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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19. 2022

[전시/게티이미지 사진전] 연대의 연대기



"게티이미지"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은 있어도 게티이미지의 사진을 보면 누구든 알 거라 생각한다. 가령 아인슈타인이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사진, 6·25 전쟁 중 어린 소녀가 아기를 업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게티이미지는 1995년 창립되어 이미지와 영상 매체로 인류의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다. 오래전 역사적인 사진을 보관해 두기도 하고, 게티이미지에 소속된 기자나 사진작가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시대를 기록한다.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는 5개의 섹션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섹션 2 현대 르포의 세계, 섹션 4 연대의 연대기가 기억에 남는다.


"르포르타주"야 말로 참 언론인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르포르타주란 방송ㆍ신문ㆍ잡지 따위에서, 현지 보고나 보고 기사를 이르는 말이다.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더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죽음이 도사리는 장소에서 참혹한 현실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또한, 전쟁이 끝났어도 지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전쟁을 시작하고 끝내는 사람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게 비극이었다.


연대의 연대기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발생한 같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소개한다. 평소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순환론 입장에 동의하는 편이라 더 흥미로웠다. 밝은 느낌의 사진은 거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어느 시대에서도 보편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



특히 21세기에 팬데믹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이번 사진전에서 주력으로 미는 사진 몇 가지 중 남녀가 마스크를 낀 채 키스하는 사진이 있다. 이제 오히려 마스크가 없으면 어색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래서 처음 이 사진을 보고 최근에 과거 느낌을 살려 찍은 사진인가 했는데, 1937년에 독감이 유행할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이제는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일이 이렇게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항상 결국엔 어떻게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갔고, 지금은 더 빠르게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여기서 배우고 얻은 게 있다면 다음엔 꼭 되풀이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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