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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Feb 15. 2024

테바와의 만남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47)


나는 리토족처럼 높이 날아오를 순 없으니, 메도의 공격은 내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리발 광장에서 비행 훈련장으로 곧장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리발 광장에 서서 공중으로 뛰었다.



패러세일을 펼치자 리토 마을 주변에 부는 바람이 온몸을 에워쌌다. 리토의 날개옷 세트는 확실히 추위에 강했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매섭게 느껴졌지만, 리토의 마을로 올 때와 다르게 전혀 춥지 않았다.



땅에 착지한 뒤 비행 훈련장 방향으로 눈이 쌓인 설원을 뽀득뽀득 걸었다. 호수는 다행히 건넜으나, 내 바람민큼 멀리 날아오진 못했다. 서두르자는 마음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지만, 눈길을 걷는 건 초원만큼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비행 훈련장으로 가는 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지도에 목표가 표시되어 있는 덕에, 어두운 길이지만 쉽게 찾았다. 가는 길에 스탈 모리블린을 처치해야 했던 걸 제외하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밤에 찾아온데다 눈발이 심하게 날려 앞의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은 비행 훈련장에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었다.



어떻게 이 장소 안에서만 이렇게 위로 부는 바람이 계속 올라오지? 신기하다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오른편에 리토족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집이 하나 있었다. 훈련장의 임시 거처일지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서서 입구를 찾다가 사다리를 발견해서 그걸 타고 올라갔다.



올라간 집 안에는 전투 준비를 위한 여러가지 도구들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화롯불이 피워져 있었다. 불 위에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냄비도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테바가 여기 있을 텐데… 테바는 어디 있는 거지? 하고 다른 난간쪽을 보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깃털을 가진, 매서운 눈빛을 한 거구의 리토족이 난간 옆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내게서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는데 이내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살짝 귀찮다는 듯 자신의 일을 계속 하던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 누구지? … 나는 바빠. 방해하지 말아 줘.”

옆에서 보니 그 리토족 전사는 능숙한 솜씨로 활을 점검하면서 손질을 하는 중이었다.



이 리토족이 테바겠군!

나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그였지만 말을 걸었다.

“… 무슨 용건이지? 나는 바쁘다구.”

나는 목소리를 잠깐 가다듬었다. 돌려 말할 것 없다. 바로 이야기해야지!


“도와줄게!”



테바는 의심스럽다는 듯, 굵은 눈썹에 힘을 주며 내게 물었다.

“도와줘? 뭐를?“

“.. 신수 바.메도를 …”



신수 바.메도를 제압하자고 말하려는데, 테바는 내 말을 가로막았다.

“… 잠깐… 신수 바.메도를 아는 이방인이라….”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 그렇다면 필시 족장님 아니면 아내가 보냈겠지.”



“그럼 나에 대해서도 들었으려나? 내가 바로 테바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네 이름이나 들어볼까.“

“링크야.”



내 이름을 들은 그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흠… 링크…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군…”



테바는 다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링크… 우리 족장님을 만났다는 건 즉, 나를 데려가려 왔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



테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하여간… 족장님도 사람이 너무 착하시다니까… 어차피 메도한테 호되게 당하기 전에 마을로 데려오라고 하셨겠지.”



그러더니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얼굴을 하고는 강하게 말했다.

“안됐지만… 나는 여기서 떠날 생각 없어. 나도 리토의 전사 중 하나… 친구가 당했는데 염치없이 돌아갈 순 없지.“



전사가 아니더라도 친구가 당했다면 그냥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맞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던 테바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 하지만 단 하나. 나를 리토의 마을로 데리고 갈 방법이 있어.”



“그건….”

신수 바.메도를 처리한다면 돌아간다고 하겠지…라 말하려 하는데, 테바가 계속 말을 하기에 말을 꺼내다 멈추었다.


