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45)
마을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고 또 다른 다리를 넘어 오르니 비로소 마을 입구처럼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거기엔 어떤 리토족이 창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여행객이 온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응? 이런 시간에 여행객인가?”
그는 중얼거리더니,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손님을 환대해 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그럴 여유가 없어…”
흠. 역시 뭔가 일이 있군…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야?”
그는 하늘에 떠 있는 큰 새를 가리켰다.
“하늘에 있는 괴물을 봤나? 저게 신수 바.메도라고 하는군…저게 며칠 전에 나타났는데 정찰을 나갔던 녀석이 그 신수 바.메도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어.“
그러더니 한숨을 쉬었다.
“… 예전에는 마을의 수호신이었는데 지금은 날아오르면 우리를 공격하지…”
날아오르기만 해도 신수가 공격을 한다니… 리토족은 날아서 이동하는 사람들일텐데 곤란하겠구나…
“반대로 녀석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면 공격도 당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그러니 용무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문을 통해 걸어서 출입하곤 해.”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날개의 리토족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그의 하소연을 듣고 답답하겠다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지만, 답답하더라도 안전한 게 나을 것이다. 이 리토족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다리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새것 처럼 보였구나...
그와 헤어져서 마을 계단을 오르다가 하일리아 여신상을 보았다. 이곳의 여신상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었다. 여신상 앞에 꽃도 놓여 있는 걸 보니, 리토족은 하일리아 여신에게 기도를 많이 하나 보다... 극복의 증표를 모으기만 하고 체력이나 생명력으로 바꾸지 않았기에, 나는 이 기회에 기도를 올렸다. 스테미나와 생명력의 그릇을 하나씩 받았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돌아가는 계단이 이어지면서, 리토족들이 머무르는 공간이 연결되어 있었다. 상당히 독특한 구조라서 놀랐다. 리토족들은 떨어져 산다기 보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구나... 마치 커다란 나무 하나에 새집이 여러 개 같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다 발레라고 하는 리토족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역시 발레도 신수 바.메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형씨는 아직 못 봤나? 얼마 전 나타난 괴물 녀석 말이야. "
"봤어요."
"으으... 그렇군... 정말 저 괴물이 나타나서 곤란한 일이 많아..."
"왜 이렇게 된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고, 자세한 건 꼭대기에 있는 족장님한테 들으슈."
아하. 이 나선 계단 꼭대기에 족장님이 계시는구나... 정보 하나 수집 완료.
조금 더 올라가니 옷가게가 있었다. 이런건 또 꼭 구경을 해야지?! 리토의 마을 옷가게에서는 추위 대비 방한구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상당하다....? 일단 방한 날개 장식이라는 건 1,000루피나 했고... (그러나 추위 가드 효과에 기본 방어력도 3이나 된다)
리토의 날개 옷이라는 건 하일리아인을 위해 만들어진 방한복으로, 보온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역시 추위 가드 효과가 있었다. 가격은 머리 장식보다는 저렴한데... 흠.. 아무래도 머리 장식은 보석이 들어가서 비싼 건가?
리토의 날개 바지라는 것도 잇었다. 리토의 날개 옷과 날개 바지는 모두 리토족의 깃털로 만들었다고.... 설마, 이 옷을 만들려고 리토족을 희생시키는 건 아니겠지??? 별 상상이 다 드는군...
어쨌거나, 추위에 한번 엄청 떨어보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봤더니 추위 가드 방어구를 마련하는 데는 루피를 아끼고 싶지 않아 모두 구매했다. 그랬더니...
옷가게를 운영하는 네크는 그런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형씨 돈 많네!"
방한복으로 모두 갈아입고 계단을 올라 다른 집에 살짝 들어가 보았다. 누구의 집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도 귀여운 아기새들이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다섯 마리.. 아니 다섯명의 아기 리토족들... 누구네 가족일까?
그 집을 지나 좀 더 올라가니 이번엔 요리를 하는 곳이 나왔다. 아마도 공동 부엌인 것 같다. 보통은 여관주변이나 마을 중심부에 요리하는 곳이 있는데, 리토의 마을에는 이렇게 따로 부엌같은 장소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테노 마을에도 공동 부엌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거기는 나 외에 누구도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여기는 요리솥 옆에 어떤 리토족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녀, 내가 말을 걸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여행자분... 당신은 누구를 위해서 요리하나요?"
