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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Mar 15. 2019

캡틴마블; 여성에겐 롤모델이 필요하다

영화 '캡틴마블'에 대한 분석

*이 글은 마블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며, 오로지 문학비평적 접근을 시도함.*


 미디어에서 여성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자리 잡는다. 없으면 안 되나 그렇다고 눈에 띄어서도 안 될 존재다. 여성인권이 증진됨과 동시에 미디어에서의 나타나는 여성 역할 또한 많은 변화를 거쳤다. 조연이 아닌 최초의 주연, 감초가 아닌 2인자, 영원한 성녀가 아닌 당당한 악역으로써 역할을 거머쥐게 된다. 캡틴 마블은 이러한 노력 끝에 등장한 강력한 염원이자, 롤모델이며, 페미니즘이 탄생시킨 메시지다.

 전체적인 영화 스토리는 상업영화의 틀을 따른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소비되던 남성 중심 히어로 서사를 가져와 여성에게 부여한다. '여성만의 스토리'가 아닌, '전형적 영웅서사' 또한 여성이 소비할 수 있고 유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기존 여성 주연 영화의 주 문제점은 노출, 남성 캐릭터의 영향력, 자아, 여성 캐릭터의 분량 등의 문제를 가진다. 캡틴 마블은 이러한 요소들을 삭제하거나 남성 캐릭터에게 시도함으로써 여성 관객들이 느끼던 '불편함'을 제거했다.



1. 여성과 히어로

-결함 있는, 그러나 다시 도전하는 캐릭터

 캡틴 마블은 시지프스 신화를 따르는 인물이다. 시지프스 신화는 신의 형벌에 고통받지만, 계속해 일어서고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낸다. 시지프스 신화를 계승함으로써 캡틴 마블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포기)을 부순다.

 캡틴 마블이 보여주는 시지프스 신화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감정은 여성의 특성이자, 인간에게 있어 가장 발달된 정신적 요소이며, 가부장제 사회에서 부정적 요소로 존재한다. 이는 여성을 억압하고 평가절하하기 위해 감정을 부정적 요소로 치부한 것에 기인한다.

 마찬가지로 캡틴 마블에서도 캐럴의 약점이 감정이라고 정의 내림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감정에 흔들리고, 과거를 두려워하며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캐럴은 자신이 가진 감정 속에 혼란, 두려움, 망설임 만이 아닌 욕망, 도전, 분노, 투쟁 또한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과거와 트라우마

 트라우마는 작품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부정적 요소이자 사건의 계기이다. 캐럴은 조각난 기억들을 악몽으로 여기며 수면제를 거부한다. 이후 탈로스와의 만남을 통해 기억이 악몽도, 트라우마도 아닌 진실이 내재된 공간임을 깨닫게 되며 크리족이 그토록 부정하고 약점으로 몰아세운 과거(기억) 속에 답(진리)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식민지 남성성과 가부장제 여성성

 남성의 롤모델과 관련된 이론 중, 식민지 남성성 이론이 존재한다. 식민 지배에 놓인 남성은 내부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찾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지배자를 롤모델로 설정하게 됨으로써 매국노가 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경우 식민지 남성성 이론을 가부장제와 연결할 수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편입되려는 여성은 감정을 억제하고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가지는 의문과 개인적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다.

 캐럴의 의문은 가부장제(크리)에 대한 저항이자 진리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질이다. 이에 대조되는 인물로는 로난이 존재한다. 그는 이유도, 까닭도 묻지 않은 채 크리족의 목적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  캡틴 마블은 식민주의와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식민주의와 가부장제는 모두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캐럴은 크리족(식민주의)과 욘-로그(가부장제)가 정답이 아님을 깨닫고 같은 여성인 웬디 로슨을 통해 자신(여성)의 롤모델을 발견한다. 더 이상 크리족(가부장제)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닌, 인간(여성)으로써의 자아를 찾는 것을 선택한다.