“그건… 신수 바.메도가 침묵하여 녀석이 하늘에서 사라졌을 때… 즉, 신수 바.메도를 무찌르는 거야. 그게 지금 당장 가능하다면, 마을로 돌아가줄 수 있어.”



그가 하려던 말이 나와 같다는 걸 알고, 나는 테바에게 안다고 답했다.

“나도 알아.”


그러자 테바는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알고 있다고?”



그러더니 테바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핫!… 후훗… 내 성격까지 마을 녀석들이 가르쳐줬나? …. 하지만 족장님이 말씀하셨지. 신수 바.메도를 정말로 멈추고 싶으면 녀석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설마, 네가…. 메도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응.”



그는 상상할 수도 없는지 잠깐 놀랐다가 다시 크게 웃었다.

“하핫…!!! 메도에게 가기 위한 날개도 없거니와 이다지도 무지하다니….!”


(어째 리발이랑 하는 소리가 비슷하냐…)



그는 내가 왜 신수 바.메도에 들어갈 수 없는지를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영걸들 이야기를 꺼냈다.



“신수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100년 전 실존했던 영걸이라 불리는 다섯 명뿐이다… 그리고 그 영걸님들은 전부 재앙 당시에 목숨을 잃었지…가논의 손에 의해서 말이야… ”



그러나 테바는 굳이 메도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뭐 아무튼… 메도 안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녀석을 잠재울 수 있다면 상관없어. 다만… 함부로 메도에게 다가가면 녀석의 포대에 희생되고 말 뿐이야… “

“포대…?”

“그래. 신수 바.메도 주변에 뭔가 있기만 해도, 녀석은 사방에 포를 쏘아대지… ”



테바는 메도 안에 들어가겠다는 나를, 처음에는 어이없다 생각하더니 그래도 이게 기회일지 모른다고 마음을 바꾸었는지 기대하지 않던 제안을 했다. 내가 리토족 전사가 아니므로 하늘을 날아 메도의 포대를 제압할 지 알 수 없다는 뜻이겠지…


“.. 좋아. 그러니 너를 시험해주지.”



“시험?”

내가 묻자, 테바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리토족 전사는 이 계곡의 상승 기류를 이용해서 공중전을 가장한 활 훈련을 하지. 이 상승 기류는 머리 위에서 천을 펼치기만 해도 사람이 떠오를 정도로 강력해… 그러니 네가 리토의 훈련법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보여줘.“



“하늘을 날면서 이 계곡에 설치돼 있는 목표물 5개를 3분 이내에 맞춰 봐.”

“바라던 바야!”


내 대답을 듣더니 날카롭던 테바의 눈이 조금은 커졌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 살짝 웃었지만, 다시 진지하게 바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럼 시작해. 화살로 목표물 5개다!”


테바의 말을 듣고, 나는 좀 튼튼한 활을 골라 주머니에서 꺼냈다. 준비가 끝났다고 하자, 숫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나는 출발 신호와 동시에 달려나가 패러세일을 펼쳤다.


테바의 말대로, 계곡에는 어마어마한 상승기류가 가득 올라오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면서 맞춰야 할 과녁을 찾는데, 목표물은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금방 발견했다.


바람이 세니 목표를 맞추기 위해 패러세일을 펼쳤다가 접었다가 하면서 높이를 맞추어 화살을 들었다.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덕에, 나는 차례로 다섯개의 과녁을 맞추었다. 1분이 막 지났을 때, 테바가 소리쳤다.



“좋아, 오케이! 이제 돌아와!”



다시 테바 앞으로 갔더니, 그는 서서 나를 맞았다. 약간 놀랐다는 듯 그는 의외로 나를 칭찬했다.

“… 너… 상당한 활의 명수로군… 화살을 쏘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


테바가 그걸 알아보다니, 활을 잘 쏜다는 리토족의 전사는 다르다 싶었다. 근데, 그게 나만 느끼는 일종의 능력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어느 정도 이동하면서 활을 쏠 수 있는 기술을 익힌다면 그런 정도는 가능한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테바가 갑자기 내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링크… 내가 너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었어.”



