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의 시’Daddy’
Daddy
-Sylvia Plath
●아빠의 모습
●억압받던 기억
-1stanza
You do not do, you do not do
Any more, black shoe
In which I have lived like a foot
For thirty years, poor and white,
Barely daring to breathe or Achoo.
이제 더는, 당신은 그렇게 못할 거에요.
더 이상, 그 검정 구두,
난 그곳에서 발이 된 것처럼 살았어요.
30년 동안이나, 창백하고 초라한 얼굴로
감히 숨도, 기침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요.
Black shoe: 신체의 가장 아래인 발. 그런 아빠의 발 밑 아래 순종해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의미. 또한 벗겨지지않는 트라우마처럼 자신의 삶마다 따라다닌 아빠에 대한 기억을 의미
아빠는 높고, 크고, 웅장하기에 우러러봐야할 존재로 여겨지나 자신은 작고 낮은 신분처럼 여겨짐. 그동안 아빠에 의한 학대와 두려움, 불안 속에서 지내왔지만 더이상 아빠에 대한 공포나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며, 이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냄.
-2stanza
Daddy, I have had to kill you.
You died before I had time——
Marble-heavy, a bag full of God,
Ghastly statue with one gray toe
Big as a Frisco seal
아빠, 내가 당신을 죽였어야만 했어요.
그럴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당신이 죽었지요.
대리석마냥 무거운, 주님으로 가득 채운 가방,
샌프란시스코 물개처럼 크고, 회색 발가락을 가진 섬뜩한 조각상
a bag full of God: 아빠의 시체를 담은 관
gray: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함, 무의미함
살아있을 때의 아빠는 절대적이고 두려운 신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죽음 앞에서 무너져내렸음을 드러냄. 또한 이 구절을 통해 자신을 구원해주지않은 신에 대한 분노를 표현.
아빠를 상징하는 검정색을 회색으로 바꾸어 아빠가 더이상 생명력이 없는 상태이며, 화자에게 어떤 영향력도 주지 못함을 나타냄.
-3stanza
And a head in the freakish atlantic
Where it pours bean green over blue
In the waters off beautiful Nauset.
I used to pray to recover you.
Ach, du
그리고 머리 하나가 기이한 대서양 속에 있어요
푸른 바다 위로 새파란 콩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너셋(케이프 코드)의 물가에서요.
난 당신을 되찾고자 기도하곤 했어요.
아, 당신
a head in the freakish atlantic: 자살시도를 암시하는 구절
to pray to recover you: 화자는 아빠를 죽이지 못 한 원망에 되살려서라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자 함.
케이프코드는 플라스가 자살시도를 했던 장소 중 하나. 실비아 플라스는 메사추세츠 스미스대학에 재학 중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4stanza
In the German tongue, in the Polish town
Scraped flat by the roller
Of wars, wars, wars.
But the name of the town is common.
My Polack friend
독일어를 내뱉던 혀 안에서,
전쟁, 전쟁, 전쟁의 롤러에 짓눌려버린 폴란드의 도시에서.
허나 그런 이름의 동네는 흔하더군요.
내 폴란드 친구가
-5stanza
Says there are a dozen or two.
So I never could tell you where you
Put your foot, your root,
I never could talk to you.
The tongue stuck in my jaw.
말하길 그런 곳은 열둘, 아니, 스물 넷 즘이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당신께 물을 수 없었어요
당신이 어디에 발을 디뎠는지, 뿌리를 내렸는지
어느 것도 말할 수 없어요.
혀가 턱에 걸렸거든요.
폴란드: 아우슈비츠로 대변되는 나치의 학살피해국
플라스의 부친 오토 플라스는 폴란드에 거주하던 독일인. 4스탄자까지는 자신의 아빠가 나치추종자였음을 알지 못하여 비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
또한 나치의 학살이 광범위했으며,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시가 피해를 입었음을 드러냄. jaw를 이용하여 자신을 유대인과 동일시하여 아빠에게 억압당했음을 고발함.
-6stanza
It stuck in a barb wire snare.
Ich, ich, ich, ich,
I could hardly speak.
I thought every German was you.
And the language obscene
철조망 가시에 달라 붙어 있어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아파, 아파, 아파요)
난 말할 수가 없었어요
모든 독일인은 당신이고
그 언어가 음탕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독일어를 보면 억압당했던 트라우마가 떠오름. 자신 또한 독일어를 배우며 자랐기에 자연스레 말을 두려워하게 됨.
-7stanza
An engine, an engine
Chuffing me off like a Jew.
A Jew to Dachau, Auschwitz, Belsen.
I began to talk like a Jew.
I think I may well be a Jew.
엔진, 엔진이
유대인 마냥 나를 태우고 간다.
다하우, 아우슈비츠, 벨젠으로 향하는 한 유대인.
난 유대인처럼 말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난 유대인처럼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하우, 아우슈비츠, 벨젠: 유대인 수용소가 있던 곳
아빠와 자신을 나치와 유대인의 관계로 표현, 아빠와의 삶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과 다름없었음을 나타냄.
