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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Feb 13. 2024

영걸 리발에 대한 기억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46)


아까 대화 중에, 테바의 집은 부족장의 집 옆이라고 했으니 바로 옆집부터 찾아가보았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계단을 내려오다 아까 만났던 하츠의 집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사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참 소문도 빠르다. 하츠에게 가서 말을 걸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 하늘에 있는 괴물에 대해 캐고 다닌다며?"


정확히는 나를 보는 사람들이 신수 바.메도 이야기만 해 준 거지만... (나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더니, 하츠는 의외로 순순히 자신이 다쳤던 날의 일을 알려주겠다 했다.



"이 상처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 괴물... 신수 바.메도에게 공격을 받아 생긴 것이다. 신수 바.메도.. 예전에는 마을 수호신이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녀석이, 나와 테바가 다가가자마자 갑자기 공격을 해 왔다."



"필사적으로 대응을 하던 중 내가 방심을 한 탓에 녀석의 공격에 맞고 말았지..."


공격에 당한 것을 적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잘못이라 받아들이는 하츠는 진지한 전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받은 공격이라면 어떤 종류의 것일까? 궁금해졌으나 일단 질문을 하지 않고 하츠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테바가 추락한 나를 구해 주긴 했지만, 결국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어. 만약 테바가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테바라는 전사도 꽤 강한 전사인 것 같았다. 날개를 부상당했다면, 사실 리토족에게 있어서는 가장 치명적인 부위를 다친 셈이라 돌아오기 힘들었을텐데... 그런 하츠를 테바가 데리고 귀환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츠와 테바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돈독해 보이는 전우 사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하츠 자신에 대해 물어보았다.



"너는 리토족의 전사인가?"

내가 묻자 하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활의 장인 하츠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예전에는 전사가 꿈이었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포기했다. ... 테바와는... 딸 모모가 테바네 아들 튤리와 나이도 비슷해서 가족 단위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이지...."



그런데 그는 내게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 그런데 이런 얘기가 네 조사에 도움이 되나? 너는 테바를 찾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츠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테바... 녀석과는 옛날부터 친구였다. 비행은 녀석을 당해낼 자가 없지. 막무가내에 다혈질인 것이 흠이지만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좋은 녀석이다...."



그러더니 상처의 고통이 올라오는지 꽤 아파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메도를 박살내겠어]라며 또 혼자 가버리다니 너무나도 무모해... 부인과 아이까지 있는데 바보같은 녀석...."



하츠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테바를 부탁한다..."


하츠도 테바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알았다면 알려줬겠지... 나는 알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사키를 찾아야 했다. 두리번거리며 이 집, 저집을 살펴보는데 왠 여자아이가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슬프게 울고 있어서 다가가 무슨 일이냐 물어 보았다.

"왜 그래?"



푸른 깃털이 반짝거리는 귀여운 꼬마 아이는 눈물을 삼키며 대답했다.

"하늘에 있는 신수 바.메도 때문에 다들 기운이 없어... 모모네 아빠는 다치기까지 하고... 튤리네 아빠는 어디론가 가버렸어... 엄마랑, 언니랑 동생들도 왠지 기운 없어 보이는데..."



"그리그리....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훌쩍훌쩍...."

이 여자아이의 이름이 그리그리인가보다... 나는 슬퍼 보이는 아이에게 뭐라 질문하기가 그래서 그 집을 다시 나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이니, 혹시 사키는 집에 돌아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다시 계단을 올라 부족장의 집 옆으로 갔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키가 꽤 커 보이는, 연분홍빛의 깃털을 지닌 리토족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자, 그녀는 대뜸 미안하다고 인사했다.

"죄송해요... 족장님과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 언제 족장과 내가 한 이야기를 들었지??? 싶었지만 뭐, 바로 옆집이니 족장과 나의 대화가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개의치 않는다고 하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사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내게 말했다.

"남편 테바와 함께 그 메도를 퇴치해 주신다고요...하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남편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드리는 것 밖엔..."

"제가 알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가르쳐 주세요!"



"...알겠습니다. 남편이 향한 곳은 헤브라 산맥 기슭의 리노스 고개에 있는 [비행 훈련장]이라 불리는 곳이예요. "

비행 훈련장...! 리토의 마을로 오기 전에 길을 헤매다 이정표를 본 적이 있는 장소였다. 거기라면... 아마도 여기 리토의 마을을 둘러싼 호수 건너편쯤 될 텐데....