-생존자, 그리고 롤모델

 영화는 캐럴과 램보, 로슨, 모니카를 통해 여성의 롤모델을 제시한다. 모니카(미래)를 통해 여성들이 스스로 롤모델이 돼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램보(현재)를 통해 여성이 가지는 생물학적, 사회적 한계(엄마, 모성애, 경력단절)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펼쳐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로슨(과거)을 통해 크리족(남성)에 종속될 필요 없이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캐럴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장면을 통해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표현한다. 여성은 늘 일어서고 늘 저항한다. 그것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다.

 영화의 시간 배경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이며, 캐럴의 신체상 나이는 20대에서 30대다. 이는 여성으로 하여금 두 가지 공감대를 형성한다. 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여성들(50-60대)은 캐럴이 받던 차별과 억압을 통해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캐럴과 같은 나이대인 여성들(20-30대)은 주인공(엄마)을 통해 여성 롤모델이 존재함을 깨달으며, 외부(가부장제)에서 롤모델을 찾는 행위를 멈추게 된다. 결과적으로 캐럴(20대)과 램보(엄마)가 모니카(미래)를 위해 스스로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상

 기존 히어로 무비에선 목숨을 걸고 정의를 선택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캡틴 마블은 이러한 요소를 주요 여성 인물들에게 부여함으로써 여성 또한 자신의 이상을 위해 뛰어들 수 있음을 나타낸다.

1. 로슨의 여성상은 정의를 위해 종족을 배신하고 목숨을 내건다.

2. 램보의 여성상은 지켜야 할 것이 있음에도 우정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3. 캐럴의 여성상은 로슨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에너지코어를 파괴한다.

4. 민에르바의 여성상은 종족에 대한 충성을 다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2. 여성과 가스라이팅

-실패와 가스라이팅

 캐럴이 실패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장면은 남성에 의한 가스라이팅이 이루어진 후 발생한다.

1. 욘-로그가 감정과 과거를 언급하자 캐럴은 패배한다.

2. 오빠가 너무 빠르다는 핀잔을 주자 캐럴의 차가 뒤집힌다.

3. 남자 동료가 포기하라며 야유를 하자 캐럴은 밧줄을 놓친다.

 캐럴은 실패하도록 끊임없이 통제된다. 캐럴이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이유는 이것이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실패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분노하고 끊임없이 저항한다. 끝없는 사회구조적 폭력과 인식론적 폭력에도 불구하고 투쟁하고 쟁취하는 여성의 발자취와 동일하다.


-감정 억제와 가스라이팅

 기존 서구사회에서는 자신들의 우월성을 만들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요소로써 이성과 문명화를 주장한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로고센트리즘(Logocentrism)이다.

 크리족은 이성을 중시한다. 욘-로그는 ‘난 내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 알아(I know how)’라고 말하는 캐럴에게 머리(이성)를 쓰라고 한다. 보스인 슈프림 인텔리전스 또한 감정을 억제하라는 말을 내뱉는다. 크리족이 지향하는 이성, 지양하는 감성은 가부장제에서 주장하는 요소와 정확히 일치한다.

"과거를 잊어, 의심은 너를 약하게 만들어, 감정은 위험해, 유머는 집중력을 떨어뜨려, 분노는 적을 유리하게 해"

 기억, 의심, 감정, 유머, 분노는 인간이 가진 기본 속성이다. 여성이 가지는 능력(감정, 공감능력)을 부정적이고 바르지 못한 것으로 여기며 이성중심주의적 사고를 우선시하는 가부장제의 형태와 동일하다.

 이후 캐럴은 램보와의 대화에서 ‘지름길이 왜 반칙이야?’라는 대화를 한다. 캐럴은 누구보다도 쉽게 이기는 방법을 알고 능력도 있다. 하나 가부장제에 의해 여성의 방법은 늘 잘못되었다는 구조가 성립되었기에, 캐럴은 늘 잘못된 여자로 존재할 뿐이다.