누구를 위해서....? 음... 누구를.... 질문을 받기 전에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그저 여행을 위해 체력 보충을 하고 특수 효과를 얻기 위해 하는 거니까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요?"
그러자 그녀는 내게 다시 물었다.
"연인을 위해... 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지금 연인이 없다면 미래의 연인을 위해선요...?"
아.. 연인.... 그것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네... 가만... 나는 100년전에 연인이 있었을까? 있다면...누구였을까...? 흠... 근데 내가 했던 일로 봐선... 연인이 전혀 생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젤다 공주를 하루종일 호위하고 그랬으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나 있었을까? ... 흠... 아니지. 호위 기사가 되기 전엔 애인이 있었을지도.... ?
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대답을 망설이며 눈을 굴리고 있자, 그녀는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사과했다.
"갑자기 이상한 질문해서 미안해요..."
그녀의 이름은 하밀라였다. 하밀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살짝 내게 털어놓았다.
"저에게는 다섯 딸이 있어요... 요즘 신수 바.메도 때문에 밤이 되면, 이 마을이... 딸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이라...."
그러더니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분명... 배가 고파서 그런 거겠죠. 자, 냄비로 음식을 만들어서 배부르게 먹어 보자구요!"
그녀의 말이 맞다. 배가 고프면 걱정도 커지는 법. 나는 하밀라를 안심시켜 주고 싶어서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요리를 하기 위해 여러 재료를 꺼냈다.
요리 주머니를 보니, 리토의 마구간에서 요리를 했다고 해도 몇 개 안 해서 요리 주머니가 많이 비어 있었다. 그간 쓰지 않았던 재료와 수집한 것들을 탈탈 털어서, 이렇게 요리하면 어떨까? 저런 재료를 함께 써 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요리를 했다. 완성된 것 중 제일 먹음직스러웠던 음식은 '달게 조린 고기', '맥스 고기 스튜', '프루트 파이'다.
칙칙 보글보글 지글지글 요리가 익는 소리에 기대감이 커지고, 요리 결과물이 나타나면 그야말로 기쁘다. 모험을 떠난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언제냐 묻는다면? 단연코 요리하는 시간이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100년 전에도 요리를 하며 돌아다녔겠지? 예전엔 무기를 수집하고 칼을 정비하거나 단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날 처음 본 그 노인, 로암왕이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날 이후로 요리는 꽤 흥미로운 작업이라 느꼈다.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약간씩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긴 하다. 한번은 의외로 요리 재료에 쓰인다고 시커 스톤에 나온 재료를 요리에 썼는데, 조합이 잘못되었는지 “너무 딱딱한 요리”가 되었다. 무슨 재료였더라…? 음…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요리를 끝내고 나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는데 사당이 있었다! 리토 마을 중간에 사당이 있다니....
이 사당의 이름은 '아코.바타의 사당'이었다. 여기는 '풍차'라고 하는 과제를 주는데, 앞에 놓인 고대의 바람개비를 동시에 돌릴 수 있도록 바람 방향을 생각하며 바꾸면 극복할 수 있어 비교적 간단한 시련을 준 곳이었다.
사당 문제를 풀고 극복의 증표를 갖고 밖으로 나왔더니, 사당 바로 옆에서 왠 여자아이가 기운빠진 얼굴로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귀여운 여자아이의 이름은 키르라고 했다. 옆에는 엄마인 하밀라가(아, 간밤에 공동 부엌에서 만난 그 분) 키르를 타이르고 있었다. 키르의 불만은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허락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묻자, 키르가 그렇게 대답했다.
"위험하니까 마을 밖으로 나가면 안 된대...언니들하고 형제 바위에서 노래 연습하고 싶은데..."
"형제 바위?"
그러자 하밀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희집 막내딸 키르가 형제 바위에 가고 싶다고 매일 떼를 써서 힘들어요... 저 신수가 나타난 이후로 영 기운도 없고 버릇도 없어지고..."