-8stanza
The snows of the Tyrol, the clear beer of Vienna
Are not very pure or true.
With my gypsy ancestress and my weird luck
And my Taroc pack and my Taroc pack
I may be a bit of a Jew.
티롤의 눈, 비엔나의 투명하게 맑은 맥주들은
아주 순수하지도, 진실되지도 못해요.
나의 집시 선조할머니와 두려운 내 운명과
내 타로카드 한 벌, 내 타로카드 한 벌
아마 조금이나마 난 유대인 일지도 몰라요.
티롤, 비엔나: 오스트리아의 도시, 2차 대전 당시 전체주의 국가
집시선조할머니: 부계계보에 대한 거부, 터전을 잃고 뿌리를 잃어버린 집시와 자신의 처지가 동일함을 드러냄
타로카드: 운명을 들어봐도 희망이 없음
아빠가 나치 참극에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폴란드에 거주하던 독일인이라는 사실 만으로 죄가 있음을 주장함. 집시선조할머니와 유대인을 자신의 처지에 빗대며 자신이 가진 부계혈통와 민족정체성을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줌.
-9stanza
I have always been scared of you,
With your Luftwaffe, your gobbledygoo.
And your neat mustache
And your Aryan eye, bright blue.
Panzer-man, panzer-man, O You--
난 늘 당신을 두려워했었죠 *collective You
당신의 독일공군도,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의 복잡한 언어도.
그리고 당신의 말끔한 콧수염과
파아란 빛을 띄는 당신의 아리아인 눈
장갑차의 남자여, 장갑차의 남자여, 아 당신--
콧수염, 아리아인 눈: 아빠가 가진 독일인종의 특성
Gobbledygoo: 어릴 적 이해하지 못했던 용어들이 아빠가 열렬한 나치즘 추종자였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됨.
-10stanza
Not God but a swastika
So black no sky could squeak through.
Every woman adores*(=revere) a Fascist,
The boot in the face, the brute
Brute heart of a brute like you.
주님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치의 만(卍)자 문장(swastika)
얼마나 새카만지 하늘마저 가려져 볼 수 없을 거에요.
모든 여성은 파시스트를 경배하죠.
얼굴을 짓누르는 부츠, 그 야수같은
당신같은 야수가 지닌 야수의 심장
교회 십자가인 줄 알았던 것이 나치문양이었음을 알게 되며 아빠의 진실을 깨닫게 됨.
adores는 흠모하다, 연모하다라는 뜻이지만 경외하다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피지배계층을 여성으로 상징화하여 대중이 파시즘에 현혹되는 것을 비판
2. 자신처럼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는 여성들이 저항하지 않고 가부장적 관습(파시즘의 특성)에 순종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호소
-11stanza
You stand at the blackboard, daddy,
In the picture I have of you,
A cleft in your chin instead of your foot
But no less a devil for that, no not
Any less the black man who
아빠, 당신은 검정칠판처럼 보여요.(검정 칠판에 서있어요)
내가 가진 당신의 사진 속에서,
발이 아니라 당신의 턱이 갈라져 있군요.
허나 악마인게 틀림없어요.
더할 나위도 없이 새카만 남자
블랙보드: 나치 제복을 입은 아빠
화자가 가진 사진 속에 남아있는 아빠의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나, 화자의 기억속에서 그리고 밝혀진 진실 속에서 추악한 악마였음을 고발함
-12stanza
Bit my pretty red heart in two.
I was ten when they buried you.
At twenty I tried to die
And get back, back, back to you.
I thought even the bones would do.
내 작고 빨간 심장을 두 개로 쪼개놓은.
그들이 당신을 묻었을 때 난 10살이었어요,
20살 때 난 죽으려 했었어요.
그리고 당신께 돌아, 돌아, 돌아가려고요.
뼈만 있을지라도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의역, 자살을 암시.
10살, 20살: 화자가 자살 욕구를 느낀 시기
I thought even the bones would do: 이를 의역한 건 앞서 화자가 아빠를 되살리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결국 자신이 자살하여 영혼, 시체만 남은 아빠에게라도 복수하겠다는 의미를 담음
-13stanza
But they pulled me out of the sack,
And they stuck me together with glue.
And then I knew what to do.
I made a model of you,
A man in black with a Meinkampf look
허나 그들이 나를 자루에서 빼내어
풀로 나를 다시 붙여 놓았어요
그러자 난 뭘 해야 하는 지를 깨달았어요.
난 당신을 본떠 만들었어요,
나의 투쟁(meinkampf) 모습을 한,
Out of~glue: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경험에 대한 서술. 육체는 치료했으나 내면은 그러지 못했으며, 풀로 붙여논 것처럼 불안정함을 표현
아빠에 대한 애증과 복수심을 해소하고자 대체품을 찾아 결혼함. 그 남성 또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자신을 길들이려 했음을 고발.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 나타나는 남성에 대한 묘사는 플라스의 남편 테드 휴즈와 정확히 일치한다. 플라스는 의도적으로 테드 휴즈를 만났던 것일까, 우연이었던 것일까? 확실한 건 그가 아빠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강한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14stanza
And a love of the rack and the screw.
