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돌보기

자존감을 지키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 이상은, ‘언젠가는’

엄마, 그리고 나로 산다는 것


운전 중 라디오에서 이상은의 ‘언젠가는’이 흘러나왔습니다. 1993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그때의 나와 우리를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바로 그 시절의 소년 소녀였음을, 그 시절의 사랑과 젊음이 지금의 부모인 우리를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1990년대쯤에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지금의 우리 자녀들과 세대를 나누고 있는 셈이겠지요. 그 시절엔 젊음을 몰랐고, 사랑은 가득했지만 사랑인 줄 몰랐습니다.


이제는 부모가 되었고, 또 하나의 인생 여정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자녀의 삶도, 부모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도, 어쩐지 우리 안에는 여전히 결핍이 존재합니다. 그 결핍은 때때로 ‘나’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자녀의 수험 생활을 서포트하는 책임자의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내 감정과 욕구는 뒤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가족이 행복하려면
엄마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글이 있었는데,
엄마 자신을 챙기려면
요즘 엄마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나
감정을 다루는 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어느 독자의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많은 엄마들이이 시대의 가족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고 싶은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가족 안의 나를 발견하기


가정의 중심은 누구일까요? 가정마다 고유의 문화와 가풍이 있으며, 중심인물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의 지능은 엄마를 닮는다.”, “가정의 중심은 엄마다.”, “가족이 행복하려면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 등의 말이 너무 흔하게 들려 마치 정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것은 엄마의 지능 때문이고,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가족이 불행한 것도 엄마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결국 모든 책임이 엄마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사실로 받아들이면 엄마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한 보도에서는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부담의 71%를 엄마가 짊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신적 부담의 내용으로는 가족의 식사 계획 및 준비, 활동 일정 조율, 가계 재정 관리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녀 문제는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기대에 못 미치면 죄책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감정은 억눌려 몸과 마음은 병들게 됩니다.


부모이기 전에 나로 살기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은 때로는 찬란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삶 안에 ‘나’가 없다면, 언젠가는 삶이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공이 나의 전부가 되거나, 남편과 아이의 리듬에 나를 맞추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지고 맙니다.


이때, 혹시 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진정한 나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궁금해 해야 합니다. 이 질문은 감정을 돌보는 첫걸음입니다. 부모로서의 나는 지금 충분히 애쓰고 있고, 이제는 나 자신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진정한 ‘나’로 살고 있는가?

나를 잃어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미해결된 감정의 축적은 결코 지혜로운 성숙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중년 이후 감정 조절이 어려워 눈물이 많아진 부모를 흔히 ‘갱년기’라 부릅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여성은 40~50대, 남성은 30대 후반부터 성호르몬 감소로 여러 증상을 겪게 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성숙은 나를 잃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영광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변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변하고, 결혼을 해서 변하고, 출산과 육아로 변하고, 수험생 부모가 되어 변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너무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때 상실과 변화는 다른 내용입니다. 20~30대의 푸르른 청춘도, 그때의 ‘리즈 시절’도 더 이상 없으며, 이제는 중년의 새로운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만나는 일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감정을 돌보는 작은 실천들


엄마 자신을 챙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금부터 감정을 돌보는 실천들을 알아보고 연습을 통해서 실천하기를 제안해 봅니다.


첫 번째, 감정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 지쳤다’, ‘나는 오늘 외로웠다’, ‘나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등 오늘 하루 나의 감정을 한 문장으로 기록해 보세요.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글로 기록하며 내 감정의 이름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세요.


두 번째,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녹음 일기를 써보세요.


“25년 7월 31일, 오늘도 최고 기온은 35도로 무더운 날이었다. 이러다가 녹을 것 같다”. 나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내 목소리를 통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연습은 조금은 자신 있게 나의 감정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나에게 편지를 쓰세요.


나를 위로하는 글을 쓰거나, 오늘 수고한 나를 위해 칭찬하는 글도 좋습니다. 연애편지를 쓰듯 나에게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말을 건네다 보면 존재 자체로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서전적 글쓰기입니다.


‘내가 태어난 날’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날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반드시 사실일 필요는 없습니다. 욕구와 바람, 감정, 신념, 목표, 이유 등 자신만의 이야기와 소망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진실이어도 좋고 상상이어도 좋습니다. 삶의 이야기를 수놓듯 한 글자씩 써 내려갑니다.


나는 1980년 1월 1일 1시에 태어났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고,
마을 곳곳에는 하얗고 예쁜 눈이 반짝였다.


갓 태어난 나는 그날의 기억은 없지만, 그런 날에 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고귀한 발견이자 삶의 숭고함을 만나는 것이며, 모든 것이 자신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자, 지금 한 걸음부터 내디뎌 보실까요?

우리들의 고귀한 시간, 오늘부터 1일입니다.



코칭맘 56 | 엄마표 감정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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