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own shadow leaves you
어두운 시절에 남이 내 곁을 지켜줄 거라 생각하지 말라. 해가 지면 심지어 내 그림자도 나를 버리기 마련이다
Don't depend too much on anyone in this world because even your own shadow leaves you when you are in darkness
by. Ibn Taymiyyah
시리아의 법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이븐 타이마야가 11세기에 남겼던 말이다.
상상해보라. 당신은 가로등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시골길 위를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는 오직 당신만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을이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제 붉은 도포 자락을 이끌고 동산 저편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뿐이다. 해가 짧아질수록 당신의 그림자는 길어질 것이다. 고양이의 동공처럼 길 위에 세로로 찢어지던 당신의 분신은 완연한 어둠의 등장과 함께 곧 잠식 될 것이다.
밤이 온 것이다.
해 질 녘과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은 그 농도를 달리한다. 이처럼 달도, 별 무리도 찾을 수 없는 안개 낀 시간 속에선 그림자조차 당신 곁을 떠나기 마련이다.
Ella Wheeler Wilcox의 Solitude(고독)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
Weep, and you weep alone.
웃어라, 그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
Rejoice, and men will seek you;
Grieve, and they turn and go.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을 것이다;
슬퍼하라, 그들이 네게 등을 돌릴 것이다.
(...)
There are none to decline your nectared wine,
But alone you must drink life's gall.
네 감미로운 와인을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인생의 쓴 잔은 홀로 들이켜야 할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이 늙고 오래된 지구는, 누군가의 즐거움을 빌려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고. 이 세상에 슬픔과 고통은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에 타인의 절망은 더 이상 관심과 주목거리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당신이 기쁨에 겨워 흥얼거리는 노랫 소리는 다정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이나, 절망의 탄식과 한숨은 찬 새벽 공기 중에 서리도 맺지 못한 채 흩어지고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당신에게 기쁘고 축하할 일이 많이 생길수록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조차 당신의 이름을 듣고 찾아와 곁에 머물고자 할 것이며, 만약 당신이 타인에게 전할 것이 근심과 고민밖에 없게 되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친구들조차 당신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결국, 당신의 그림자조차 당신을 저버리게 되리라 your own shadow leaves you when you are in darkness.
'인생은 혼자다'라는 말은 허무주의자들이 거드름이나 피워볼 요량으로 내뱉은 말은 아닐 것이다. 이미 한 줌의 재로 흩어진 이들이 오래 된 양피지 위에 꾹꾹 눌러 담아 후대를 위해 남기고 싶었던 말은 끔찍한 예언이 아닌 근심 어린 조언이었을 것이다.
'네 인생의 전쟁은 결국 홀로 치러야 하는 법. 기댈 곳을 찾아 헤매지 말라. 너 자신을 대신하여 창과 방패를 들어줄 이를 찾지 말라. 다른 이들이 너에게 바라는 것은 '기대'가 아닌 '감사' 일뿐이니.'
진정한 친구, 진정한 연인을 찾기 전에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일이다. '나조차도, 가장 어렵고 힘들 때의 나를, 가장 보잘것없고 초라할 때의 나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결국 탄생과 죽음의 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존재는 자신밖에 없다. 연인조차, 친구조차 심지어 가족도 당신의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를 지켜봐 줄 수 없다.
당신은
홀로,
오롯이,
당신 인생의 전쟁을 치러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공성전에 실패하여 패주할 때조차, 자신이라는 짐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가?
당신은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가?
There is room in the halls of pleasure
For a long and lordly train,
But one by one we must all file on
Through the narrow aisle of pain.
즐거운 연회장엔 길고 화려한 행열을 들일 수 있으나,
고통의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우리는 한 명씩 지나가야 한다.
- Ella Wheeler Wilc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