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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Oct 13. 2020

외국에서 생긴 나의 첫 부캐

나와 나의 부캐. 나의 이름은

이름이 불리지 않으니 존재감마저 희미해져 갔다


처음 몇 번 별 희안하게 나의 이름을 읽고는 남의 이름을 잘못 발음 한다는 것을 굉장한 실례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나중에는 아예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교수들도 나를 모르고 나를 불러주는 친구들도 극소수의 한국인들 뿐이었다.

내 자아가 생기기 전 주어진 이름과 내가 만든 이름


단순하게 영어이름이 아니라 본캐와 부캐로 나뉘어진 기분이었다.

본캐의 이름은 평생 불리어지면서 그 이름에 어울리는 내가 되어갔다면

내가 지은 이름은 내가 어떻게 불리기를, 어떻게 기억되기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붙인 부캐의 이름.





그동안 참여율이 저조했던 나를 고려해서인지 교수들은 신나게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학기가 끝날무렵에는 참여도 점수가 빵빵했다.





간혹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거부감에, 한국인이 외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개는 쑥스러워서 대개는 한국인의 것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름의 본질은 '나'를 부르기 위한 것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를 배울때 그 나라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속에 섞여보면 확실히 다른 깊이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그려려면 꼭 영어 이름처럼 그 나라 이름이 아니더라도 불리기 쉬운 별명이 하나 있으면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 쉬운것이 사실이다.





같은 반 친구 '고서은'은 영어식으로 하면 '서은 고'가 된다. 

쉬울것같은 이 이름을 전부 발음하기 어려워했다.

'씨애--응꼬'가 그나마 가장 비슷하게 이 친구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점점 이 친구의 이름은 그 발음이 변질되어 갔고 이미 '서은 고'와 전혀 판이한 이름이 마치 본명처럼 굳어가고 있었다. 다들 친구를 '쒜애움'이라고 불렀다. 

본명이지만 본명이 아닌 상황.










이렇게 나의 본캐와 다른 부캐 '엘리'가 탄생했다.

엘리는 발표도 거리낌없이 하고 (어쩔수 없이 많이 지명되었으므로) 부족한 영어로도 부끄럼없이 친구들과 잘만 수다를 떨며 (외국인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으므로) 왁자지껄한 곳을 좋아한다.



'작가'인 나의 부캐명 '엘레브 Ellev'는 유학당시 친구들이 부르던 내 이름 '엘 Elle'에 'V'를 붙여 탄생되었다.

(엘리 Ellie, 엘르 Elle 등이 모두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였다.)


회사에서만 보여지는 나의 직장인 부캐.

엄마로서의 부캐.

그리고 나의 본질이면서 요즘 가장 아리송한 본캐.


아바타로 치면 기본템만 두른 헐벗은 모습이 바로 나의 본캐일 것이다.

요즘엔 누구나 제2의 이름이 있다.

역할에 따른 OO엄마, OO아빠, 회사 직책 및 직함, 혹은 SNS 아이디까지.


이 본캐와 부캐의 역할 분담과 분리가 요즘 나의 관건이다.

부캐 관리는 쉽다. 역할과 활동영역에 따라 확실하게 나뉘어지니까.

본캐가 가장 어렵다. 따로 역할도 없고 활동영역도 모호하다. 그리고 요즘 가장 왔다갔다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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