-크리족을 통한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

 크리족은 타 종족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거절 시 멸종시킨다. 또한 저항하는 피지배 종족을 기생충, 전염병 등으로 부르며 멸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19-20세기에 벌어진 서구 유럽의 식민주의와 마초적 남성성과 동일하다. 여성과 약소국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살인을 자행하는 행위와 같다. 저항하는 여성과 인종에겐 마녀, 문명화되지 않은(uncivilised), 야만적인(barbaric)이라는 호칭을 통해 이들을 대상화한다. 동시에 지배자의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 당연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도록 이끈다.

 크리족은 캐럴에게 지속적으로 소속과 부여받음을 강조한다. ‘받은 건 얼마든지 빼앗길 수 있어’ 이 말에 담긴 의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성이 포기하며 가져가게 되는 한정적 이익을 의미한다. 동일 임금을 포기함으로써 노동의 기회를 부여받고, 여성성을 포기함으로써 승진의 기회를 부여받고, 꿈을 포기함으로써 가정을 돌려받는 것이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의 상태다. 하지만 캐럴은 크리족에게 되받아친다.

"그건 사고(accident)야."

 사고는 두 가지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1. 사고, 재해

2. 우연

 캐럴은 부여받은 것이 아닌, 우연한 기회를 쟁취한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능력 또한 남성에게 부여받은 것이 아닌, 스스로의 기회를 쟁취한 것이다.


3. 여성의 각성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는 각성

 기존 히어로 서사에서의 각성은 주로 정의에 의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개인의 트라우마로 인해라는 세 가지 요소에 국한된다. 외부적 요소에 의한 각성이 주된 스토리인 것이다. 캡틴 마블의 경우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아닌, 나를 인정하고 공표하는 것으로 각성한다. 여성으로서 차별받고 억압당하던 자신을 거부함으로써 각성하는 게 아닌, 그럼에도 여성으로서 일어서고 도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인정한다.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적 요인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각성 롤모델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수많은 사회구조적, 인식론적 폭력에 시달린다. 그 과정 중 편의 또는 생존을 위해 자신이 가지는 여성성을 포기하고 순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에겐 롤모델로 제시되어야 할 여성 인물이 부재했고, 어떤 방법이 옳은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가부장제 여성을 선택하고 그에 세뇌된다.

 캡틴 마블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여성의 롤모델을 제시해줌으로써 더 이상 가부장제 여성상을 추구할 필요가 없음을 알린다. 여성은 여성 그 자체로 각성해야 한다.


-각성의 단계: 손에서 억압으로, 그리고 눈으로

 캐럴은 각성을 통해 손에서 발산되던 에너지를 완전히 개방하고, 자신을 억압하던 기계를 떼어낸다. 그 후 눈에서 빛을 내뿜는다. 이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고, 자아를 확립했음을 의미한다.  문학적 상징에서 눈은 관념, 깨우침, 통찰력을 의미한다. 손은 인간의 신체 중 가장 섬세하게 발달한 부위이며, 다른 동물들과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손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통해 포식자에게 대항하는 도구를 만들어내는 부위이다. 즉, 손 그 자체로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지만 도구를 만들어 냄으로써 피포식자에서 포식자의 위치로 이동하게 해주는 것이다.

 캐럴의 능력 만 보았을 때, 크리족의 말처럼 얼마든지 빼앗길 수 있고, 통제 불가능하며, 얼마든지 대응 가능한 능력이다. 그러나 캐럴은 자신의 자아(여성)를 인정하고 완전히 받아들이면서 인간(여성)의 통찰력(감정)을 얻게 된다. 손으로부터 눈으로 이어지는 각성효과는 인간과 포식자, 여성과 남성, 피지배와 지배의 관계에서 전복되는 것을 의미하며, 통찰력을 얻은 여성은 남성에 의해 지배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캐럴의 감정 표현

 캐럴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표현되는 장면은 세 차례에 걸친 눈물과 세 차례의 환호성이다

눈물: 캐럴이 가지는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이자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원천을 나타내는 요소다.

