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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린 Mar 22. 2019

Wanting to die에 대한 분석

앤 섹스턴의 시 'Wanting to die'

●해방요소

●여성을 억압하는 관습

●자신의 정체성


Wanting to die

-Anne Sexton


-1stanza

Since you ask, most days I cannot remember. 

I walk in my clothing, unmarked by that voyage. 

Then the almost unnameable lust returns.

그대의 물음 이후로, 난 대부분의 나날을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항해로 인해 난, 특징을 잃어버린 채로 내 옷 속에 갇혀 걷습니다.

그러자 무어라 명명할 수 없는 욕망들이 되살아 납니다.


My clothing: Motherhood, gender role을 의미. 집안일, 엄마로서의 역할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억압. 

Voyage: 인생, 삶,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자신의 욕망이 억압당함.

Most days: 자신의 정체성, 진정한 자신.

Unnameable lust: 자살충동

  화자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고 있으나 자기 자신의 특성, 성질에 대해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남성중심사회와 관습에 인해 억압당하며 살아왔다.

  여기서 화자가 대화하는 상대에 대해서 두 가지 의견이 도출될 수 있다.

1. 신(God); 남성중심, 가부장제, 유로센트리즘의 신을 의미하며 서구유럽에서 주장하는 Him을 뜻한다. 즉, 화자는 남자로 구현되는 신과 대화하며 사회적 여성성 아래 상실된 자신의 자아와 욕망을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고, 기억 그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신에 대한 저항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2. 자신과 같은 여성, 또는 죽은 실비아 플라스; 9스탄자에서 등장하는 she가 실비아 플라스다. 죽은 플라스를 통해 죽음을 갈망하는 것인지,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1번의 신이라는 게 주류의견이다.


-2stanza

Even then I have nothing against life

I know well the grass blades you mention, 

the furniture you have placed under the sun.

그때까지만 해도 난 삶에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난 그대가 언급한 풀잎들에 대해서도,

당신이 볕 아래 내어둔 그 가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grass blades: W. 휘트먼의 Song of myself 1 5line […a spear of summer grass.] 국민, 인간의 자유를 의미

The furniture: 디킨슨의 시 Life, p. 54. […God’s residence is next to mine, His furniture is love.]

Against life: 자살을 통해 가부장사회에서 저항하고 탈출하고자 함

  과거 앤 섹스턴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당시 의사에게 문학을 추천받는다. 이후 로버트 로웰과 실비아 플라스를 만나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그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론 문학이 희망을 줄 순 있어도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없다는 한계성을 나타낸다.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억압구조에서 벗어나 휘트먼이 주장했던 풀잎처럼 흔하고 쉬이 억압 당하나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고 살아나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드러내고, 디킨슨의 시에서 등장한 가구를 통해 신에 의해 평등과 사랑을 부여받은 인간 그 자체로 존중 받고자 함을 의미한다.


-3stanza

But suicides have a special language. 

Like carpenters they want to know which tools. 

They never ask why build.

하나 자살들은 특별한 언어를 가졌죠.

마치 목수들처럼 그들은 어떤 도구인지를 알고 싶어해요.

왜 지어진지(만들어진 지)에 대해선 결코 묻지 않아요.


suicides: 페미니즘 문학에서 자살은 가부장제 사회로부터 탈출, 탈피, 저항, 해방을 의미한다.

special language: 기존의 남성중심적 언어구조에서 벗어나 여성만의 언어를 담고 있음을 의미. 말(Language)이 아닌 자살과 행동을 통해 자신이 가진 진정한 욕망과 의의를 표출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Carpenters: 여성을 억압하여 순종적으로 길들이려는 남성을 상징. 여기서 여성은 나무(objective), 남성은 목수(subjective)로 표현되어, 남성에 의해 길들여지고 만들어지는 여성의 현실을 고발한다.

Tools: 1. 여성의 육체. 여성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대하는 것을 비판. 2. 여성을 지배하는 가부장적 방식

Never ask why build: 자살에겐 삶, 죽음의 이분법적인 결론만 있을 뿐 왜 죽는지, 누구인지에 대해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1라인의 special language와 연결되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유서나 언급 없이도) 자신의 죽음만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저항의지를 증명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화자는 자살이야 말로 억압 받아온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수단임을 주장한다. 이런 여성의 자살을 두고 여성과 남성의 관점이 나뉜다. 남성은 여성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어떤 방식(tools)을 써야하는 지에 대해서만 관심 있을 뿐, 여성이 가진 내면의 문제와 생각에 대해선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목수와 도구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인식론적 폭력을 드러낸다.


