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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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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l 21. 2020

안전 안내 문자의 스팸화

그리고 전염병의 무경계성



띠링-.

또다시 안전 안내 문자가 들어 왔다.
처음에는 경보음이 울리며 재난 문자가 들어올 때마다 마치 누군가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다잉 메시지를 받아 본 것처럼 가슴이 철렁하고는 했는데, 기본적으로 하루에 두세 통씩 문자가 들어오는 날이 길어질수록 안내 문자는 점점 스팸 문자화되었다. 오죽하면 네이버 검색창에 ‘안전 안내…’까지만 검색어를 타이핑하기만 해도 ‘안전 안내 문자 차단’이라는 검색어가 자동 완성되겠는가. 한반도의 많은 인구가 안전 안내 문자 물림 현상을 비슷하게 겪고 있는 모양이다.



3월 이후 한국에는 청년 일자리만 1백만 개가 사라졌다고 한다. 예로부터 한 나라에 역병이 돌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취약계층이라고 하지만 사랑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샌님이라고 창궐하는 전염병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법. 게다가 이번 역병은 공기매개감염으로 퍼져 나간다. 말인즉슨 시궁창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 하층민뿐만 아니라 한남더힐 고층에 사는 부유층도 모두 공평하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앞에 벌벌 떨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이 호흡기계 전염병이 내재하고 있는 ‘무경계’적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이 역병은 국적, 인종, 나이, 직업, 집단 내에서의 서열, 재산 정도 등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기 위해 세웠던 경계들이 속절없이 허물어져 내린다. 계층 사다리 위에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울게 했으며 또 욕망하게 했던 그 모든 것이 고작 바이러스 하나에 별것도 아닌 시시함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끔찍스러운 것이다. 아, 모든 것이 이토록 덧없이 무너지고 사라지고 무의미해질 수 있다니! ‘감히’ 계급 귀천도 따지지 않고 인간을 습격한 바이러스 앞에 계급 사다리 위쪽에 앉아 계신 분들이 먼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였을지도 모른다.

죽음 앞에 모두가 한낱 무방비 상태의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신이 우리에게 선사한 유머다. 그리고 난 그의 블랙 조크에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고깃덩어리 392,011,346번이고.
아, 물론 박수도 비말 차단 마스크를 낀 채로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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