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6)
시작의 대지로 다시 내려왔더니 쌍둥이산이 어디에 있었는지…방향을 알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간의 신전 탑에서 망원경으로 핀이라도 꽂을 걸 그랬다. 하지만 그 땐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산이 어느 방향으로 보일지 알아보려고 이리저리 대지를 헤매기만 했다. 사방에 깔린 몬스터들을 피하면서...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동안 날은 다시 어두워져, 바람 소리가 강해지고 주변이 고요해졌다. 풀숲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니 반딧불이들이 깜박거리다 흩어졌다. 멀리 돌산이 보이기에, 혹시 산으로 올라가면 보일까 싶어 내달렸지만 - 이내 몬스터들이 켜둔 모닥불을 발견하고 멈추었다.
해골 모양으로 보이는 바위 안엔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있을까? 쓸데 없는 전투는 피하고 싶었다. 시커 스톤의 지도를 펼쳐봐도,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좀 더 가면 시작의 대지 끝이었지만,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아 돌아섰다.
돌아서니 다시 정령의 숲이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킁킁...'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 위에 보코블린 한 마리가 코를 킁킁대며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주변이 어두워 다른 쪽은 잘 보이지 않았기에, 망원경을 켰다. 앗! 망원경으로 보니 보랏빛이 새어나오는 상자가 보였다. 저 상자는 뭐지? 뭔가 중요한 게 들어있는 게 틀림없어...
망원경으로 주변을 더 둘러보니 망을 보고 있는 한 놈을 제외하면 모두 자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일단 활쏘는 녀석부터 제거하면 일이 쉬워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숨을 죽이고 주변 나무위로 살금살금 올라갔다. 나뭇잎이 무성해서 망을 보는 보초를 겨누기는 어려웠지만, 최대한 집중해서 활을 쏘았다. 휙 날아간 화살은 보초의 머리에 명중했다. 쾌재를 부르며 나무에서 내려온 나는, 잠들어 있는 몬스터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은밀 야채구이'를 먹었다. 은밀 야채구이는 돌아다니다 얻은 '은밀초'를 가지고 한번 요리해 본 것인데, 이 음식을 먹으면 나의 발소리가 작아져 잘 들키지 않게 된다. 이것도 은밀초를 보자 기억난 것이다.
꿀꺽 야채구이를 삼키고, 아까 적을 처치한 전망대로 다가가 전리품을 챙기는데 - 은밀 요리를 먹은 것이 큰 효과가 없었는지 자고 있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망했다... 한 놈만 깬 것도 아니고 여럿이 동시에 일어나 무기를 챙기니 확실히 들킨 셈이 되었다. 이쯤 되면 싸우는 수 밖에...! 얼른 타이머 폭탄을 하나 꺼내 굴려 터트려 놈들의 정신을 혼란시킨 다음, 덤비는 보코블린을 한마리씩 상대해 처치했다. 한 대 맞긴 했지만, 들고 있던 창은 빠른 공격이 가능해 모두 없애버릴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나자, 다른 망루 위에 있던 상자에는 보랏빛이 사라졌다. 가까이 가 보니 몬스터 머리 모양을 한 상자였다. 상자의 뚜껑은 쉽게 열렸는데,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목숨을 걸고 덤빌 만한 아이템이 아니어서 실망했었나보다.
전투가 끝나자 해 뜨기 전이 되었다. 몬스터들이 피워놓은 모닥불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나는 다시 쌍둥이산이 보일 것 같은 방향을 찾아 이리저리 숲을 해멨다. 하이랄 왕에게서 받은 패러세일은 정말 요긴했다. 시작의 대지는 워낙 높고 낮은 지역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어서 헤매다 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높은 지역에 올라가게 된다. 이 때 아래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싶다면 패러세일을 펼치며 그냥 절벽 아래로 뛰어도 되어서 편했다.
이리저리 헤매다 다시 추운 설산 쪽으로 가게 되어 돌아 내려왔다. 이 방향 저 방향 보다가 모르겠어서, 결국 다시 시간의 신전 쪽으로 왔다. 이리저리 헤매느니 다시 탑에라도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신전으로 올라가다가, 아까는 가지 않았던 다른 방향으로 올라가보았다. 그런데 - 무너진 창문 안쪽에 보물 상자가 하나 숨겨져 있었다.