1. 자신의 정체성이자 소속이었던 크리족에 대한 배신감, 램보(여자)를 통한 정체성 각성

2. 스크럴족들에 대한 죄책감, 모든 것을 빼앗긴 약자로서의 동질감

3. ‘우리가 없으면 넌 약하고 결함 많은 인간일 뿐이야. 비어스’ '내 이름은 캐럴 댄버스야'

환호: 감정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님을 상징하며, 억압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

1. 각성 후 능력 컨트롤을 하지 못해 넘어지는 와중에 웃음

2. 크리족이 탄 비행선을 어깨빵한 후 환호

3. 로난(크리족)의 탄도탄을 파괴시키며 개방된 힘을 즐김

 감정 억압과 통제는 자신(여성)을 억제하던 수단이자 한낱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감정은 결코 약점도, 단점도 아닌 인간(여성)이 가지는 가장 강하고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이름은 캐럴 댄버스야’

 이름은 서구문화에 있어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성경 또한 신의 호명을 통해 인간이 존재함을 보여주는데, 이를 계승하여 서구의 문화컨텐츠들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통해 자아, 정체성, 시작을 담아낸다.

 캐럴은 인텔리전스와의 대면에서 크리족에게 부여받은 이름(가부장제에 의한 정체성)인 비어스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름(태생적 정체성)인 캐럴 댄버스를 스스로 호명함으로써, 더 이상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독립적 존재로 대항할 것을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성경의 구조를 떠올린다면, 인간이 신을 거부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자립하는 존재라는 의미 또한 가질 수 있다.


4. 여성과 인물

-고양이 구스의 존재가 가지는 의의

 서구문화에서 고양이와 여성은 ‘마녀’와 ‘히스테릭한 독신 여성’을 상징하는 키워드이자 고정관념이다. 스캐닝 장면에서 고양이 구스는 위험이라고 뜨지만 퓨리는 위험도 낮거나 거의 없음으로 뜬다. 램보는 이를 보며 웃는다. 이에 담긴 의미는 남성이 여성에게 위협이 되거나 영향력을 주지 않는다라는 전복적 의미와 동시에, 사이드킥(보조자)의 역할에서 남성 캐릭터를 완전히 내려놓고 그 자리에 고양이를 채워 넣는 행위가 된다. 크리족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 퓨리는 사이드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지만 고양이 구스가 그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기존 여성 히어로물에서 지속적 문제로 제기되어왔던 ‘남성의 도움’이라는 구조를 완전히 탈피한다.

 퓨리는 여성에 의해 구원받아지는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캐럴이 한번 구하고, 램보가 한번 구하고, 고양이 구스가 한번 구한다. 이 장면을 통해 서구사회에서 가지는 고양이와 여성의 의미를 더 이상 마녀도, 히스테릭한 독신 여성도 아닌 말 그대로 ‘고양이와 여자가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바꿔버린다. 고양이는 위대하다.


-어리숙한(백치) 백인 남자 캐릭터, 남성 성적 대상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경비원과 퓨리의 부하직원은 모두 어리숙한 행동을 하는 백인 남성이다. 이 둘은 기존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백치형 여성 캐릭터와 동일하다. 또한 영화 내내 여성에게 가해지던 성적 대상화를 남성에게 가한다. 솔-라 구출작전 때 크리족 남성에 대한 외모 평가가 이루어지며, 해당 남성은 못생겼다는 말에 발끈하다가도 잘생겼다는 말을 듣자 겸허히 감사를 표한다. 이어서 죽은 스크럴족을 해부하며 그의 성기 부분을 바라보는 장면을 삽입하기도 하고, 퓨리의 상관으로 변신한 스크럴족은 ‘사실 이거 없어도 잘 보여. 패션의 완성은 안경이잖아.’, '네 상관으로 변신해도 돼? 푸른 눈이 매력적이야.'라며 외모 지향주의적인 언행을 내뱉는다.


