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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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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pr 05. 2020

'야성의 맛'

피를 야성적 불로 바꾼 것처럼 강해진 느낌을 찾아







나는 캐치-22의 요사리안을 미워하고 사랑한다. '캐치-22'로도 길들일 수 없는 그의 야생성이 나를 사로잡는다. 가령, 이러한 그의 기분들이-


아파트에서 걸어 나와 층계를 내려가며,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가 나서 캐치-22를 저주했다. 캐치-22가 존재하지 않음을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믿는다는 것이었으며, 비웃거나 반박하거나 비난하거나 비판하거나 공격하거나 개정하거나 증오하거나 헐뜯거나 침을 뱉거나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짓밟거나 태워 버릴 대상이나 텍스트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난처했다.  

    


비웃거나,

반박하거나,

비난하거나,

비판하거나,

공격하거나,

개정하거나,

증오하거나,

헐뜯거나,

침을 뱉거나,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짓밟거나,

태워버리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나를 사로잡는 것이다.


나도 이따금 그러한 걷잡을 수 없는 잔인성에 휩싸이기 때문에. 내 안에 흐르는 어머니 늑대의 피가 바로 나의 '완벽한 사회화 실패'의 요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사회화에 실패한 짐승이다.

나는 앞으로도 참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고, 순화되지 않고, 입을 틀어막지 않고, 족쇄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반쪽자리 엉성한 인간이 되느니, 어머니 늑대의 피를 이어받은 짐승으로 살다 죽어갈 것이다.


친절한 웃음과 가식적인 목소리는 지우고, 음울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여기저기 터벅거리며 비관적인 호기심으로 모든 방들을 둘러볼 것이다. 그리고 유리로 만든 모든 것을 몽둥이로 부수어 버리고, 휘장을 찢고 침구는 마룻바닥에 내팽개치리라. 깨질 만한 것들은 모두 깨뜨리리라. 파괴는 철저할 것이다. 어느 난폭한 파괴자도 이보다 철저할 수는 없을 정도로. 방마다 창문은 모두 부수어지고 깨진 유리창으로 어둠이 잉크빛 구름처럼 쏟아져 들어오리라.

파괴하는 자들의 악의에 차고 불길 같은 흥분과, 정의와 헌신을 앞세운 무자비함을 마음껏 누리리라.


가장 완벽한 파괴자가 되기 위해 더욱 철저히 정의와 헌신을 앞세워 신성한 체해주리라.


당신의 멸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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