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과 혐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아무리 이력서 제출과 면접으로 이어지는 구직-채용과정이 서로가 속고 속이는 도박판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오만 잡동사니들이 한데 모여 치고받고 뒹구는 노름보다 더 'NO간지'인 것이 구직판이다. 자신이 쥐고 있는 패가 썩 좋지 않아도 그럴싸하게 연기를 하며 상대방을 속여 넘기는 과정은 똑같다지만 그 결말로 치닫는 과정과 걸리는 시간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기 때문.
노름의 경우, 판이 끝나면 서로가 쥐고 있던 패를 보여주며 '네가 내 이런 술수에 놀아났다'라고 밝히는 훈훈한(?) 마무리 단계를 거친다. 속은 이가 분기탱천하여 달려들더라도 돈을 딴 이가 판돈을 가방에 쓸어 넣고 퇴장하면 상황 종료. 짧으면 몇 분 길어야 몇 시간 안에 어쨌거나 일단락은 지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와 구직자와의 정보 싸움은 양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일하고 싶은 기업' 이미지를 어필한 회사와 '준비된 실무자'의 이미지를 협상 테이블에 내놓은 신경전에서 후자의 전략과 셀프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경우 마침내 구직자는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지불하는 인건비 이상의 아웃풋을 뽑아내려 쥐어짤 것이고, 채용자는 자신의 오만 스킬과 노력, 시간과 에너지 및 현생을 갈아 넣어야 하는 회사 생활에 곧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야기된 소모전의 시작이다. 양측 전선은 머지않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물론 회사의 경우 입는 데미지는 미미하고 소소한 수 준지만, 일개 사원의 경우 현생은 휘발되고 혐생만이 남게 될 수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자신과의 지난한 타협과 협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