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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Ellie Feb 17. 2021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들

결혼학 개론


결혼 생활이 주는 파도를 잘 견디며 지나온 발자취,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인 내 결혼 생활에 대해 토닥 토닥 칭찬과 격려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물론 함께한 나의 배우자에게도..


요즘 세대의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개인 라이프와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 결혼 생활이 내게 맞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결혼을 앞 둔 미혼 또는 결혼을 고려하고 있는 배우자가 있다면 한 번쯤은 추천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난 14년의 시간이 만들어 준 결혼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가끔 남편에게 농담으로 다시 결혼해도 나랑 결혼할꺼야? 라고 물어보면 그 간의 에너지와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남편의 생각에 어느 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넘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내 나이 30에 결혼을 했으니 30년의 시간동안 전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Happily ever after는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간혹 주변에 안 싸우는 사람도 더러 보긴 했다. 우리 부부 또한 같은 공간을 쓰고, 삶의 가치관을 조율해 나가고, 함께 살아가는 규칙들을 정해나가면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아이도 태어나고 정말 다이나믹한 신혼을 보냈다. 금방 싸우다가도 등만 대면 잠이 드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Marrigeology'의 저자 벨린다 루스콤은 싸움에 있어서 수면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을 언급하고 있다.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혼 전 매력적으로 보이던 그의 경제 관념까지 나의 발목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너무 달라서 살면서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남편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오 마이 갓!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끝에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닌, 살기 위해서, 소모적인 싸움은 이제 그만 둬야 겠다고 마음 먹기 시작하면서 나와 다른 남편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하게 되었고 결혼 생활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알콩 달콩 사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 이상적인 남편과 같은 남편이 채워주지 못하는 정형화 된 환상들은 모조리 내다 버리고 내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만을 바라보고 사랑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발상의 전환이 내 결혼 생활의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상대방이 가진 장점들을 기록하고 자주 표현하는 것은 결혼 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워커홀릭 남편이지만 주어진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충실한 남편을 늘 응원하고 격려한다. 나름 응원과 격려를 한답시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로 보내고 있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아빠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늘 당부한다. 워킹맘으로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육아를 시부모님이 상당 부분 도와주셨던 터라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고단함도 살짝 비켜갈 수 있었다. 둘 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찌보면 하늘에 별따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개봉작이 나오면 함께 챙겨보고 퇴근 후 둘 만의 저녁 식사를 하곤 했다.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해서 대화를 나누던 그 시간들은 우리 부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결혼 10년 차가 넘어가다보니 힘들고 고단한 하루 끝에 귀가하는 남편의 두 어깨가 너무나도 안쓰럽고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써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혹여 결혼 생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시간들을 조금은 견뎌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전히 나의 결혼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에 놓여있다. 항구한 결속, 백년해로란 말은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 내 결혼 생활을 이루는 텃밭도, 항상 물을 주고, 애정으로 보살피고,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나 또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해야지만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팀웍을 발휘해서 슬기롭게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4년의 결혼생활이 주는 깨달음 또한 값지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배우자의 문제들로 더 이상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는다. 내 결혼 생활에 대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결혼 생활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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