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17)
무기에 관심 많은 꼬마와 헤어져서 도끼를 찾다 보니, 길을 향해 대문도 없이 문이 활짝 열린 가게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입구의 깃발에는 붓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입구에 서 있는 아주머니는 '셔셔 쇼쇼~' 라며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다. 아, 그 아주머니를 보니 여기가 바로 염색숍인가 하는 곳이구나!
셔셔 쇼쇼라고 말하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니, 아주머니는 다 안다며(뭘?) 손님이냐고 물었다. 정말... 사람이 갑자기 멍멍 해도 이 아주머니는 다 안다고 할 것 같다...
일단 맞다고 했더니, 집 안에다 대고 옷을 염색하고 싶은 사람이 왔다고 크게 고함쳤다. 아주머니의 말에 여기는 옷을 염색하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말에도 안에 있는 누군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독특한 냄새도 났다. 뭔가 끓이고 바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빨간 머리의 남자가 앞치마를 두른 채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는 색이 든 물을 길고 작은 유리컵에 넣어서 이렇게 저렇게 섞어보는 중이었다.
그에게 말을 걸었더니 정말 처음 들어보는 기묘한 목소리를 냈다.
"키히힉, 어셥~~~~셔~!"
목소리와 말투, 모두 특이한 그 사람은 바로 그 염색숍의 주인, 세지였다. 마을 입구의 나크가 말한 염색의 달인이라는 사람인데, 나크가 세지씨가 매우 특이하다고 한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여기 염색숍은 뭐하는 곳이냐 묻자, 세지씨는 아주 능숙하고 빠르게 염색숍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염색숍은 하테노 전통 공법을 이용하여 옷을 염색해 주는 곳으로, 수수료는 단돈 20루피라고 한다.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했더니, 그게 염색에 쓰이는 재료를 손님이 직접 가져와야 해서 그렇게 바꾼 거라 한다. 예전에는 염색 소재를 자신이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마을 외곽에 몬스터가 늘어서 염색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 일에도 고충이 많구나... 이것도 어찌보면 대재앙의 영향.... 세지씨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염색에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우메 할머니의 말대로 이제서야 좀 평화를 꿈꾸게 되었으니... 염색같은 것에는 관심이 그간 없었을 수도 있겠다.
세지씨는 염색을 해보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의 색을 획기적으로 다르게 바꿀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 보자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갖고 있는 옷이 별로 없지만... 무슨 옷을 염색하지?
세지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쭉 보더니, 이 중에서는 염색이 불가능한 옷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염색할 옷을 결정했으면 그 옷으로 갈아입고, 염색하고 싶은 색을 정해 달라고 했다. 내가 색을 선택하면, 세지씨는 염색 결과물을 미리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매우 편리했다.
염색할 색을 고르면, 염색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재들을 세지씨에게 보여주자, 그는 염색 색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알려 주었다. 그 중 어떤 소재를 쓸 지 결정해 주면 된다고 하기에 나는 소재를 이리저리 보며 뭘 쓸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충분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색부터 다시 결정해야 했다.
염색할 옷은 회생의 사당에서 처음 받았던 상의와 하의였다. 낡은 옷들이지만, 염색을 하면 좀 달라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염색할 만한 옷을 갖고 있는 게 없었다...) 가지고 있는 소재로는 검정색 염색이 가능했는데,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부싯돌이 검정색 염료의 재료라고 한다.
세지씨는 나에게 부싯돌 5개를 양 손에 들고, 2층에 가서 서라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바닥에 삼각형으로 위치가 표시된 곳이 있는데, 그 위치에 서는 것이다.
이 위치에 서 있으니 세지씨가 그럼 염색을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서서 재료만 들고 있으면 염색이 되나?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서 긴장이 되었다. 갑자기 덜컥! 하고 소리가 났다. 응? 하는데....
내 발 아래의 나무 바닥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나는 그 아래로 훅 떨어져버렸다. 아악!!!
내가 떨어지는 장소 아래에는 커다란 나무통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깊은 통이었다. 거기에 빠지면서 뭔가 엄청난 연기와 함께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냄새도 이상해서 아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정신이 좀 들었을 때, 세지씨가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염색이 끝났다고 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세지씨가 염색된 색을 보고 스스로 감탄했다.
"히힉~~~~!!! 이런 완벽한 색은 좀처럼 안 나온다구쇼!"
그.. 그런가? 세지씨가 보여준 나의 모습은 약간, 어색하긴 했으나 색은 분명 까맣게 잘 염색이 된 게 맞았다. 기대보다는 낡은 옷도 다르게 보이는 염색 기술....! 꽤 멋지구나.
세지씨는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며, 다른 옷도 염색하고 싶으면 또 들러 달라고 한다. 의외의 염색 과정이긴 했으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는 다시 도끼를 찾으러 마을 안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