-마리아 램보 캐릭터가 가지는 의의와 역할

 램보는 여성 주류 영화에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여성 캐릭터의 총 집합체다. 여자, 엄마, 경력단절 여성, 미혼모, 흑인 여성, 친구, 워킹맘. 동시에 기존 남성 히어로물에서 등장하는 남 히어로의 친구 역할을 완전히 가져온다. 기존 남성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는 친구 캐릭터는 동료이자 친구를 위해 가정도, 목숨도, 사랑도 버리고 우정에 올인하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여성 주류영화에서는 우정보다 자신의 가정, 사랑, 경제적 상황, 현실 등의 요소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램보가 목숨을 걸고 친구를 돕는 것은 큰 의의를 남긴다. 여성 또한 우정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니카; 본질을 꿰뚫는 여성

 탈로스는 ‘푸른 눈이 멋지다’라는 이유로 퓨리의 상관으로 변신해도 되냐는 농담을 내뱉고, 이에 모니카는 ‘당신들의 눈이 더 멋지다’며 탈로스의 자식(딸로 추정)과 눈을 마주친다. 스쳐 지나가는 농담이지만 그 속에서도 모니카는 눈을 통한 내면과 본질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눈은 위에서 언급한 것에 더해 더불어 진실, 본질을 의미하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캐럴이 진정한 힘을 깨달으며 눈에서 빛을 내뿜었듯, 눈은 사람의 본질과 능력을 투명하게 비추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대해 남성 스크럴족(탈로스)과 인간 여성(모니카)이 대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내면적 의의에 무게를 두는 여성의 특징을 드러낸다.


-‘웬디 로슨(Wendy Lawson)’이라는 이름에 대한 탐구

Wendy \we(n)-dy\ as a girl's name is pronounced WEN-dee. It is of English origin, and the meaning of Wendy is "friend". Literary: a created name for the heroine in James Barrie's "Peter Pan".Lawson \la(w)-son\ as a boy's name is of Old English origin, and the meaning of Lawson is "son of Lawrence".

 웬디 로슨은 스크럴족의 자유와 정착지 발견을 적극적으로 돕는 인물로 등장한다. ‘웬디’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위의 어원에서 발견할 수 있듯 피터팬의 여주인공 ‘웬디’를 떠올린다. 피터팬의 웬디는 전형적인 구원받는 여성의 서사를 가진다. 낯선 미지의 남성, 남성에 의한 힘 부여, 남성의 인도에 따른 구원이라는 구조를 가진다. 캡틴 마블의 웬디 로슨은 이러한 웬디형 캐릭터가 가지는 속성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인물이다. 자신 또한 미지의 존재이며, 미지의 종족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땅(네버랜드)을 찾아주고자 노력한다.

 성인 로슨은 어원상 로렌스의 자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어원이 되는 로렌스는 라틴계 이름이며, 영어권으로 넘어오게 된 상황은 노르만 정복으로 인한 유입, 성자의 이름으로 인한 영향이라는 상황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노르만 정복의 어원과 연관 짓는다면 웬디 로슨은 정복자로서 스크럴족과 조우했지만, 강대국에 의한 식민주의적 야욕에 저항하고자 이들의 편에 서고, 반성하는 탈 정복자적 인물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성자의 이름이라는 것과 연관 짓는다면 웬디 로슨이 스크럴족을 위해 저항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성자가 되었고, 성자의 이름을 아이에게 붙여주는 영미권 문화를 생각한다면, 웬디 로슨의 본명인 마-벨을 히어로 네임으로 부여함으로써 캐럴이 마-벨의 후계자이자 동시에 마블 세계관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5. 여성과 페미니즘

-포스터에서 캡틴 마블의 시선

 캡틴 마블의 포스터는 모두 독자를 내려다보는 시선과 포즈를 고수한다. 고개를 치켜들고 내려다보는 자세는 상대로 하여금 위압감과 거만한 느낌을 준다. 둘 다 여성이 가졌을 때 ‘건방지다’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속성이며 금기시되는 자세다. 여성 독자들은 이런 자세를 취하는 상황에 너무나도 흔하게 노출되었기에 구원자, 리더십 등의 긍정적 느낌을 받는다.


