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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ug 08. 2022

매일 쓰길 망설이게한 각종 문제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주는 무게감,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대한 한계

판교에서 종로에서 한 시간 남짓의 퇴근길

퇴근길의 시간이 아까워 일주일에 두세번쯤은 글한편을 써보기로 다짐했다.


지난 주 두 편의 짧은 글을 썼다.

그런데 단 두 편만에 몇가지 걸림돌을 발견했다.


1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
온전히 집중하기는 이상적이지 않은 환경,
피곤한 신체 컨디션.
긴 글을 쓰기엔 힘든 모바일 디바이스의 한계.


완전한 글을 쓰기에, 충분히 좋은 조건은 아니다.

이렇게 제한된 조건 하에서는 우선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하는 지 - 즉 시작부터 쓰로틀링이 걸린다.


일단 짧은 시간에 글쓰기는 정보 중심의 글은 부적합하다.

정보를 정리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외부의 정보도 함께 끌어오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량의 충분한 시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건, 보고 느낀점에 대한 의식의 흐름: 일기 같은 글이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쓴 글도 꽤 흥미로운 글감이 된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는 여행의 목적지나 여행 가는 이유, 함께하는 사람, 무엇을 했는지, 어떤걸 느꼈는지 흐름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훗날에 다시 읽어도 재밌다. 간편하게 남길 수 있는 사진 영상의 기록물보다 더 희소성도 있다.


그런데 하루가 그저 바쁜 일로 가득차 있었다면? 특별한 일이나 생각이 없었다면?

남아있는 의식이라는게, 하루에 피곤으로 남은 감정 찌꺼기 - 부정, 우울, 분노, 비관이 주로 남아있다면?


브런치는 정제된 글을 써야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이따위의 글을 싸질러도 될 것인가' 하는 자기검열이 글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매일 퇴근길마다 쓰면 좋으련만 쓰지 못하고 퇴근길마다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은 속절없이 첫 주만에 절반의 성공만 거뒀을 뿐이다.

쓸거리가 없거나,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떤 주제로 오늘은 써볼지 고민하는데에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금쪽같은 점심 시간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주제만 생각하는 스케쥴을 넣은 적도 있다.


어, 그런데 잠깐.

매일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뭘 써야 할 지 잘 모르겠다"라면

매일 주제가 정해져 있다면, 일단 문제의 반은 해결하겠는데?

매일 주제 던져주는거 그거 내가 개발 중인 여행성이 하는 짓거리잖아?


그렇다.

내가 개발중인 서비스가 지금 내가 겪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였음을 망각한채

문제는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던 것이다.

솔직히 요즘, 여행성 서비스 구현에 매몰된 나머지 컨텐츠는 신경쓰지 못했다.

서비스 기획과 컨텐츠 기획을 나 혼자 하려니까 일단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바빴다.


여행성을 처음 기획하고 팀을 꾸릴 때 크루들끼리 작은 글쓰기 모임계를 꾸렸던 것 마냥,

거기서 내가 한 주동안 한 개의 토픽을 잡고 글을 꾸렸던 것마냥

중심을 잡고 글을 써봐야겠다.

중심이 없다면 늘 부유하는 생각을 털어 놓을 뿐일테니.


아니 근데 그럼뭐 어때.

글이 꼭 많이 읽히기 위해 쓰는게 아닌걸.

많이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다작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읽힐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기위한 연습, 과정을 남기는 것도 언젠가는 가치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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