그녀는 테바가 왜 그곳으로 갔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곳은 리토의 전사들이 공중전 연습을 하는 곳이죠... 아마 남편은 메도와의 전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무기를 조달하러 간 것이겠지요..."



그리고는 하나 생각났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걸어서 비행 훈련장으로 향했어요. "



그러더니 사키는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광장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평소에는 리발 광장에서 비행 훈련장으로 날아가곤 했지만 지금은 높이 날아 오르면 메도에게 공격을 당하니까요...."



그리고는 리발 광장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리발 광장은 리토의 영걸 리발님의 이름을 딴 쉼터지요... 그 끔찍한 재앙의 날을 잊지 않도록.... "



아... 그래? 리발 광장... 맞다. 올라오면서 저곳에 잠깐 들렀었지... 이정표에도 리발 광장이라 쓰여 있었고...



그런데, 사키의 옆에서 리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이 풍경...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였더라? 아... 저 광장 바닥에 칠해져 있는 리토족의 마크....



분명 이 광장에 온 적이.... 있었다.... 있었어...!

지금은 밤이지만, 그 장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렸던... 아니...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사진기의 기억을 떠올릴 때처럼, 예전의 일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신수 바.메도는 지금처럼 리토 마을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날은 젤다 공주를 호위하며, 리토의 마을에서 신수 바.메도의 운용을 점검하는 날...



신수 바.메도를 조종하는 이는 영걸 리발... 그는 매우 자존심이 강한 전사였었지... 사사건건 나의 행동에 못마땅함을 보여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나는 나의 일만으로도 바빠서 리발이 뭐라 하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푸르른 하늘에 메도는 힘차게 날고 있었다. 조종도 순조로워 보였고... 그러나 .. 나는 그걸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리토의 광장 가운데 서서, 하늘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가볍게 날아오르는.. 리발을 보고 있었다.



리발은 그 때 특이한 기술을 쓰고 있었다. 보통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타고 날아가는 것이 리토족의 비행 방법이었는데, 리발은 아래에서 위로 갑자기 솟구치듯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 기술... 리토족은 대단하구나... 감탄했던 순간, 리발이 내 앞에 착지했다.



리발은 자신의 큰 날개를 뽐내듯 펼치며, 내 앞에 있는 난간 위에 가볍게 섰다.



그러더니 내게 갑자기 질문을 했다.

"어때? 방금 것."



... 어떠냐고? 어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니... 그런데, 리발은 내 생각이나 기분을 알기 위해 물어보는 것 같지 같았다.

"상승 기류를 발생시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나의 기술 ...말이다."



한 팔로는 주먹을 쥐듯 힘을 과시하는 포즈를 취하던 리발은 자신의 기술에 도취되어 있었다.

"하늘의 지배자 리토족 사이에서도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테크닉!"



그리고는 한번 생각해 보라는 듯, 내게 이렇게 말했지...

"이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 재앙 가논과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게 분명하다구!"



그는 난간에서 내려와 내 앞으로 조금씩 걸어왔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보라는 듯...

"그리고 일족 중에서도 최고라 평가 받는 화살의 명수......"



그는 내 주변을 빙글 돌아 걸어다니면서, 자신의 능력은 다른 영걸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즉, 나 리발이야말로 재앙 토벌의 핵심 전력으로 어울리는 전사란 말이야...."


리발은 정말 자신감이 상당했다. 그 자신감은... 헛것은 아니었다. 영걸로 임명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니까... 거기다 리발은 노력형 천재라는 말도 돌았었지....



그런데 리발은 갑자기 방향을 휙 바꾸어 그 긴 깃털로 이루어진 손끝 한 부분을 내 얼굴 가까이에, 찌르듯 갖다 댔다. 잠시 한숨을 쉰 그는 아주 불만이 가득찬 목소리로 내게 퍼붓기 시작했다.

".... 그런데도! 나에게 맡겨진 사명은 너의 지원뿐...."



