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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Apr 09. 2024

몬스터숍의 킬튼을 마주치다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8)


ㅇ월 ㄹㄹ일


다음 마을을 찾아가기 전에, 추낙 지방을 돌아다니다 생겼던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둔다.


추낙의 탑을 정복한 이후, 시자기 마을 주변으로 날아가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본 날이었다. 추낙의 탑을 정복하기 전에는 비가 정말 자주 왔었는데, 탑에서 지도를 얻고 나자 맑은 날씨가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느꼈을 때였다.



숲보다는 들판이 많은 추낙 지방이지만, 은근히 나무의 수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랗게 때로는 붉게 물든 나무들이 푸른 들판 위에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이니까. 추낙 지방 만의 매력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기분좋게 느꼈던, 얼마 안 되는 여유를 만끽하다 사당을 발견했다.



비가 오고 있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시자기 마을 주변에 사당이 있다니! 앞으로 시자기 마을에 올 일이 있다면 이곳으로 워프해야겠다 생각하고 시커 스톤을 인증했다. 이곳 사당의 이름은 '다히. 시노의 사당'이었다.

어떤 퍼즐이 있을까 기대하며 들어갔는데(어느새 사당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는 마음이 생기다니... 놀랄 일이다) 실망스럽게도, 이곳은 '힘의 시련 초급' 과제가 있는 곳이었다.


힘의 시련 초급.. 정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할 수 있다. 그간 사당을 50군데 이상 갔더니, 이제 이런 정도는 대단한 부담감도 아니구나 생각했다. 사당에서 극복의 증표를 받고 나오면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는 나... 시작의 대지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분명, 그랬다. 힘의 시련 초급..에 실망했다니. 하하....


이런 것이 용사의 마음인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사당 주변을 둘러볼 때였다. 울긋불긋 나무들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저 빛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갸우뚱하다 망원경을 꺼내 살펴보았더니 과연! 닫혀 있는 요정의 샘에서 새어나오는 빛이었다.



추낙 지방에도 요정의 샘이 있구나! 대요정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패러세일을 펼쳐 아래 숲으로 날아갔다. 샘 봉오리는 닫혀 있었지만,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봉오리 주변에는 작은 요정들이 날고 있었다.



작은 요정들을 잡기 위해서 몸을 땅쪽으로 바짝 낮추고 요정의 샘 입구 쪽으로 기어가다시피 움직였다. 요정들은 작은 흔들림이나 움직임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요정들을 놓치기 쉽다.


시작의 대지를 나올 때만 해도 잘 몰랐지만, 그간 요정의 샘을 두곳 열고, 이런 저런 전투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된 것 중 하나는 요정의 요긴함이다. 이 초록 날개로 살랑살랑 나비처럼 나는 작은 요정들은, 주머니에 잘 넣어 둘 경우 내가 기절하기 일보직전에 주머니에서 알아서 나온 후, 나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갑작스런 전투에서 생각보다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생명력을 일시에 잃어버리는 공격을 당해 쓰러지면, 시도했던 전투는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다시 정신이 들어 깼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분노에 가까운 감정일 때도 있고, 부끄럽다 생각될 때도 있고... 하지만 미파의 기도를 소진했을 때 주머니의 요정들이 있다면, 그런 감정에 빠질 기회는 없는 것이다.


다시금 전투에 임하도록 스스로를 추스리거나, 방어력이나 전투력을 올려 줄 요리를 챙겨 먹으며 마음가짐을 새로 갖고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 눈앞의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할지를 잠시 생각하며 ...


요정이 4마리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를 놓치고 나머지를 잡았다. 요정을 주머니에 잘 넣은 후 나는 일어서서 요정의 샘으로 올라갔다. 아직 열리지 않은 요정의 봉우리로 다가가 말을 걸자, 또 다른 대요정의 목소리는 루피를 요구했다. 그런데 요구하는 금액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요정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 방어력을 더 올릴 수 있을 테니, 나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간 모아두었던 루피를 건넸다.



