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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an 05. 2023

미국, 대혹한의 시대 -1

메리 호러 크리스마스










그렇게 관리실에서 보내 준 사람이 와서 보일러에 불을 붙여 보려 애썼지만 실패.

스위치를 누르는 동안은 불이 켜지고 손을 떼면 바로 불이 꺼져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 수리 실패?






민족 대 이동이 있는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설날이라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히터를 더 구하더라도 온수가 전혀 나오지 않으니 보일러 수리까지 장장 5일 이상을 냉골로 살아야 했다.


당장 감기까지 걸린 아이를 데리고 모텔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수리하러 오신 분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발 벗고 알아봐 주셨다.






이번 겨울은 너무 역대급이라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보일러 고장에 수도동파 등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모델하우스 보일러는 꺼진 채로 있었고 결국 얼어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부품으로 우리 보일러를 수리해 주셨다. 그때가 이미 5시가 넘은 상황.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이브 5시에 일을 한다는 것은 공무원, 공공 서비스, 의료진 빼고는 절대 없는 일이라 더 감사했다.
















미국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교향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에 가지 못하고 우리는 예전부터 연휴는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 연일 사고, 눈 속 고립 소식이라 집에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일 저녁부터 너무 추워서인지 히터를 틀어도 틀어도 집안 온도가 올라가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한 방에 모여 전기히터를 켜고 옷을 껴입고 이불을 덮고 지냈는데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온수가 끊겼다.

연휴이지만 건물 관리 응급번호가 있어 전화를 했고 곧 사람이 왔다. 고친 듯 보이더니 다시 꺼졌다.


또 전화했더니 무슨 고물 컴퓨터 마냥 껐다가 한 시간 있다 켜보라길래 전화기 인터셉트. 가스 냄새나는데 정상이야?라고 했더니 바로 사람을 보내줬다. 이번에는 숙련되어 보이는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


"지붕의 구멍으로 너무 강한 바람과 냉기가 들어와 계속 보일러를 꺼버리고 그 과정에서 퓨즈가 나간 거 같네.."


오전부터 5:40분까지 부품 찾아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우리 집에 4-5번을 들락거리며 보일러를 마침내 고쳐줬다. 한참을 가스 누수는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하고를 반복해줬다. 이미 일반 근무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도로 상황도 안 좋아 집에서도 왜 안 오냐고 독촉 전화가 계속 울렸다.


집에 뭐가 없어서 고민하다 누구 주려고 챙겨놓은 초콜릿 한 봉지를 쥐여줬다. 마음 같아선 애플파이도 뭉텅 잘라 주고 싶었는데 이건 좀 오버인가... 싶어 참았다. 덕분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 와중에 옆 동에 사는 마케도니아 이웃은 보일러 수리될 때까지 계속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연락이 왔다. 그 집에 손님도 있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미나리가 기침을 해서.라고 했더니 집에 담요를 들고 찾아왔다.


"나 정말 진지해. 미나리가 기침하건 열이 나건 괜찮아. 우리 집에 와 있어."


이 시국에 반대의 상황에서 나라면 덥석 온 가족 와 있으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 히터가 고장 났을 땐 하필 다 쉴 때.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이런 일이 생겨 오히려 따스한 온정을 느꼈다.

정말 고마운 이웃과 커뮤니티를 겪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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