-4stanza

Twice I have so simply declared myself

have possessed the enemy, eaten the enemy, 

have taken on his craft, his magic.

두 번이나 난 내 자신에 대해 간단히 피력하였고,

그 적을 소유하고, 먹어 치우고,

그 남자의 기술과 마법을 상대했어요.


Declared myself: 두 번에 걸친 자살시도

the enemy~magic: 자신을 살리고자 한 주변인들과 병원치료.

  화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부장제로부터의 탈출)를 수행하기 위해 두 번의 자살을 시도했지만, 매번 죽음에서 구해진다. 이는 자신의 자기결정권(자살)을 침해하는 것을 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자신을 치료하고 살려내는 행위가 자신의 의지나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5stanza

In this way, heavy and thoughtful, 

warmer than oil or water, 

I have rested, drooling at the mouth-hole.

이런 식으로, 축 늘어지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이,

오일이나 물보다 따뜻하게,

난 입 구멍에서 침을 흘리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자살시도로 인해 생사의 경계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구절. 


-6stanza

I did not think of my body at needle point

Even the cornea and the leftover urine were gone. 

Suicides have already betrayed the body.

바늘에 찔려도 난 내 몸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각막과 소변 잔재마저도 사라져 버렸죠.

자살은 이미 육체를 배신했습니다.


  화자는 자신이 마약, 또는 약물을 통해 자살을 시도하였음을 드러낸다. 자살했을 때 나타나는 근육이완 현상을 통한 각막과 소변배출을 표현하지만 자신에겐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었으므로 결국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났음을 드러낸다.


-7stanza

Still-born, they don’t always die, 

but dazzled, they can’t forget a drug so sweet 

that even children would look on and smile.

사산되었다 해서, 그들이 항상 죽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혹된 채, 그들은 결코 잊지 못합니다

아이들조차도 바라보며 웃게 만드는 그토록 감미로운 약을요.


Still-born: 서구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의 일(work)과 노동(labor)은 출산과 가정수호를 의미한다.

  실패했던 자살시도를 사산으로 비유하며 비록 자살시도가 실패했지만 죽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을 나타낸다. 또한 서구 가부장제에서 주장하는 여성의 성역할인 출산을 자살에 연결함으로써, 출산이 가지는 가부장적 신성성을 지우고 여성에 의해 부여되는 새로운 의미(자살)를 넣는다.


-8stanza

To thrust all that life under your tongue!— 

that, all by itself, becomes a passion. 

Death’s a sad bone; bruised, you’d say,

-네 혀 아래에 모든 삶을 밀어 넣거라!

그 행동만으로도, (내겐) 하나의 고난이 됩니다.

죽음은 그저 슬픈 뼈일 뿐이야; 그대가 상처 입은(술 취한) 모습으로 말하죠.


all that life under your tongue! : 삶을 거부하는 화자를 살리기 위해 음식과 약을 먹이는 행위

Death’s a sad bone; bruised : 죽은 자는 말도, 의미도 없다고 주장

  화자는 자살을 시도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삶을 이어가게 된다. 화자는 그것을 억압으로 여기며 자살로써 저항하고 방어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상대방은 죽은 자는 아무 말도, 의미도 없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상처입은(술 취한) 모습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1. 상대방 역시 화자와 같은 억압을 당했지만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음. 이 경우 여성(특히 플라스)으로 읽을 수 있다.

2. 신(God)의 뜻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이 구조를 깨뜨리며 거부하는 모습에 상처받음, 또는 술에 취해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하여 화자의 행동을 진실되게 받아들이지 않음.


-9stanza

and yet she waits for me, year after year, 

to so delicately undo an old wound, 

to empty my breath from its bad prison.

허나 그는 아직도 절 기다리고 있어요. 해마다, 매 해마다,

내 마음 속 오래된 상처를 섬세한 손길로 아물게 하고,

이 괴로운 감옥으로부터 내 숨결을 비워내려 하죠.


She: 실비아 플라스.

to empty my breath : 죽음

Bad prison:현실, 가부장 사회, 1950년대 매카시즘 당시 미국 사회풍토.