그는 내가 영걸의 리더인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네가 그 낡아 빠진 퇴마의 검이란 것의 주인이란 이유 하나로!!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



낡아 빠진 퇴마의 검이라니....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참기는 어려운 말들이었다.. 그러나 리발의 의도는 명확했다. 나를 도발하기 위한 것. 그래서 마음을 침착하게 가지려고 했지만, 그때 나는 불쾌한 것을 숨기지 못했다. 젤다 공주의 호위를 맡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게 불편했기에, 되도록 감정을 숨겨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던 때였으니...


포커페이스를 하기 위해선 되도록 무표정으로 있어야 했는데, 실패한 것이었다. 아...



그는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잘 되었다는 듯, 전사라면 덤벼보라는 2차 도발을 시도했다.

"그러면, 승부라도 해 볼 테야? 응?"



승부? 눈살이 ... 찌푸려지면 안 되는데... 아... 하지만 이미 표정 관리 실패였다.

리발은 갑자기 좋은 장소가 생각났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래, 저기는 어떨까?!"



리발이 가리킨 장소는... 하늘을 시원하게 날고 있는 신수 바.메도.... 놀리나 싶었다.



그러자 리발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미안, 미안!"



그리고는 뒤를 휙 돌아 하늘을 보더니 이렇게 비꼬았다.

"네 혼자 힘으로는 저 신수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나?"



그는 크게 웃으며 하늘로 다시 날아올라 신수 바.메도로 가 버렸다. .... 결국 나를 놀리고 싶었던 것이었던가....



그랬었구나. 그랬구나.


리발은 메도로 돌아갔고, 나는 그걸 바라볼 뿐이었다. 리발의 도발로 화가 났었지만, 그걸 감추지 못해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날... 다만, 리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었지....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후우....

그제서야 리발이 왜 나만 보면 그렇게 표정이 좋지 않았던가를 깨달았다. 녀석은... 영걸의 중심이 되고 싶었구나... 자신이 리더가 되어 재앙 가논과 싸우고 싶어 안달났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허를 찔렸고... 녀석은... 자신이 조종하던 메도 안에서... 죽음을 맞았다.... 정말... 뭐라 해야 할지.


그건 그렇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리발과의 기억을 되찾고 보니 몰랐던 걸 깨달은 기분이 되었다. 당시에 나는 리발이 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퇴마의 검까지 깔보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났을 뿐... 왜 그런 도발을 하는지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지...


나 역시, 나름의 일들로 괴로웠을 때....



사키가 나를 크게 부르는 소리에 아- 하고 정신이 돌아왔다.

"후예님!!"



"후예님, 왜 그러세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아마 기억을 할 때 내가 비틀거렸을 테고.. 그걸 지켜본 사키는 불안했겠지...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했나 봐요..."

사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사키는 자신이 더 도울 것이 있다면 돕겠다며 궁금한 게 있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가 가르쳐드릴 테니 물어보세요."

"영걸 리발에 대해 좀 더 알려주세요."



사키는 리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리발님은 리토의 전설적인 전사랍니다. 그리고 모든 리토 남자들의 동경의 대상… 이지요.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아들인 튤리를 [리발님 같은 전사로 키울거야]가 말버릇이예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같이 놀아 준다고 하고는 비행 훈련장에 데려 가곤 한답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사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튤리가 전사가 되길 바라지 않지만요…….남편은 옛날부터 무모한 면이 있어서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이번에도 저희가 말했는데도 듣지 않고 혼자서, 메도를 막는다고 가버렸지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낮게 말했다.

“저는 리토의 전사에게 시집 온 몸… 무슨 일이 생기든 각오는 되어 있답니다… 남편을, 테바를…. 잘 부탁드려요….”



리발에 대해 물었지만 오히려 테바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들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리토족 남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 외에는 모두 전사로 키워진다는 것…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리발이 추앙받는 영걸이라는 건 자명한 것이었다.


리발… 다시 만나면 뭐라고 할런지. 고운 말은 나오지 않겠지만, 다음의 길을 열기 위해선 그 리발의 영혼을 해방시켜야 한다.


할 수 있을 거야! 미파의 일 때도 차근차근 했었으니까… 스스로를 믿을 수 밖에.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며 달빛이 밝은 리토의 마을 주변을 내려다 보았다. 사키가 말한 비행 연습장 쪽을 바라보며, 패러세일을 펼친 후 바로 출발했다.


신수 바.메도! 곧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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