상자 안에는 옷이 들어 있었다! '하일리아의 바지'라고 한다. 보통 하이랄 사람들이 잘 입는 옷인것 같은데, 그때까지 입고 있던 짧은 바지보다 훨씬 촉감이 좋았다. 게다가 꽤 튼튼한 부츠도 함께 있다! 기쁜 마음에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바꿔 입고 나자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시커 스톤에서 가지고 있는 물품을 확인하는데, 옷들은 모두 '방어구' 항목에 모여 있었다. 그러다 다른 옷보다 '하일리아의 바지'가 방어력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어력이 올라가면, 몬스터한테 맞아도 덜 아플테니 잘 되었다!
시간의 신전 입구를 돌아 뒤편으로 가니 멀리 쌍둥이산이 보였다. 이쪽 방향에서는 잘 보이는데... 어째서 여기를 두고 그렇게 헤맨 것인지... 쌍둥이산 쪽을 바라보니 그 앞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아주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저기를 목적지 삼아 가면 되겠다 싶어서 패러세일을 타고 무작정 대지의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도착한 곳은 푸른 초원. 달리고 달려서 다리가 보일 것 같은 방향으로 뛰는데, 또 다른 몬스터들이 덤벼왔다. 츄츄도 그렇고 '키이스'라는 새로운 몬스터도 보았다. 키이스는 박쥐를 닮은 몬스터인데, 외눈박이라 약간 징그럽다. 물리치고 나면 눈알과 날개를 전리품으로 남긴다. 어디에 쓰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쓸 일은 있으리라 믿으며 소재를 줏어 챙기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멀어만 보이던 다리 앞에 도착했다. 이 다리는 하일리아 호수 위에 있어 '하일리아 대교'라 부르는 것 같았다. 마차 몇 대가 동시에 지나가도 좋을 만큼 넓고 튼튼한 다리였다. 커다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다리는 웅장해서, 둘러보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리 중간에 분수대가 있는 걸 확인한 순간, 그 주변에 뭔가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있다는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망원경으로 보니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꼬리가 아주 길고, 머리에는 좀 더 길고 끝이 조금 휘어진 뿔이 달린, 도마뱀의 머리를 한 몬스터였다. 멀리서 살펴봐도 보코블린과는 아주 차원이 다른,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저 녀석과는 어떻게 싸우지?"
정보가 없는 적만큼 위험한 게 없지만, 이 다리를 건너야 쌍둥이산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 같아서 (그냥 느낌에) 적을 맞닥뜨리게 되면 싸우자는 각오로 방패를 쳐들었다. 방어자세를 취하고 다리의 한쪽으로 붙어서 가는데 - 예상보다 너무 빨리 적에게 들켜버렸다. 한 놈에게 들키고 보니 한마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총 3마리가 찍짹거리며 내 주위를 둘러싸려고 한다.
빠르게 돌아 화살 두어개를 쏘았지만 모두 빗나갔다. 다가오는 몬스터가 선제 공격을 들어오기에 방패로 막았다. 잠시 공격의 틈이 생긴 사이, 들고 있던 나무창으로 적을 사정 없이 찔렀다. 그러나 적은 강했다. 보코블린은 3-4대 정도면 없앨 수 있었지만, 이 놈들은 달랐다. 창을 여러 번 찔러 적이 나가떨어졌을 때, 또 다른 적이 뒤에서 공격해왔다. 뒤돌아서 창을 휘둘렀는데 곧 부서지고 말았다. 다른 무기를 꺼내 맞섰지만, 양손검이라 녀석들의 빠른 움직임에는 나의 공격이 한 박자씩 늦었다.
그 때문에 적에게 한 대 맞았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 가장 강한 무기(병사의 양손검)를 찾아 두 손에 다시 쥐었다. 적이 공격을 하려고 접근해오려는 순간, 나는 은연중에 기합을 넣고 힘을 모은 뒤 한 다리로 축을 잡고는 한 바퀴 돌며 칼을 휘두르는 공격을 가했다.
