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19)
이상하다? 분명... 목장으로 간다고 했는데... 내가 들어선 길의 이정표를 살펴보니, 하테노 고대 연구소로 가는 길과 하테노 비치쪽으로 가는 길의 갈래였다. 목장은 마을의 메인 도로를 따라 쭉 올라오면 만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어디지?
아무래도 밤이다보니 그냥 내달려서 산 중턱까지 올라온 것 같다. 새로 입은 갑옷에 몸이 적응하는 것을 시험해야지 생각하다 이렇게도 뛰고 저렇게도 뛰었기 때문이다. 휴우.
팻말을 보니 하테노 고대 연구소가 멀지 않았구나 싶어 기왕 이렇게 올라온 것, 언젠가는 가봐야지 했던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가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고대 연구소로 올라가는 길은 꽤나 경사가 이어진 비탈길이었다. 일부러 사람들이 가기 힘든 곳에 연구소를 만든 게 아닐까? 하지만 이 길은 아이들이 잘 다니는지, 올라가는 길에 설치된 팻말엔 계속 경고가 쓰여 있엇다. 어린이는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허허허) 이 정도로 경고를 계속 붙여 놓다니, 아이들이 정말 많이 올라오나보다. 이 정도라면 고대 연구소 사람들이 아이를 싫어할 수도 있겠구나...
달빛이 비치고, 길게 자란 수풀이 바람의 기운을 전달해 주는 맑은 밤길. 풀벌레 소리와 함께 움직일 때 마다 삐걱삐걱하는 경갑의 금속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다 보니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도착했다.
고대 연구소라고 했지만, 뭔가 대단한 시설이 있는 게 아니라...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특이한 물건들도 많이 있었다. 정문으로 보이는 커다란 문에는 시커 관련 물건에는 꼭 새겨져 있는 눈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앞에 또 안내 팻말이 있어 읽어보았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 - 가마는 뜨거워! 만지지 마!'
가마? 불을 켜 두는 가마가 있단 소린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가마처럼 생긴 건 없는데... 연구소 앞마당처럼 보이는 장소를 기웃거리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러고 보니 연구소 문 앞 바닥에는... 시커 타워에 있는 워프 마크가 있었다.
그러나 워프 마크는 그저 마크일 뿐. 푸른 불빛이 어려 있지 않아 작동하지 않았다. 뭔가 고장난 것일까? 물어보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커다란 대문은 생각보다 양 옆으로 활짝 젖혀졌다.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기대보다는 큰 공간에 다양한 책들과 종이가 어지럽게 바닥에 흩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공간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커다란 책상 앞에는 큰 눈을 흘겨 뜨고 나를 바라보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보자마자 마을 아이가 봤다는 시커족 여자아이가 바로 이 꼬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어른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그렇지... 꼬마 아이가 본 것은 사실이었다.
특이한 빨간 안경에, 머리에는 알 수 없는 나비 모양의 장식을 쓰고 있는 그 여자아이는 나를 쓱 보더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하테노 고대 연구소입니다. 소장님께 볼일 있으신가요?"
이럴수가... 목소리는 어려도 말하는 어투는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 아니잖아!? 이렇게 정중하게 손님에게 말을 하다니... 뭐지? 이 여자아이.. 아니 여자아이가 아니고 키가 아주 작은 여자인건가??
내가 소장을 찾아온 게 맞다고 하자, 그 여자(아이)는 안쪽에 있는 분이 소장님이라며 바쁘신 분이니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보통 여자아이가 아닌데...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온 이 연구소 오른쪽에는 신경 쓰이는 물건이 놓여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물건인데... 여자아이와 대화가 끝나고 나서 그 물건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이건 분명 시커 스톤 인식기였다. 시커 타워나 사당 앞에 있는 그 센서와 같은...! 그런데 불이 꺼져 있어서 작동을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입구의 워프 마크도 그렇고,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려면 소장이라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었다.
커다란 책장 앞에서 이것 저것을 확인하며 보고 있는 소장이라는 사람에게 갔다. 여자아이도 흰머리인데 이 사람도 머리카락이 희네...? 시커족은 모두 머리카락이 하얀가? 흠...
내가 다가가자 그는 돌아서서 나를 보더니, 어서 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하테노 고대 연구소가 고대 문명에 대한 문헌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그는 고대 문명에 대해 설명을 하려다, 갑자기 나의 허리춤에 있는 시커 스톤에 관심을 보였다.
"서... 설마 그 허리에 찬 물건은?! 시커....."
약간 반신반의하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커 스톤이 맞다고 감탄하였다. 그리고는 실물은 사실 처음 본다면서 살짝 부끄러워했다. 그렇구나. 고대 문명을 연구하는 사람이니까 실물을 못 봤을 수 있지... 시커 스톤이라면 이 사람에게는 분명 연구 대상일 터...
워프 마커나 작동하지 않는 시커 스톤 센서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시커 스톤에 실제로 어떤 아이템이 들어있는지 알려 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타임 록', '마그넷 캐치', '리모컨 폭탄'과 '아이스 메이커'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소장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게 전부냐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본 아이템이 없다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기본 아이템??
시커 스톤을 잠시 열어봤다. 그러고 보니 아이템이 작동하는 버튼에 한가지 빈 버튼이 있었는데... 그게 기본 아이템인건가? 시커 스톤을 열어서 이것 저것 보고 있는 내게 소장은 한마디 덧붙였다.
"... 왜 그런지는 연구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어떠한 이유로 결함이 생긴 것일 수도 있겠군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에 차고 소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시커 스톤을 고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 있는 가이드 스톤으로 그 아이템을 부활시킬 수도 있습니다만...."
가이드 스톤? 시커 스톤도 종류가 여러 개 있다는 이야기일까? 하지만 소장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안경을 다시 고쳐 쓰더니 내게 말했다.
그 시커 스톤을 고치려면 카카리코 마을의 임파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임파! 안 그래도 임파를 찾아가긴 해야 하는데... 시커 스톤의 부족한 뭔가를 고치려면 그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하다니... 임파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이길래 그런 것일까?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사람이기도 하고... 시커 스톤을 고치려면 허락을 해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뭔가 대단한 권력을 지닌 사람인 것일까?
궁금하면 찾으러 가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카카리코 마을... 뭐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임파를 만나러 가야 하는 거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소장에게 말했다.
소장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나오려는데, 아무래도 하얀 머리의 여자아이가 신경쓰여 간다고 인사를 했다. 그 여자(아이)는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나를 쓱 보더니,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방문한 일은 여행의 추억으로 남겨 주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나를 대하는 태도는 친절하지 않은데... 말투는 너무도 정중하고 어려운 표현을 쓰는 ... 이상한 아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사람은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의 문 밖을 나와 보니 어느 새 아침해가 뜨고 난 다음이었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온 건 그저 호기심이었을 뿐인데... 이곳에 온 일이 임파를 만나기 위해서였나... 임파를 찾으러 가기 위해 다시 쌍둥이산을 찾아 떠날 때인가?
나에게 벌어진 일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실로 묶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시커 스톤의 지도를 열었다. 임파를 찾으러 가도록 목표를 다시 수정했는데, 하테노 마을에서 카카리코 마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지도가 모두 열린 것은 아니었지만, 방향을 보고 찾아가는 것도 이젠 좀 익숙해졌으니 이번에야말로 임파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