이번에 요정의 샘에서 나온 대요정 이름은 '미자'였다. 미자는 머리부터 손끝까지 달콤한 향을 풍겼고, 보랏빛을 띠고 있는 대요정이었다. 이마와 한 눈을 덮을 정도로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자는, 그간 내가 만났던 대요정들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대요정은 샘에서 튀어나온 후 잠시동안 자신의 턱에 한 손을 괴고 나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살짝 숙여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꽤나 날카로워 어쩔 줄 모르는데, 대요정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 울리기 시작했다.

"흐음...? 보다 더 근육질에 늠름한 자라 생각했거늘...."


에.... 지금 나의 체격이 작다고 놀리는 건가?



내가 조금 놀라자, 미자 대요정은 작게 웃더니 별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호호... 나는 마른 남자도 품을 수 있네..."

품..품다니 무슨 소리지! 그 말에 왠지 긴장이 되고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빨리 강화나 해 달라고 말했다. 미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옷과 재료를 보여달라고 했다.



미자는 이전 대요정들보다는 훨씬 능력이 좋아서, 이미 두 번 강화한 방어구들도 강화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세번째 강화를 부탁하자, 대요정은 눈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갖다대려고 하였다. 대요정은 두 눈을 모두 감고 자신의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아....아아앗??"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미자는 그런 나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얼굴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대요정의 입김에서 나오는 눈부신 빛과 진한 꽃향은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숨이 막혀왔다. 하아아....


대요정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부족한 숨을 헐떡이는데, 시커 스톤에서 울리는 방어구 알림은 깜짝 놀랄 만한 두자리 숫자로 방어력이 올랐다! 아.... 방어력이 오른 것은 좋은데,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이 대요정의 감당하기 힘든 키스를 받아야 한다는 뜻? 곤... 곤란하다...


이후 나는 방어력을 올릴 옷을 고르는 데 매우 신중해졌다. 자주 입어야 할 방어구인지,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서 강화해야 할 것을 골랐다. 모든 방어구를 3단계 이상 올린다면, 대요정의 키스는.... 너무 강...강하고 버겁다!

 


대요정의 샘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내리는 새벽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비... 설상가상으로 번개까지 친다. 하늘에 모인 검은 먹구름끼리 싸우다 내리치는 번개는 대지의 커다란 위협이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커다란 나무도 번개를 맞으면 금새 불타오른다. 처음 그 광경을 보았을 땐 두려워서, 번개를 피할 곳을 찾다가 몬스터와 싸우는 해프닝도 여러 번 있었다.


한번은 운이 나쁘게도 이렇게 비오고 번개치는 날, 여러마리의 스탈 몬스터와 일렉트릭 키이스를 같이 맞닥뜨렸던 적이 있었다. 키이스를 먼저 처리하려 했으나, 스탈 몬스터들이 쏘아대는 화살에 맞아 공격 포인트를 놓쳐 키이스의 공격을 받았다. 찌릿한 전기가 순간 온몸을 타고 흘러 고통을 느꼈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방패와 무기를 모두 놓쳤다.


당황하여 무기를 집으려는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기에 전기가 흐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무기를 바로 집지 못했다. 혹시 집어 들다가 번개가 내리친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순간, 머릿속을 번뜩이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시커 스톤의 마그넷 캐치로 검을 들어 몬스터에게 갖다댄다면?


시커 스톤을 얼른 켜서 마그넷 캐치로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스탈 몬스터(아마도 모리블린이었던 것 같다)가 날린 화살을 또 맞아서 검을 놓쳤다. 내 옆으로 다른 몬스터가 다가와 곤봉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 자리에 서 있던 모든 이가 놀랄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검에 번개가 쳤다. 그 바람에 내 주변에 서 있던 몬스터 한마리가 그대로 번개를 맞았다. 순식간에 몬스터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나는 그 덕에 다른 무기를 들어 주변 몬스터들을 해치웠던 적이 있다.



그런 기억을 돌아보며 추낙 지방을 헤매다, 킬튼이 출몰하는 것을 봤다는 해골 연못 근처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은 아침... 비는 어느새 멎어 있었다. 킬튼은 밤에 나타난다고 했던 것 같아서, 모닥불을 피웠다. 부싯돌과 장작 하나를 꺼낸 후, 부싯돌을 칼로 치자 불꽃이 확 일어 잘 마른 나무에 옮겨붙었다.


