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길 잃은 마지막날

설산에서 잃은 비겔란 공원

by ELLGGOM




오슬로의 금요일은 분주하면서 여유로웠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트램을 타고 지나다니며 보았던 넓은 창 안에 불을 켜고 일하던 대부분의 사무실들은 불이 꺼진 곳들이 많았다. 정류장에는 사람들로 부쩍 붐볐다. 어제, 그러니깐 목요일 저녁부터 건물 곳곳에는 끼리끼리 모여 와인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다. 아마도 목요일 늦은 오후부터 오슬로 사람들은 주말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오슬로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비겔른 조각공원으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숙소 호스트에게도 잘 지내고 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침은 집 앞 쿠키 맛집이었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토스트와 핫초코를 먹었다.


IMG_4680.JPG



래은이와 이은이는 마지막 비요르비카 공원 놀이터에서 눈과 엘리베이터 같은 놀이기구를 아침부터 즐겼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짐과 오슬로에서 조금씩 쇼핑한 물건들이 꽤나 늘어 짐이 만만치 않아 DFDS 터미널에 먼저 짐을 두고 이동하기로 했다.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던 비요르비카 지역을 이어주는 다리를 건너며 눈 덮인 철도를 보고 다시 한번 설국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피요르드를 본 것도 아닌, 도심 한복판의 철길 건너 다리에서 말이다.


코 끝과 두 뺨으로 스치는 매일의 찬 기운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너무 좋은 기분으로 남아있다. 걷다가 문득 든 생각이었지만 거리에, 그리고 주변에 온통 눈이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춥고 이동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어 오슬로 구경을 잘할 수 있었던 건 눈 때문이 아니었나 싶었다.



IMG_4692.JPG
IMG_4693.JPG
IMG_4686.JPG


페리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티켓팅을 한 후 다시 비겔른 조각공원으로 출발했다. 오슬로 도심에서 약간 외곽지역이라 빨리 움직여야 했다. 터미널에서는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비겔란 공원으로 걸어갈 수 있는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구글맵을 믿고 길을 찾아갔는데 이때부터 뭔가 잘못됨을 느꼈던 것 같다. 공원을 찾아가는 길은 부유해 보이는 주택들이 즐비한 지역이었다. 산꼭대기 위치한 빌게른 조각공원은 단체 관광에서는 보통 관광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우리는 구글맵을 믿고 걸어 올라갔다. 끝없이 눈이 쌓인 집과 산이 펼쳐졌다. 초등학교 같은 넓은 학교도 구경했다. 비겔른 공원의 중인의 모노리탄은 계속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간의 압박과 구글맵을 너무 믿은 나 때문에 비겔른 조각공원에 가지 못했다.


IMG_4706.JPG
IMG_4711.JPG
IMG_4713.JPG
IMG_4714.JPG


추운 겨울 1시간을 넘게 걷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 다시 산길을 내려와 빌리지가 형성되어 있는 주택가를 따라 쭈욱 내려오니 우리가 버스를 타고 내렸던 길가가 보였다. 배가 고파 허기를 달래려 식당을 찾다가 이탈리안 미남이 하는 브런치가게에 들어갔다. 지금 사진첩을 보면 음식사진은 없고 다 먹은 접시 사진만 있을 정도로 너무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는데 토마토수프와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너무 맛있었다. 아이들도 너무 잘 먹어서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미니피자를 추가해서 먹었다. 우리가 너무 잘 먹었는지 카페라테를 서비스로 한잔 주셨다. 이탈리아 사람이라 처음엔 인상이 좀 강해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친절한 아저씨였다.


IMG_4762.JPG
IMG_4763.JPG
IMG_4769.JPG
IMG_4766.JPG


IMG_4778.JPG
IMG_4779.JPG
IMG_4780.JPG
IMG_4781.JPG


점심을 먹고 페리 터미널로 출발하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버스를 타고 페리 정류장에 점점 다가가니 DFDS 패리가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오후 3시에 출발하는 페리를 탑승했다. 10년 전 탔었던 실야라인보다는 감흥이 덜 했지만 또 오슬로에서 출발하는 페리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객실은 벙커 스타일로 침대를 접었다 펼칠 수 있는 구조였다. 하룻밤 호텔 숙박비와 비슷했었던 것 같다. 4인 가족이 지내기엔 크진 않았지만 충분했다. 페리 1박 여행은 이동과 숙소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면세점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IMG_4782.JPG
IMG_4784.JPG
IMG_4788.JPG
IMG_4793.JPG


북유럽 사람들은 술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곳도 있고 보통 시내나 슈퍼에서 구매하면 저렴하지 않고 한 번에 많이 살 수도 없다. 그래서 페리를 이용해서 술을 싸게 구매하여 쟁여놓는다고 한다. 우리는 계절 때문인지 페리에서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연말이라 파티나 헌팅?을 목적으로 탄 젊은 현지 사람들과 주류 구매 겸 코펜하겐으로 하루 넘어가는 사람들로 매우 붐볐다. 연말시즌이라 사람들도 많았다. 페리 곳곳을 구경하고 다니다 래은이가 멀미를 심하게 했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힘든 하루였을 텐데 그래도 많은 짜증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미안했다.







keyword
이전 09화#9_아스트루프 펀리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