-욘-로그의 남성성과 캐럴의 여성성

 욘-로그와 캐럴의 대결에서 남성성의 특징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욘-로그는 총(폭력)과 방패(구조적 권력)를 들고 있으나 캐럴은 무기 하나 없이 그를 마주한다. 현실 사회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대립구조와 동일하다. 또한 욘-로그는 맨스플레인과 시혜적 평가를 시도한다.

"난 네가 자랑스럽다. 처음 봤을 때 이후로 많이 성장했어. 네가 냉정해질 수 있을까? 내가 늘 말했지, 네 힘으로 날 이기면 인정해주겠다고. 불 쇼 말고 네 힘만으로 이겨봐!"

 참 말도 많다. 캐럴은 말 대신 능력으로 녹다운 시킨다.


-능력 증명에 대한 의미

 캐럴은 욘-로그에게 두 번에 걸쳐 능력을 발휘한다. 욘-로그는 ‘넌 날 이길 수 없다’라는 발언을 하며 몸싸움을 통해 이기지만, 매번 캐럴의 능력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캐럴이 능력을 쓰는 건 부정행위가 아니다. 욘-로그는 신체적 한계로 보았을 때, 원래 인간이었고 여성인 캐럴이 자신에게 질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능력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싸워 증명해보라는 발언을 하며 캐럴이 가진 능력이 부당한 것이라는 세뇌를 퍼붓는다. 그렇게 하는 이상 캐럴은 자신을 이길 수 없고, 그가 가진 가능성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럴은 코웃음치며 능력을 사용하고, ‘난 네게 증명할 필요 없어’라며 거부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을 이기기 위해선 본디 가진 한계를 인정하되, 동일선상에 두지 말 것을 의미한다. 남성이 가진 특징이 있듯, 여성이 가진 특징이 존재한다. 다만 그것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부당하고’,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뿐이다. 캐럴의 말처럼 포톤 블라스트(여성의 능력)는 걔들(남성)은 할 수 없는(They can't do that) 것이다.


-이별의 포옹

 남자들이 여자에게 가지는 두 가지 편견을 완전히 부순다. 첫 번째는 여자는 우정이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여자는 말이 많다는 것이다. 6년 만에 재회한 캐럴과 램보는 길고 긴 대화가 아닌 포옹 한 번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로슨의 메세지: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

 크리족(남성)과 로슨(여성) 간에 의견 차이와 갈등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요소다. 크리족은 자신들에게 오는 피해를 없애기 위해 전쟁과 멸족을 자행하지만, 로슨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약자들을 구원하고자 한다. 이는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과 동일하다.

 페미니즘의 의의는 인간의 정의가 '성인 남성'에 한정되었던 시기, 남성이 독점하던 권리와 책임을 양분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사회적, 구조적으로 페미니즘이 실행되면 거기에서 따르는 효과는 남성에게 있어서 침해받는 것으로 여겨지고, 여성에게 있어서는 마땅한 것으로 여겨진다.

 크리족이 스크럴족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에서 성차별주의자 남성이 페미니스트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페미니스트가 바라는 것은 남성의 종말이 아니다. 그저 마땅히 분배 받아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캐럴의 코피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되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 이를 위한 재관람을 할 필요성이 있다.캐럴이 인간임을 드러내는 요소인 것인지, 신체적 폭력에도 함께 맞서 싸우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탐구가 필요함./


6.결론

 캡틴 마블은 명백한 페미니즘 영화다. 캡틴 마블이 가지는 의의는 아래와 같다.

1. 남성 영웅 서사를 온전히 가져다 여성에게 적용

2. 자신(여성)을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각성

3. 여성이 처하는 사회구조적, 인식론적 폭력에 대한 적극적 저항

4. 남성 캐릭터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여성과 고양이에 의한 스토리 진행

5. 여성의 삶을 영웅의 삶에 혼합

6. 여성에게 가해지던 외적, 편견적 요소를 남성에게 적용

7. 여성 만의 롤모델 제시

8. 남자들이 싫어함(관객 수의 반이 남성이라는 아이러니함. 쓸데없이 문학적인 삶을 산다.)

9.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

10. 로고센트리즘이 아닌 탈구조주의와 페미니즘


#CaptainMar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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