 만에 공부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직장에 들어가면 거기에 맞춰 또 배우고, 평생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가슴 뛰는 일은 둘째치고 적어도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은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현재 한국사회에서 10대에 자신의 열정을 찾기 힘들잖아요. 그러니 20대에서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열정을 찾는데 주력하고 그것을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럼 나중에 20대에 배운 게 점점 약효가 떨어질 때즈음 다음 스텝을 준비하시면 되는 거예요. 계속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몸값을 올리는 분들, 도태되지 않는 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분들은 평소에도 ‘도전’을 준비하고 계세요. (매번 도전만 한다는 것이 아님)




앞으로 직업은 최소 3개

우린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이야기를 익숙하게 들어왔죠. 평생 직업은 없다.

저도 커리어 전환은 이제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공부는 평생 하는 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탈진할 정도로 공부하는 고3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대학 가면 그거보다 더 해야 하는 데 ㅜㅜ, 직장 들어가려면 또 해야 하고, 승진하려면 또 하고,..)




맺는말

40대는 이제 묘한 나이예요. 예전 같으면 40대야말로 각자의 성과가 꽃을 피우고 삶은 정착되어 흔들리지 않는 나이인데 먹고살기 딱 마지노선인 연령대가 되어 가고 있어요.


어차피 40대의 변화는 필연적이잖아요.

그러니 나이 때문에 변화나 도전이 두려우신 분들은 꼭 용기를 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때에요! 무슨 도전이건, 2023년에는 꼭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다들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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