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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19. 2022

[뮤지컬/쇼맨] 그걸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쇼맨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을 ,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번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찾아보니 호후기와 불호후기가 섞여 있어 나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혹시 모를 스포에 대비해 흐린 눈으로 쓱쓱 봤기에 정확하게 보지는 않았다).



직접 보고 나니 불호인 사람들도 이해 갔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이 조금 클리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독재자 대역 배우 괜찮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므로 미화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결국 판단은 각자가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관극 전에 우연히 본 윤나무 배우의 짧은 영상이 떠올랐다. 관극 후엔 무슨 의미인지 너무 와닿았고, 배우들의 진심이 잘 느껴졌다.  



제가 맡은 역할에 필요 없는 연민을 갖지 말자는 것. 저는 이 캐릭터를 선역과 악역으로 나누지 않고, 그 순간에 집중해서 어떤 한 인물을 담고 싶다. 보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맞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 어떻게 느끼는 가는 관객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나는 남자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며 5·18 공수부대가 생각났다. 대학 시절 한 학기 동안 인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동아리에 가입했던 가장 큰 이유는 5·18 광주역사기행에 가고 싶어서였다. 행사 참석 직전 모임에 관련 책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목포가 고향이라 간접적으로나마 조금은 부모님께 당시 상황을 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동아리원은 자신의 학창 시절 체육 선생님이 공수부대 출신이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선생님은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후에는 세월호 잠수부 봉사도 하시는 등 국민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항상 도움을 주신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나는 공수부대의 입장에선 생각해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던 시간이었기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극 중 "우린 일개 공무원입니다.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판단하는 건 우리 몫이 아니에요."라는 말이 나오듯이 당시 군인 중에서도 나라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 때문에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는 시민에게는 후에 무슨 일을 해도 용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딜레마다. 어떻게 보면 결국 합리화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삶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공범인 걸까? 그 상황에서 소신을 지키며 돌아섰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죽음에 맞설 만큼의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그렇다고 미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는 내가 떳떳하면 된다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떳떳하다"의 사전적 의미인 굽힐 것이 없이 당당한 모습도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손가락질받을 행동이라 말해도 누군가에겐 충분히 떳떳한 모습일 수 있다. 결국 본인 기준으로 자신을 떳떳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지만, 그것 또한 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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