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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May 13. 2020

미국에서 신혼집 구하기

월세구하기

신혼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나파밸리(와이너리로 유명한 곳)를 다녀왔다. 그 후 지인의 집에 빈 방을 하나 빌려 짐을 풀었다. 그야말로 여행가방 몇 개에 전기 꽂는 신혼 살림이라곤 제이가 쓰던 컴퓨터와 책상 스탠드가 전부였기 때문에 방 하나도 충분한 시작이었다.


바로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한국의 여느 부부들처럼 대출을 '영끌'해다 집을 사는 경우는 미국에서는 흔치 않기에 당연히 우리도 월세를 알아보았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외국에 전세는 없다.)


한국과는 달리 집주인 직접 세입자를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집은 당연히 경쟁이 치열하다. 굉장히 마음에 쏙 들었던 집이 있었는데 최종 2인 후보까지 올라갔다 떨어졌다.


예비 집주인은 우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커플 중 남자가 배터랑(Vateran, 재향군인)이에요. 군인에겐 우린 모두 감사하고 당연히 우대해 줘야잖아요. 이해하시죠?"

"그렇구나, 그런데 제이도..."


제이도 장교 출신이라고 말하려는데 제이가 입을 틀어 막았다. 절대 안된다고 옆에서 난리다. 왜? 한국에서 대부분의 남자는 군인 출신이지만 그게 뭐? 내 입장에서는 미국인 군인이 감사를 받는다면 당연히 한국인 군인도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대다수가 가는 것과 소수가 가는 것은 그 가치와 아무 상관없는데.


전화를 끊고 제이에게 따지자 제이가 말했다.

"그 사람은 진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란 말이야."

"뭐, 너도 전쟁 중 휴전 상태에 참여한 군인이잖아."

"됐어, 다른 후보에 더 좋은 집도 있는데 뭘."


제이는 포기가 깔끔한 편이고 난 될 때까지 질척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곧 수긍했다. 다른 후보 중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처음 만난 날, 나는 갖은 애교를 다 떨었다.

"OMG, 집이 너---무 예뻐요. 가구들도 특이한데 맞춘건가요?"

"제가 목수 출신이라 몇 년에 걸쳐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어요."

"어쩐지~ 집이 독특하면서 정이 느껴지더라구요. 완전 한눈에 반했는데 그런 사연을 들으니 더 사랑에 빠진것 같아요."


우리 당첨!


IKEA 조립 2시간 후 손가락을 느낄 수 가 없다


여자는 공구빨. 여자분들 집에 다들 공구함정도는 있잖아요?





양가 부모님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번에 몸만 쏙 들어가는 신혼살림도 갖출 수 없었고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모양새나 삐까뻔쩍한 신형 가전더 없었다.


자잘한 것들은 지인들에게 선물받은 것들로 채웠다. 둘 다 오랜 자취와 유학생활을 해서 애착이 가는 물건은 그대로 사용했다. 취향에 맞는 물건을 예산에 맞게 사기 위해서 중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동네와 그곳에서 알던 지인들은 대부분 우리보다는 낫지만 비슷하게 결혼했고 지금도 그런것들을 초월한 상당히 '히피'스러운 사람들이라 아마도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UC 버클리 대학 근처는 히피 문화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하단 링크 참조)


물론 위한다면서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냉장고는 신혼인데 삼성이나 LG로 해야지." 

"스타일러는 요즘 필수 혼수야"

"청소기는 다이슨으로 다들 사던데." 

"혼수를 누가 중고로 하니?"

등등


뭐 이런 이야기를 매번 듣는다면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상처받는 말들도 있었고 아끼는 물건을 향한 비판에는 낯이 뜨겁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도 자세히 보니 그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지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잘한 것은 휘둘리지 않고 그들 눈에 차기 위해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김숙캭퉤



사진 출처 및 관련기사: This Is The Most Hippie Town Near San Francisco And You Need To Vi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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