하지만 답답하다 느끼고는 있어도, 허락받지 못하는 이유를 키르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키르는 화가 났는지,
"신수 바.메도 바보야~!!!" 라고 깜짝 놀랄 정도의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엄마인 하밀라가 키르를 타일렀다.
"얘, 키르! 바보라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신수 바.메도가 좀 이상해져서 그렇지... 전에는 마을 수호신이었다고 그랬었지? 그러니 엄마 입장에서는 바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 걸까.. 그렇지만 나는 키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뭐, 이해한다 해도... 사실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지만....
하밀라는 걱정되니까 제발 위험한 짓 하지 말라며 키르를 말렸다. 그리고는 이럴 때 남편이 마을에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남편을 야속하게 생각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생각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중요한 임무인걸요.. 저야말로 약한 소리 해선 안 되겠죠..."
남편이 마을에 없는 모양이구나... 흠... 중요한 임무 때문에 없는 모양인데, 무슨 일일까... 하밀라에게 뭔가 더 물어볼까 하다, 나는 족장을 찾는 일이 먼저다 싶어서 계단을 밟아 위로 올라갔다.
사당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집에 누군가 구석에 앉아 아파하고 있기에 들어갔다. 그는 부상을 당했는지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흠... 혹시 이 리토족이 신수에게 당했다고 하던 그 사람인가?
그는 끙끙대다 내가 들어와 있는 걸 알아챘다.
"아야야... 으... 어서와... 젠장!"
그 아픈 와중에 어서 오라는 인사를 하다니... 참 예의는 바른 사람이군... 나는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는 속시원히 무슨 일 때문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여행자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젠장, 저 괴물 녀석...."
씩씩대며 중얼거리는 그를 보니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다시 부족장을 찾으러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중간 즈음, 지금까지 리토족들의 집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입구에 쓰인 팻말에는 '리발 광장' 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 광장에 한 리토족이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며 서 있기에 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벨라라고 하는데, 나에게 신수 바.메도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여행자님, 신수 바.메도를 보셨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 역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것 때문에 모두 힘들어 하고 있어요... 저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오네요. 언제가 되면 마음 편하게 살까?"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리토족들은 신수 바.메도의 출현에 대해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날아다니지 못하는 현실이 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냥 보기엔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인데....
리발 광장에서 나와 돌아보니 또 다른 집이 있었다. 그 안에는 큰 올빼미 모습을 닮은 리토족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리토족의 부족장 같았다. 그도 뭔가 근심어린 표정을 잔뜩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그 사람이 눈을 뜨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손님이신가?"
그런데 그는 나를 한번 쓱 쳐다만 봤을 뿐인데,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호홋... 그 허리에 차고 계신 건 설마..."
음... 시커 스톤을 알아보는 건가? 그렇다면 이 사람이 진짜 부족장이겠다 싶어 나는 대답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리토의 마을 족장인 칸입니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내 허리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그 허리에 찬 것은 시커 스톤이 아닙니까?"
"맞아요."
그러자 칸 족장은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호호옷! 역시!!"
"그럼 당신도 리발님과 마찬가지로 신수 바.메도에 탈 수 있는 영걸 중 하나.... "
그는 그렇게 말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뭔가 속으로 중얼거리기에 나는 그의 입 모양에 집중했다.
'아니지...영걸님은 모두 100년 전에 돌아가셨지... 그렇다면... 시커 스톤을 물려 받은...후에....'
칸 족장은 모두 죽었다고 알고 있구나! 나에 대한 건 그럼 잘 모르겠군.
칸 부족장은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을..." 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말을 멈춘 것을 사과하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영걸의 후예님... 평생의 부탁입니다. 이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사실 그 이야기를 들으러 왔으므로 마다할 것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그는 조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걸의 후예라 믿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저기 하늘을 떠도는 신수 바. 메도를 멈춰 주십시오. 신수를 멈추게 하려면 선택된 영걸이 녀석의 내부에서 제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는 마을을 더욱 흉흉한 분위기로 만든, 리토족 부상 사건에 대한 전말을 털어놓았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설명을 했는데... 그러자, 성질이 급한 테바와 하츠 두 녀석이 메도를 정찰하러 갔습니다. 그때 메도의 공격을 받고 하츠가 부상을 당하고 말았지요..."
