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등대가 되어주세요.
타는 듯한 여름을 보내는 동안, 영원히 여름이 계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심지어 “겨울이 존재하긴 했었나?” 싶을 만큼 뜨겁고 치열한 계절이었지요.
그러나 그 여름이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 준 덕에 우리는 무사히 가을을 만나고, 또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을 참 좋아합니다.
겨울에 태어나서이기도 하고, 흰 눈이 참 좋습니다.
다음 생에는 눈으로 태어나야지 했습니다. 여러분도 무언가를 끔찍하게 좋아해 본 적이 있지요?
그 ‘좋아함’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저는 열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을 끈기 있게 지속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지나게 되면 어느 날 ‘몰입’이라는 경험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몰입안에서 무아지경의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지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비로소 그것은 높은 자존감이 되어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속 숨겨진 깊은 마음
요즘 아이들은 매우 똑똑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결핍되어 있었을까요?
특히 대학에서 만나는 20대 청년들은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길을 잃은 어린아이 같기만 합니다. 그들의 호소는 한결같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요
이들에게 자존감에 대하여 물어보곤 하는데 자존감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그들에게 타인들은 큰 관심 없이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라는 말을 쉽게 하고 무책임하게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럴수록 연약하고 어린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등대도 없이 부유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른다는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른들이 아이였을 때 그렇게 자랐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가슴속에 숨겨진 깊은 마음이 있지요. 우리 자녀들은 자신 있게 자신의 진짜의 모습으로 건강하게 표현하고,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며,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존재의 감각을 만나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너무 흔하게 말하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자존감이라는 의미를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아이의 자존감, 엄마의 자존감, 어른의 자존감, 직장인의 자존감 등, 온갖 책과 강의가 넘쳐나지만 정작 “어떻게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서 아무것도 못 해요
자존감을 높여야 해요
등의 말들은 너무도 익숙하지만, 정작 자존감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는 감정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드물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내뱉게 되는 그 익숙한 자존감(自尊感, self-esteem)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감정’을 뜻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자존감은 단순한 감정보다 훨씬 복합적입니다. 그것은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 현실 인식과 목표 달성의 경험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삶의 감각이자 태도입니다.
자신감 : 행동의 출발점
자신감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긍정이 아니라, 작은 행동을 통해 검증된 믿음이어야 합니다.
오늘은 10분만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보자
이런 작은 시도 속에서 아이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습니다. 이때 부모의 역할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일입니다.
열 문제 중 세 문제밖에 못 풀었네,
보다 10분 동안 집중했구나, 대단하구나.
라는 말이 훨씬 큰 힘이 됩니다.
이런 피드백은 아이의 자신감을 지켜주는 심리적 안전망이 됩니다.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과 격려는 다시 행동하게 합니다.
그 행동이 여러 번 반복적으로 쌓이게 되면 아이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그 후 자신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자기 효능감 : ‘하면 된다’는 내면의 확신
앞서 말했던 긍정적 자신감이 높아진 후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다음 단계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스스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Albert Bandura , 1925년 12월 4일 - 2021년 7월 26일)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네 가지 요인을 제시했습니다.
직접적인 성공 경험
타인의 성공을 모델링하는 경험
주변의 격려와 지지
정서적 안정감
-알버트반두라-
아이의 자기 효능감은 단지 “성공했을 때의 기쁨”보다,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에서 활성화됩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위에 네 가지 요인은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부모는 좋은 모델이 되어 주며, 자녀 자신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게 된다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효능감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주제와 분수 알기 : 현실을 바라보는 균형 감각
자기 효능감이 길러졌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은 SNS 속 완벽한 타인의 삶을 보며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비교의 끝은 자신을 파괴하는 생각과 행동을 초래합니다.
이때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방향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다른 격려의 말로 표현한다면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
라고하고 싶습니다.
‘주제와 분수를 안다’는 말은 자신을 낮추는 표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보는 지혜로운 인식이며 성장의 출발점입니다.
나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갈 것이다
라는 태도가 바로 건강한 자존감의 밑바탕이 됩니다.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 실패를 최소화하는 전략
자존감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목표 설정입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지나친 목표는 효능감을 무너트리고, 반면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목표는 성장과 발전에 방해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할게요
보다는
오늘은 문제집 5쪽만 풀게요.
가 훨씬 실질적입니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일수록 아이는 성취감을 자주 느끼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목표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도록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
높은 목표는 실패감을, 너무 쉬운 목표는 성장 자극을 잃게 합니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자기 확신을 키워갈 때,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깊어집니다.
작은 실천과 성공 경험 – 자존감의 뿌리
자존감은 거창한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성공의 누적에서 비롯됩니다.
하루 한 가지라도 “오늘 잘한 일”을 돌아보게 해 주세요.
오늘 친구에게 먼저 인사했어
끝까지 숙제를 해냈어
작고 구체적인 행동이 쌓일 때, 아이는 스스로를 신뢰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믿음은 바로 이런 작은 경험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 믿음이 바로 자존감의 뿌리입니다.
자존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경험 속에서, 부모 및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반복되는 시도와 인정,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 안에서 쌓여갑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일입니다.
설령 좌절하여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실패 속에서도 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발판과 배경이 되어
자신을 온전히 믿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가장 큰 힘입니다. 이를 훈련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힘이 되어주세요.
오늘 하루, 자녀가 스스로 “나도 해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경험 하나를 선물해 보세요.
그 경험은 자존감의 씨앗이 되어 아이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자라고 조용히 피어나 단단히 뿌리내릴 것입니다.
친애하는 부모님께.
비판보다 격려를, 비교보다 신뢰를,
결과보다 과정을 함께 해주세요.
자녀가 아직은 작고 서툴더라도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 힘을 믿어주는 당신의 눈빛이,
아이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자녀와 함께
고군분투하시는 좋은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2025년 겨울호를 끝으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로이 다가온 2026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