  Wanting to die는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 이후 작성된 시다. 앤 섹스턴은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에 큰 충격에 빠져 여러번의 자살을 시도한다.

  화자는 생과 사를 오가는 환각상태에서 자신을 부르는 실비아 플라스를 보았으며, 감옥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다. 자살을 실패할 때마다 그는 플라스의 환상을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10stanza

Balanced there, suicides sometimes meet, 

raging at the fruit a pumped-up moon

leaving the bread they mistook for a kiss,

그 곳에서 안정을 찾고, 때때로 자살들이 만나기도 합니다.

부풀어 오른 달의 결실에게 격노하며,

그들이 입맞춤으로 착각하였던 빵을 남깁니다.


Fruit: 아이

a pumped-up moon: 만삭의 배, 난자

  '달'은 감정, 여성을 상징함과 동시에 여성의 생식기능과 난자를 뜻하는 문학적 상징을 가진다. 이에 대해 a pumped-up moon를 만삭으로 해석하느냐, 난자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10스탄자의 의미가 바뀐다.

1. 만삭으로 해석할 경우

자살을 시도하여 죽음 직전까지 갔으나 뱃속의 생명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삶(bread)을 이어가게 됨을 의미한다.

2. 난자로 해석할 경우

여성이 가지는 신체적 한계와 문제를 지적한다. 여성이 정혈(생리), 배란, 임신, 출산 등을 통해 자연히 가부장제 사회에 종속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이것들은 여성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강제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에 화자는 매달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성의 신체적변화(정혈)로 인해 자신이 처한 한계성을 느끼며 좌절과 분노를 품는다. 또한 이 경우 빵의 의미가 가부장제 사회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남성에게 종속되는 행위(키스)를 수행함으로써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가 된다.


-11stanza

leaving the page of the book carelessly open, 

something unsaid, the phone off the hook 

and the love whatever it was, an infection.

무심하게 책 한 면을 펼쳐 놓고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남긴 채,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사랑, 그것이 무엇이었던 간에, 그저 전염병일 뿐.


  11스탄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1.  화자는 억울함, 유언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사랑과 임신을 하였으나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그저 자신에겐 정신적 전염병으로만 느껴졌다. 여성의 행복을 결혼, 출산, 사랑으로 한정 지으며 강요하는 기존 사회 관습에 대한 저항하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시를 끝마친다.

2. 사랑, 로맨스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세뇌시키고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는 가장 쉽고 흔한 도구이다. 예컨데 신데렐라 스토리와 스노우화이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미와 지혜를 통해 이상적이고 강한 남성에게 구원받는 것이 성공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허위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여성의 사회진출을 저지하고 여성인권상승을 억압한다. 화자는 이러한 가부장제 사회에 저항하고 유서(책)를 두고 수화기(소통의지)를 버려둔 채 가부장제로부터의 탈피를 재시도한다.


결론

  앤 섹스턴은 적극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고백파, 페미니스트 작가이다. 실비아 플라스의 사례와 동일하게, 앤 섹스턴 또한 남편에 의한 억압과 가정불화를 심하게 겪었으며, 동료이자 친구인 플라스를 잃음으로 지속적인 자살과 정신충격을 앓는다. 이에 대한 경험과 심정을 고백한 것이 Wanting to die다.

  Wanting to die를 분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플라스와 섹스턴이 처했던 미국의 1950-60년대와 매카시즘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의 1950-60년대는 냉전시기로 인한 이념전쟁과 전체주의, 가부장제가 극도로 치닫았던 시기이다. 이 시기 많은 지식인과 페미니스트, 인권운동가들은 소위 말하는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누명을 썼으며 추방 또는 사형에 처한다. 그 당시 활동한 아서 밀러, 찰리 채플린 등의 인물들이 겪은 사례만 보아도 이들이 억압받고 쉬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시기 여성이자 페미니스트, 지식인으로 살아간 플라스와 섹스턴은 그 누구보다도 억압받고 욕망을 표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플라스는 소설 '벨 자'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가부장제와 억압을 고발한다. 두 작가의 문체는 다르나 말하는 바는 동일하다. 억압받는 여성이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자살이다. 그들에겐 언어도, 대화도, 소통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몸과 행동, 목숨을 통해 저항해야 한다.


#Wantingtodie #Annesex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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