"이이야앗-"
그 공격에 적은 비틀거리며 쓰러지더니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나 이런 공격을 할 줄 알았나?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등 뒤에서 뭔가 날라오는 느낌이다. 아차,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지 -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살을 한 대 맞았다. 뒤를 돌아보는데 다리 반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적이 내게 계속 화살을 쏘고 있었다. 나도 활을 들고 적을 맞추기 위해 다가가며 활을 쏘았다. 하지만 방금 전 공격 성공에 긴장한 탓인지 모두 빗나갔다. 무기를 바꿔 쥐고 적에게 다시 달려드는 순간, 나는 그만 무릎이 꺾였다. 아... 적의 기습을 그냥 허용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늘이 빙글 도는 느낌이 난 후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벌떡 일어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몬스터한테 쓰러졌었는데... 기억을 되짚었다가 나는 한계에 다다른 줄 모르고 싸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된 몬스터의 공격에 생명력이 닳고 있었으므로 음식을 먹거나 하는 등의 간접 방어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전투에 집중하느라 방어를 못했고, 결국 버틸 수 있는 생명력이 한계에 다다라 기절을 잠깐 한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하일리아 대교 위에 있었고, 몬스터들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로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고 있었다. 분수대 뒤에 쓰러져 있었던 나는 가지고 있었던 요리 하나를 먹고, 방패를 갖춰 들었다.
방패를 들고 주변을 보니, 아까 해치웠던 몬스터들은 어찌된 건지 싸워야 할 몬스터는 3마리 그대로였다. 다시 전투를 해야 하는 거라면 전과 같은 실수는 용납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가지고 있는 무기 중 가장 좋은 무기를 꺼냈다. 병사의 양손검을 들고 뛰어들어가니 몬스터 두 마리가 내 양 옆으로 공격 기회를 봐 가며 접근한다. 전에 썼던 양손검 회전 기술을 다시 써 보았다. 기합을 조금 더 모아 돌면서 검을 휘두르니, 두 마리는 금새 나가떨어진다. 공격이 훨씬 쉽게 먹혔다!
두 녀석을 일단 쓰러뜨리고 나서(완전히 처치한 것은 아님), 화살공격을 하던 몬스터를 찾았다. 사실 멀리서 저격하는 사수가 가장 위험할 수 있는 법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 몬스터는 활밖에 무기가 없는지, 바로 앞에서도 활을 쏘려고 준비자세를 취한다. 허점이 많은 녀석에게 양손검을 휘둘렀더니, 힘에 밀려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써 한 놈을 처치했다 싶은 찰나, 옆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나는 공격하러 들어오는 몬스터를 옆으로 뛰어 피한 후 검을 휘둘렀다. 그 녀석도 내 공격에 놀랐는지 한 대 맞고는 비틀거리다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남은 놈은 한 녀석 뿐! 나를 못 찾고 있기에 먼저 뛰어들어가 공격했다. 운이 좋게도 바닥에 창이 떨어져 있어, 얼른 무기를 주운 후 바꾸어 쥐고 빠르게 공격했다. 그 덕에 마지막 놈도 해치울 수 있었다.
헉-헉... 전투가 끝나고 나자 피로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잠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람소리만 고요하다. 다행히 주변에 적이 더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일어나 몬스터를 처치하고 남겨진 소재들을 살펴보았다.
끝이 특이하게 휘어있는 뿔을 살펴보았다. 시커 스톤에 '리잘포스의 뿔'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리잘포스? 아... 이름을 보니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도마뱀을 닮은 그 몬스터 이름이 리잘포스였다. 예전에도 리잘포스를 잡아서 이 뿔을 모았다가 상점에 팔곤 했었다. 이 녀석들은 꼬리를 남기기도 하는데... 그 장소에는 없었다.
전투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 다시 대지로 들어서자 멀리서 해가 뜬다. 산 너머 보이는 지방에도 탑이 보인다. 저기도 언젠가는 가야 하겠지... 나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보았던 탑에 먼저 올라보기로 했다. 탑에 올라가야 주변의 지도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쌍둥이산으로 가는 길을 빨리 찾고 싶었다.
내가 이른 곳의 탑 이름은 '호수의 탑'이었다. 하일리아 호수 근처의 탑이라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호수의 탑은 시작의 탑과 비슷한 높이여서 올라가는 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중간에 어디에서 쉴 수 있는지 한 번 올려본 다음, 차근차근 탑의 구조물을 잡고 올라갔다. 아침 해가 점점 뜨면서 눈이 부셨다. 탑 위에 올라가 시커 스톤으로 인증을 하고 주변의 지도를 받았다.
