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저서 「반항하는 인간」에서 인간 부조리에 대한 근거를 차근차근 들어갈 때, 가장 먼저 인간의 자살과 살인에 대해 언급한다. 그가 말하길,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고독하게 혼자서 자살하는 사람은 여전히 어떤 가치를 옹호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타인의 생명을 좌우할 권리를 스스로에게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자살을 결심한 순간 '무서운 힘'을 획득하게 되는데, 사회 속 시스템에 종속될 부담이 사라지면서 사회적으로 계약된 모든 범법 행위를 비롯한 각종 비윤리적 행위와 비도덕적 언행에 대한 무한대의 자유를 얻게 됨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우리가 힘센 사람보다 '미친 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이유도, 정신줄을 놓아 버린 사람은 무서워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더는 잃을 게 없어서 악 밖에 안 남았다'라고 외치며 시위 대열 앞에서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건물로 돌진하는 이는 이성을 탑재한 마약 밀매범 보다 훨씬 큰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자살을 결심한 이는 위와 같은 근거로 인해 '사회적 제약'이라는 브레이크가 풀린 무서운 힘과 자유를 얻게 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한 자살자의 경우 삶을 포기함으로 인해 얻는 순간적 자유와 힘을 결코 타인을 지배하거나 파괴하는 데 사용(ex: 자살 테러 등)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카뮈는 모든 고독한 자살은 어딘가 고결하거나 도도한 데가 있는 법이라고 한 것이다. '사람이 고고하다는 것은 그에게 무엇인가 믿는 것이 있다는 뜻'이기에, 적어도 죽는 순간까지 그는 타인의 권리를 자신이 함부로 훼손하거나 침범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에 보존한 데에 있다.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고독한 자살자가 특별히 타인의 경계와 권리 침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 그저 모든 분노와 원망을 외부로 표출시키지 못한 채 내부로 함몰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자살이야 말로 자해를 넘어선 궁극의 자기 파괴 및 부정행위로써, '자신의 살 권리'에 신경질적으로 극단적인 가치를 매겨 앞으로의 모든 기회를 영구히 박탈 하겠노라는 판결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개인의 운명에 대한 활의 시위를 밖으로 돌리지 못한 이의 감상적이고도 비극적인 최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