“그 활 실력… 산전수전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로군…”


테바는 뭔가 이해할 수 있다는 듯 아까보다 더 진지해진 태도로 나를 대했다. 산전수전이라… 하긴, 하일리아인이 이 서북쪽 구석까지 온다고 하면 산전수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것에 대해 테바에게 구구절절 말하고 싶진 않았다.

“뭐… 조금….”



테바는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슬쩍 웃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겸손 떨지 마. 보면 아니까…. ”

그리고는 씩 웃더니 대놓고 말하기를,

“링크라… 마음에 들었어.” 라 했다.


헛… 아니..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좀 당황했지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테바의 도움을 받아 메도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테바는 내가 기대하던 대로 따라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부탁할 차례군. 나를 따라와. 그리고 메도에게… 녀석의 포대에 혼신의 한 방을 쏘아줘!“



테바는 메도에게 갈 준비를 하자고 했다. 자신이 손을 본 활이 바로 보물상자 안에 들어있으니 챙기라 했으며, 공중은 매우 춥기 때문에 하일리아인인 내게는 방한 대책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도 해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를 해 오겠다고 했다.


“자, 그럼 준비가 다 되면 말 걸어주고. 나는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지.”


테바의 조언에 따라 혹시 전투에서 체력에 대비해야 할지 모를 여러 요리가 충분한지를 점검했다. 리토의 마을에서도 요리를 했지만, 스테미나 요리나 다른 특수 효과가 있는 요리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주머니에 모자란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또, 비행 훈련장에 마련되어 있었던 화살도 여분으로 챙겼고 다른 무기들 중에 필요 없는 게 있는지도 확인했다.



준비가 끝나고 다시 테바에게 말을 걸었더니, 테바는 매우 기대된다는 투였다.

“… 드디어! 신수 바.메도를 막으러 갈 수 있겠군.”



테바는 내게 중요한 정보를 주었다.

“메도의 포대는 보통 화살로는 끄덕도 없어. 그러니 폭탄 화살로 부숴버려야 해. ”



그러더니 뒤에서 폭탄 화살 한 뭉치를 꺼내 내게 주었다.

“귀중한 것이라 이번밖에 못 주지만… 이 폭탄 화살을 가져가.”

테바가 준 폭탄 화살은 20개나 되었다! 와우.



또, 테바는 내게 추위 및 음식 준비는 모두 잘 되었는지 확인을 했다. 내가 문제없다고 하자, 한가지만 확인하겠다면서 질문을 던졌다.



“링크… 너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메도 토벌에 협력해 주는 거야?”


… 하긴. 갑자기 나타나서 별 말도 없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궁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뭐라고 이야기를 할까… 사실 모두 이야기한다면 긴 이야기가 될 텐데…

최대한 간단히! 지금 나의 목표는…

“젤다를 구해야 해.”



“젤다….?”

테바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흠… 100년전 우리 마을의 영걸 리발님이 함께하던 하이랄 성의 공주님과 같은 이름이군… 그분과 지금 신수 바.메도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나와 함께 메도를 토벌한다, 이거지?”



뭔가 더 궁금해하면 어쩌나 했는데, 테바는 그냥 내 대답이 궁금했던 것인지 더 뭔가를 묻진 않았다.

테바는 안심이 되었다는 얼굴을 하더니, 가보자고 했다.


“좋아, 슬슬 가볼까. 타도록 해.“



테바가 몸을 낮추어 자신의 등을 내 주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테바의 등에 올라탔다. 리토족의 전사는 어깨가 이렇게 넓구나…. 놀라워하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테바는 훌쩍 하늘로 손쉽게 날아올랐다.


“가자! 메도 타도를 위해!”

테바의 외침에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두번째 신수와의 대결이 시작된다… 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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