모닥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붕도 없는 해골 연못의 어느 차가운 돌바닥은 차차 모닥불의 화력 덕분에 따스하게 데워졌다. 밤도 아닌 아침에 불을 피우고 앉아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새벽에 비를 맞아 지치고 피곤했는지 저절로 돌벽에 어깨를 기대게 되었다. 젖어 있었던 옷이 말라가고, 다소 따갑게 내리쬐던 햇살은 구름에 가려졌다. 나는 해골 연못 주변, 다소 독특하게 생긴 바위 사이로 불어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음으로 갈 마을은 아무래도 고론족이 있는 곳이어야겠지... 시자기 마을의 허드슨이 부탁했던 일이 생각났다.


'팔 힘이 센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고론족..'.


고론족이라 하면, 길을 가다 가끔 만난 적이 있었다. 키는 나보다 곱절로 크고 온몸이 돌로 되어 있는 사람들.... 그들의 육중한 몸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도 신기할 때가 있다. 고론족은 어디에 살까? ㅇ마도 젤다 공주와 각지 유물 조사를 다닐 때도 갔던 곳일텐데.... 시커 스톤을 열어 지도를 보았지만, 고론 관련된 지명은 없었다. 아직 내가 정보를 받지 못한 지역에 있는 것이리라....


그러다 깜박 졸았다. 정신이 들어 보니 이미 밤이 되었다! 아니.. 졸았던 게 아니라 그냥 잠든 거였나? 시간이 참 속절없이 빨리도 간다 싶어 몸을 일으켰다. 모닥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해골 연못 위에 솟아 있는 여러 돌기둥 중 한곳이어서, 나는 킬튼을 찾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서 있는 돌기둥 아래에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저것이 킬튼인가? 확인을 하기 위해 패러세일을 펼쳐 아래로 내려갔다.



땅에 착지한 후 그 이상하게 생긴 물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 물체는 아주 커다란 기구를 달고 있는 작은 집이었다. 집에는 작은 간판이 달려 있었고, 앞으로 나 있는 창문 안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다. 창문을 가리는 용도의 보랏빛 커튼이 양쪽으로 치워져 있었고, 발치에는 작은 등이 2개 켜져 있었다.



내가 좀 더 다가가자, 나의 발소리에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아... 내가 보았던 이상하게 생긴 얼굴은 그의 모자였다. 모자를 사람 얼굴로 만들어 놓다니, 꽤 재미있는 생각인걸? 그런데, 그의 얼굴도 모자와 별반 다를 게 없긴 했다. 처음 보는, 잿빛에 가까운 피부를 가진 그는 얼굴이 매우 길고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이었다. 눈은 매우 동그랗고 흰 수염을 길렀다. 앉아 있는 건 줄 알았더니 서 있어서 나 역시 놀랐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목이 쉰 쇳소리를 내며 깜짝 놀랐다.

"히이~~~익!!!"



그는 나를 잠깐 주시하더니 갑자기 앞에 놓인 탁자에 얼굴을 묻고는 슬퍼하며 웅얼거렸다.

"에~이... 그냥 하일리아인이잖아...."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이 의외의 반응은 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사람이 어느 종족에 속해있는지도 잘 모르겠기에, 누구냐고 물었다.

"당신은 누구....?"



나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휙 빠르게 들더니 인사를 했다.

"핫... 저요? 아, 아앗...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킬튼이라고 합니다."


역시..! 제대로 찾아왔구나. 차비도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던 킬튼...정말로 이곳에 있네!

 


그는 나의 마음을 엿볼 줄 아는지 이렇게 물었다.

"설마... 몬스터숍의 소문을 듣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 몬스터숍?"



몬스터숍이 뭔지 몰라서 킬튼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계속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몬스터숍이라는 킬튼의 말에 잠깐 생각해 보니, 차비가 건넸던 보답품 중에 몬스터엑기스라는것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럼 그 물건을 파는 사람이 킬튼이란 이야기였던 건가...? 하지만 킬튼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건너뛰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몬스터숍은 현재 준비 중입니다..."



그러더니 내게 명함이라는 것을 건넸다.

"아, 그렇지... 명함 받으시죠.."



