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거리는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린 채 단잠을 자고 있던 나는 푸스스 눈을 뜬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은 종소리의 여운과도 같은 미세한 파동이었다.
드륵,
나는 습자지처럼 얇은 눈꺼풀을 열고,
침대 곁에 난 창문께로 다가간다.
가만 창틀에 턱을 괜 채
이어질 종소리를 기다리며 폐부 깊숙이 새벽의 냄새를 들이마시며.
고양이처럼,
촉촉이 젖은 코끝 후각 세포를 통해 바람을 그렸다.
입술과 코 사이를 스치는 새벽의 옷자락에서는 비에 젖은 흙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아득한 곳에서 누군가 두꺼운 합금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운처럼 이어지는 진동하는 주파수를 느끼며
스르륵, 꿈에 들듯 눈을 감는다.
문득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라는
소설 제목과도 같은 상념이 거품처럼 콧잔등 위로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를 떠올린다.
그 역시 저 종소리를 듣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위해 울리는 이 새벽의 종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