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18)
하루 종일이었다. 하루 종~~~~~~일.
그넘의 도끼를 찾아 헤맨 시간이 그랬다. 노력을 한다고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안 된다. 도끼를 찾지 못했다.도끼가 없다는 건 하테노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베지 않거나, 아니면 어딘가 집안에 꽁꽁 숨겨놓았거나가 아닐까? 마을을 두바퀴나 돌면서(작지도 않은 마을) 나름 구석구석 도끼를 찾아보겠다고 공을 들였건만... 도끼는 없었다. 농사를 주로 짓는 마을인지라 밭을 가는 괭이도, 쇠스랑도, 이런게 여기 왜 있지 싶은 커다란 나무 국자도, 심지어는 대걸레도 구석에 놓여 있건만... 허탈했다.
터덜터덜 마을 입구로 다시 내려왔다. 이미 땅거미가 진 지 오래였다. 마을 여관에서 잠이나 잘까... 하다, 돌아서는데 마을 입구에 '옷 마크'가 붙어 있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도 가게가 있었구나?
불이 켜져 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와! 눈 앞에 처음 보는 여러 디자인의 옷들이 주르륵 서 있었다. 뭔가 멋져 보이기도 하고... 처음 보는 옷도 있는 것 같고...
가격이 궁금해서 옷을 살펴보려다가, 가게 주인에게 뭔가 물어봐야지 싶어서 주인을 찾아봤다. 그런데.. 안쪽 침대에는 왠 아저씨가 자고 있고, 다른 가게에는 있는 카운터도 없었다. 여기는 주인이 없나?
그리고 나서 돌아보는데 앗... 출입문 바로 안쪽에 작은 카운터가 있고 그 앞에 약간 구부정한 자세의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저 사람이 이 집 주인인가보네 하고 가서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자꾸 내 시선을 피하면서도 인사를 했고, 가게 이름이 '벤트 에스트'라고 알려주었다. 왜 이렇게 구석에 서 있느냐, 하마터면 주인이 없는 줄 알았다고 말을 하자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
"아아.... 제가 구석이 있어서 안 보이나요? 그렇지만... 여기가 제 자리라서... 부디 양해해 주세요."
보통은 가게 주인이 앞에 있기 마련인데... 역시 하테노 마을엔 이상한 구석이 있다. 여긴 무슨 가게냐 묻자, 그녀는 평상복부터 병사 방어구까지 취급하고 있는 옷가게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돌아보니 과연 그랬다. 한 구석엔 하이랄 왕에게서 받았던 방한복도 있고... 병사의 갑옷도 있었으며, 머리에 쓸 수 있는 후드도... 후드?
그래.. 이런 게 필요했다. 안그래도 빗물막이가 필요했는데, 거기다 사람들 눈에 확 띄지 않으려면... 뭔가 쓰고 다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드 가격을 물어봤다. 하일리아의 후드라고 하는 그 제품은 60루피. 저렴한 편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하이랄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후드인데, 꽤 튼튼하고 질긴 천으로 만들었어요. 비바람, 햇살 등 잘 막아주니까 여행하실 땐 필수품이죠.."
나는 후드를 구매했다. 그리고 나서 뒤편에 세워져 있는 옷을 보러 갔다.
뒤쪽에 놓인 방어구는 하일리아 병사 세트였다. 투구와 갑옷, 경갑이 차례대로 놓여 있는데... 하일리아인 병사가 주로 입었던 갑옷이라고 했다. 금속으로 만들어서 방어력은 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선 방어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갑옷을 갖추는 게 필요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모두 구매하면 500루피 정도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돈은 아직 충분하니까... 경갑과 갑옷은 꽤 마무리나 이음새가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꽤 손재주가 있는 장인이 만들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해서 하일리아 병사 세트를 모두 샀다. 세트 중 하일리아 병사의 투구는 벤트 에스트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재앙이 있었을 때 부서지지 않고 남은 것이라고... 누군가 이 투구를 쓰고 전투를 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사자마자 바로 입어봤다. 오! 예상했던 것 보다 내 몸에 잘 맞았다. 무겁기는 한데... 이 정도 무게를 진다 하더라도 움직이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100년 전에는 나도 이런 방어구를 입고 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모든 방어구를 갖춰 입으니 방어력이 12까지 올라갔다. 이제는 왠만한 보코블린이나 리잘포스, 모리블린도 두렵지 않다! 단, 제대로 된 무기만 있다면....
벤트 에스트에서 쇼핑을 마쳤으니 쓴 돈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숨어 있듯 서 있는 주인에게 가지고 있는 소재를 좀 팔았다. 소재를 더 팔아야 나중에 집값도 낼 수 있을 터였다. 광상을 보는 대로 좀 더 부지런히 깨야겠구나....
벤트 에스트에서 나와 보니 가게 주변에 커다란 마을 게시판이 있었다. 그동안 여기를 꽤 자주 지나갔는데 게시판이 있다는 건 이제서야 봤네... 마을에는 무슨 이슈가 있나 싶어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하테노 목장의 코윈이라는 사람이 '하테노 비치의 몬스터! 누군가 퇴치해 줘!'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테노 비치에도 몬스터가? 아라이소 어장처럼 여기도 ... 몬스터들이 점령했나보네...
아무래도 코윈이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봐야, 몬스터를 퇴치할 지 어떨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라이소처럼 몬스터 소탕에 나설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야 하지 않을까?
산길을 올라 목장 쪽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 한몸 스스로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게 얼마 전인데... 이제 좀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평화로운 분위기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하테노 마을을 지켜야 할 이유는 있다는 것이다. 여기는 내 고향이기도 하니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낳고 기르셨던 곳.... 그 추억이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