명함이라는게 뭔지 몰랐는데, 킬튼은 내게 작은 종이 하나를 건넸다. 약간 빳빳하고 딱딱한 종이였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몬스터 소재 고가 매입 중. 몬스터숍 킬튼"



몬스터 소재를 사들이고 있다고? 어니 이런 희소식이.... 안 그래도 자꾸 쌓여만 가는 소재가 버거웠다.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킬튼은 내게 다시 명함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네... 그럼 명함 돌려주세요."



몬스터 소재는 어떻게 사들이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는데, 킬튼이 오히려 내게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손님... 몬스터는 좋아하시나요?"

몬스터?? 사실 좋아하지 않지만.... 킬튼은 몬스터숍을 운영한다 했으니 여기서 싫다고 대답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좋아해."



그러자 킬튼은 다소 놀라면서도 매우 기쁜 눈빛을 보였다.

"호...호홋! 얼마나 좋아하시나요?"

킬튼은 내가 몬스터를 좋아한다고 대답한 것이 반가워 보였다. 그렇지만 얼마냐 좋아하느냐 묻다니... 일종의 시험인 셈인가? 나는 아주 좋아한다고 대답하려고 마음먹었다가, 킬튼의 게슴츠레한 눈빛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아주 좋아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음... 몹시 좋아하는 편이지..."



그러자 킬튼은 앞에 놓인 간이 테이블을 쾅! 두 주먹으로 치면서 화를 냈다. 어찌나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굴리는지... 솔직히 조금 겁났다....

"제가 더 몬스터를 사랑합니다~~~~앗!!!!"



그는 화를 내고는 잠깐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스스로 놀라면서 고개를 급히 아래로 숙였다.

"앗... 죄송합니다! 또 저질러 버렸군요..."

누군가 몬스터를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는 모양이군... 또 저질러 버리다니...



아직 개점 전이라면서도 킬튼은 자신이 몬스터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몬스터숍을 열었다고 했다.

"전... 몬스터를 너무 좋아해서 가게... 몬스터숍을 열어 버렸습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즐겁게 판다....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는데.... 흠.... 아! 그래. '덕업일치(德業一致)'라고 했던것 같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그건 모두들 꿈꾸는 삶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킬튼은 행복한 사람일수도 있겠다. 비록, 대다수 하이랄 왕국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몬스터를 좋아하는 것...일지라도.



그러더니 킬튼은 이제 몬스터 조사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자아... 다음은 어느 마을을 거점으로  몬스터 조사를 할까요..."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을 정해야 하는데... 혹시 킬튼이 알고 있는 마을 중에서 내가 모르는 마을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킬튼이 중얼거리는 걸 내버려두었다.

"카카리코 마을이나 하테노 마을... 아니지, 리토의 마을이랑 조라의 마을도 아쉬운데..."



여기까지는 다 아는 마을..

"더 먼 겔드의 마을이나 나크시 마을...  가까운 곳 중엔 추낙호인가...."

추낙호라면 시자기 마을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겔드의 마을은... 한번 들어본 적은 있군... 먼 곳이라니, 거기도 신수가 출몰한 곳일까?



킬튼은 조사를 떠난다고 하면서 말은 오싹오싹하다고 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아주 즐거움을 감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아~~~앗!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하군요!"



그러더니 몬스터 조사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고는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남겼다.

"그럼, 몬스터 조사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또 어딘가의 마을에서 밤에라도 뵙지요."



그 인사를 남기더니 킬튼은 내 눈앞에서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앗!

아.... 동추낙 마구간이었던가... 거기 호스타라는 사람이 킬튼의 그림을 남겨 달라고 했는데....!!!


나는 킬튼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야 호스타의 부탁이 생각났다. 뭐, 다른 마을에서 밤에 만나자고 했으니 다른 마을로 가면 되겠다만.... 이제 난 신수 찾으러 갈 건데... 고론 마을에는 안 나타난다고 했고...


약간 짜증이 났지만, 몬스터숍이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괜한 성을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또 인연이 닿는다면 만날 수 있겠지... 이제 나는 고론족을 찾으러 출발해야 한다. 고론족은 어디에 있을까? 마구간에 가서  물어보면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지도가 열리지 않은 가장 가까운 쪽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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