그리고는 더 큰일이라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메도의 공격을 피한 테바는 분한 나머지 혼자서 메도를 토벌하려 하고 있습니다... 테바를 찾아내 신수 바.메도를 멈춰 주십시오..."
테바는 어지간히도 화가 났었나 보다. 그런데...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정찰을 나간 전우가 다치고, 자신은 해결 방법을 알기는 어려우니... 전사의 심정상 그냥 돌아오기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칸은 돌려 말하거나 하는 것 없이 직접적으로 내게 부탁했다. 사실 그 일을 하러 온 것이니 다른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테바는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려 줄 수 없을까? 나는 칸에게 더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다.
칸 부족장은 협력해주겠다면 무엇이든 대답해 주겠다고 말했다.
"저희에게 협력해 주신다면 자세한 내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테바는 누구인가요?"
"테바는 저희 집 옆에 사는 리토의 마을의 전사입니다. 일전에 신수 바.메도 정찰을 나간 바로 그 장본인이지요. 하츠와 둘이 정찰을 나갔습니다만, 그때 하츠가 메도의 공격을 받고 퇴각했습니다."
음... 이미 그건 말씀하신 내용인데...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잠자코 있었다.
"화가 난 테바는 무모하게도 혼자서 메도 토벌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아직 메도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은 테바가 근처에도 못 갔다는 것이겟지요... "
"음... 테바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나요?"
비슷한 이야기만 계속 나오는 거 같아 아예 부족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테바의 아내인 사키라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구나. 일단 사키라는 사람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더 궁금하신 점 있습니까?"
"리발님...은 누구입니까?"
아까 칸 부족장과의 대화에서 그는 리토족의 영걸이라는 리발에 대해 언급하였다. 칸 부족장의 말에, 다시 찾은 예전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영걸들 모두가 라넬 로드에서 재앙 가논이 깨어난 걸 목격했을 때 하늘을 날았던 전사..... 그가 분명 리토족의 영걸이리라.
그러나 그의 이름을 이제 알게 되었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하기만 했다. 게다가 의아하게도 나를 쳐다보는 눈이 뭐랄까... 다른 영걸들처럼 친근한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에... 리발에 대해서는 좀 더 알고 싶었다.
칸 부족장은 친절하게 리발에 대해 알려 주었다.
"리발님은 100년 전 실재했던 리토의 마을의 전사입니다. 문헌에 따르면, 바람같이 하늘을 가르고 몸 길이만한 대궁을 손쉽게 다루셨다고 합니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 당시의 하이랄 왕께서 신수 바.메도의 조종을 명하셨다더군요. "
그러나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칸 부족장은 갑자기 고개를 아래로 뚝 떨구었다.
눈을 감고 슬픈 듯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리발님은 재앙 가논 토벌을 위해 신수에 탑승한 후 목숨을 잃었다 들었습니다. 100년전 신수 바.메도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는 자신이 우려하는 바를 이야기하며 신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나 혹시 나올 새로운 정보가 있을까 싶어 잠자코 칸의 말을 들었다.
"신수... 그것은 재앙 가논을 쓰러트리고자 건조된 고대 시커족의 유산... 하지만 모든 신수는 100년전 재앙 가논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 신수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 죄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다니..."
"혹... 재앙 가논이 부활할 징조일까요...?"
칸 부족장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선하고 지혜로운 눈빛을 가졌다. 칸의 말대로 재앙 가논이 부활할 징조일지는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건... 시커 타워가 땅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내가 이 마을 방향으로 왔기 때문이다. 신수 바.메도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100년전의 일에 대한 설욕을 하고자 하는 이때, 어디 해볼테면 해 보라며...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드니 지체할 수 없었다. 칸 부족장은 나에게 다시 한번 부탁의 말을 전했다.
"그럼 영걸의 후예님... 메도를... 그리고 테바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바로, 테바의 아내라는 사키를 찾으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