And I said I do, I do.
So daddy, I’m finally through.
The black telephone’s off at the root,
The voices just can’t worm through.
그리고 고문대와 나사의 사랑을 가진 새카만 옷의 남자. *테드 휴즈
그리고 난 말했어요, 맹세합니다, 맹세해요.
그러니 아빠, 드디어 난 모든 걸 끝냈어요.
그 검정 전화기를 뿌리 채 뽑아버렸고, *원거리(tele), 음성(phone). 트라우마, 환청을 의미
더 이상 그 목소리가 벌레처럼 기어오를 수도 없어요.
고문대와 나사: 남편이 자신에게 폭력과 억압을 가하면서 이를 사랑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한 분노
검정전화, 목소리: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했지만 남편이라는 존재로 인해 새로운 고통이 시작되었음을 의미.
-15stanza
If I’ve killed one man, I’ve killed two---
The vampire who said he was you
And drank my blood for a year,
Seven years, if you want to know.
Daddy, you can lie back now
만약 내가 한 남성을 죽였다면, 난 두 명을 죽인 거에요—
자신이 당신(아빠)이라 말하던 그 뱀파이어, 내 피를 1년 동안이나 빨아 마셨던, *남편 테드 휴즈
(정확하겐) 7년이에요, 굳이 당신이 알길 원한다면.
아빠, 당신은 이제 다시 누우셔도 되요
If I’ve killed one man, I’ve killed two: 플라스는 남편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었으므로, 남편을 죽인다면 비록 육체는 남편 혼자만의 것이나 정신적으론 아빠와 남편, 두 사람의 것을 죽인 것으로 여김
뱀파이어, 1년: 결혼 이후 테드 휴즈가 플라스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억압한 것을 고발. 두 사람은 결혼 1년이 되던 해에 파국에 치닫고 별거직전의 상황에 달하게 됨.
7년: 이 시를 쓰게 된 시점은 테드 휴즈를 만난 지 7년이 다 되어가던 시기임
Daddy, you can lie back now: 아빠에 대한 분노보다 남편에 대한 혐오가 강렬해졌음을 의미.
-16stanza
There's a stake in your fat black heart
And the villagers never liked you.
They are dancing and stamping on you.
They always knew it was you.
Daddy, daddy, you bastard, I’m through.
여기 당신의 검고 살찐 심장 위에 말뚝이 있어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결코 당신을 좋아하지도 않을 거고요.
그 사람들은 당신의 시체를 밟고 그 위에서 춤출 거에요.
그들은 늘 (모든 원인이)당신이란 걸 알고 있었어요.
아빠, 아빠, 이 개 같은 자식, 이젠 끝낼 거야.
심장과 말뚝: 뱀파이어로 묘사한 남편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을 드러내는 요소
마을 사람들: 아빠와 유대인, 자신과 남편의 관계
They always knew it was you: 약자에게 가해지던 억압과 폭력이 전체주의, 식민주의, 남성중심사회, 가부장제의 묵인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발.
마지막 두 줄을 통해 플라스는 불행의 모든 원인이 아빠(가부장제)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가 아니었더라면 모든 비극이 생성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애증과 그리움이 아빠가 나치추종자라는 진실을 알게됨으로써 혐오감으로 변하게 된다.
through는 전화를 끊다지만 위의 telephone과 연관하면 트라우마를 끊어내겠다는 뜻이 된다. 동시에 이 시가 자신의 유서임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결론
대부분의 시가 그렇지만 심각하게 오역된 몇몇 시들이 있는데, 플라스의 대디가 그 중 하나이다. 플라스의 시는 에세이나 논문과 같이 영문학을 공부 중인 학생이나 연구자의 번역과 공부기록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명확하고 깔끔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번역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단어와 문장이 가진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안에 든 의미와 상징,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에 따라 어느정도 의역이나 초월번역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시는 그 자체로도 난이도가 높기에 이러한 것들이 충실하게 수행되지가 않는다.
대디 중에서 특히나 Daddy, daddy, you bastard, I’m through, I thought even the bones would do, Every woman adores a Fascist는 역자에 의한 분석적 번역 또는 설명이 부재할 경우 이해할 수 없거나 동떨어진 문장이 된다. 이에 나는 나의 분석적 관점을 넣어 의역하였다. 물론 내가 번역한 것 또한 나의 관점이며, 나의 분석에 의한 것이기에 다른 관점을 가진 이가 보았을 땐 이해되지 않거나 미완된 내용으로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언급하는 건 시를 읽고 접근할 때에는 단순히 번역된 내용을 보는 게 아닌, 그 내부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보며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페미니즘적, 탈 가부장적으로 해석하였지만 누구는 이 시가 탈구조주의적, 탈식민주의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Sylviapl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