탑을 가동시키고 나서 지도가 열리는데, 뭔가 새로운 소식이 떴다. 지도 정보와 함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는 알림이었다. 새 기능이란, 사당을 감지할 수 있는 사당 센서가 작동된다는 것이었다. 이동 중에 사당 가까이 가게 되면 시커 스톤에서 알람이 뜨는데, 사당과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알림이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설명만으로는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려가서 일단 사용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를 열어 주변의 지형과 비교를 하는데, 바로 눈 앞에 또 다른 사당의 붉은 빛이 보였다. 다음에 갈 사당은 저기인가.... 하며 지도에 표시를 했다. 그런데, 쌍둥이산은 지도에 나오지 않네? 대체 쌍둥이산은 어디에 있는 거지? 호수의 탑처럼 높은 곳에 오르면 쌍둥이산이 쉽게 보일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완전 다른 방향으로 온 것일까? 탑을 빙글빙글 돌며 확인했지만, 두 산이 마주보며 있는 그 독특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다시 열어서 보니, 노랗게 빛나는 원 표시가 있었다. 아마도 나의 다음 목적지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것 같은데... 내가 온 길과 목적지의 방향이 완전 다르다. 아마도 다음의 목적지는 저 지점일 터인데... 그러면 하일리아 대교를 건너지 말아야 했나? 목적지의 빛나는 점은 지도가 없는 부분에서 빛나고 있었기에 아리송했다.
쌍둥이산의 방향을 지도만으로는 알기가 어려워서,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사당에 가기로 했다. 탑에서부터 패러세일을 펼쳤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은 이동하지 못했다. 체력이 더 많아야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남을 깨달았다. 사당을 많이 찾아야겠구나 생각하니 갈 길이 멀다 싶어 한숨이 나왔다.
이번에 도착한 사당은 '카오.마카의 사당'이었다. 시커 스톤을 인증하고 안에 들어갔더니 '길을 잇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사당에 들어가니 커다란 철문이 나를 맞이했다. 마그넷 기능을 켜서 철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나를 보고 튀어오는 작은 기계에 깜짝 놀랐다. 이 기계는 작지만 공격 도구를 갖추고 있었다! 창을 들고 나의 움직임을 감지하다가 훅 공격에 들어온다. 피했다가 양손검으로 몇 번 후려치니 파괴되었다. 시커 스톤의 센서에 의하면, 이 녀석은 소형 가디언이라 한다. 이 가디언 외에 더 작은 가디언 1개도 있었다.
소형 가디언은 밖에서 보았던 대형 가디언보다는 위력이 약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공격형 가디언이라 긴장되었다. 가지고 있는 무기도 '가디언 랜스'라고 제법 공격력 높은 창을 장비하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찾았던 무기들보다 공격력이 높았다. 대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는 짐작가지 않는 겉모습을 갖추었지만, 칼 이상으로 관통력이 높아 보이며 왠만한 병기도 잠시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가디언을 상대하고 나타난 공간에서 돌벽을 부수었더니, 숨겨진 장소에 보물 상자가 있었다. 들어가서 열어보니 앗! 이럴 수가... 300루피나 되는 골드 루피가 상자에 들어 있었다…!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 이렇게 큰 돈을 본 적도 내 인생 처음인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아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가게도 있겠지? 뭔가 모험에 필요한 다른 장비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자원이 될 테니 잘 챙겨두자는 마음에 주머니 가장 안쪽에 깊숙히 넣었다.
사당에서는 다른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활도 하나 다른 보물상자에서 챙겼다. 카오.마카의 도사에게서 극복의 증표를 얻고 밖으로 나왔더니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른다. 산골짝 사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오랜만에 보는지라, 혹시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제발, 몬스터 야영지는 아니길...하는 마음으로 연기가 나는 쪽으로 접근했다.
언덕에서 패러세일을 펼쳐 내려가니 연기가 올라오는 곳에는 뭔가 특이하게 생긴 구조물이 보였다. 처음엔 뭔지 알 수 없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그것은 말의 머리를 닮은 구조물이었다. 구조물 아래는 커다란 텐트 형태의 집이 있었다. 아! 나의 바람을 하일리아 여신이 들어주신 것일까. 그 큰 집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고원의 마구간'이라는 알림이 뜬다.
'마구간...?'
어딘가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였다. 기분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널찍한 뜰과 가축을 키우는 장소도 있으먀 말을 돌보는 마방간이 갖춰진 곳이다. 마구간 입구에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하이랄 왕국 멸망 후 100년. 다리를 건너고 호수의 탑을 지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해서, 쓸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몬스터들만 마주치니 긴장의 연속인지라, 어딘가 사람은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나의 예상이 빗나가서 반가운 기분이기도 했다.
마구간 입구 요리솥 앞에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사실 다시 깨어난 이후 처음 만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첫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노인은...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허허, 혼령이라 해야 할런가)
나는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