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새 다이어리 첫 장에 한 해에 대한 각오나 목표 따위를 적어 넣는 것, 이번 해에는 '꼭 이렇게 살자'며 자기 다짐을 또박또박 새겨 넣는 것. 그런 일 말이다.
어차피 2024와 1, 2 같은 숫자를 가려놓고 보면 그저 자고 일어난 다음 날에 불과하다. 후회스러워도 더 이상 어제가 아니다. 새롭게 주어진 하루일 뿐.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상황이 생기고 어떤 마음이 들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 아침의 그 다짐과 결의에 찬 각오가 언제, 어느 순간 물에 젖은 휴지처럼 젖어 녹아들지 모른다. 내일 내 눈이 떠지면 나는 또 그렇게 하루를 부여받는다. 어떻게 보면 주어진 삶은 상당히 수동적이다. 이다음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 채 주어지는 대로 하루하루 더듬더듬 더듬어 나아갈 뿐이다.
지금 이 생각이 타인의 눈에 좀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으로 보일까?
그렇다면, 새해부터 나는 왜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생각의 흐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떠 본다.
내가 좀 지쳤나 보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사사건건,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글 한 줄, 그림 한 장에도 멈춰 서서 의미를 찾아야 비소로 살아갈 희망이 있었던 나날들.
그러다 이제 더 이상 의미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의미를 찾으며 희망의 끈을 붙잡지 않아도 괜찮아졌나 보다. 한마디로 불안의 늪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영향도 클 것이다.
그래서 나름의 용기가 생긴 것일까?
올해는 나를 지탱하기 위해, 나를 끌어내기 위해 여기저기 걸쳐놓았던 네트워크를 잠시 차단, 조용히 쉬고 싶어졌다. 혼자라도 괜찮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고 의존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을 것 같다. 혼자 한번 뚜벅뚜벅 가고, 쉬고 싶을 때 쉬고. 그렇게 잘 살아보고 싶다. 아니, 그렇다고 아주 혼자는 아니다.
나에게는 이제 가슴으로 느껴지는 내 편! 매 순간을 함께 동행할 새로운 동반자가 생겼다. 바로 내 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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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내 안의 나를 만났다. 50년 만에, 이제야.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제부터 두 배로 진하게 나와의 교류를 이어갈 생각이다.
내가 불안할 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 이겨내고 잘 헤쳐나갈 수 있음을 내 안의 나는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응원하며 내 편이 되어줄 것이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실은 괜찮지 않을까 봐, 들키고 싶지 않은 두려운 마음을 내 안의 나에게 다시 한번 슬며시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