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부조림

by 김혜원

얼마나 사소하든

규칙적으로 하는 일은 보기보다 중요하다.

그 쓸모에 대해서 자꾸만 곱씹어본다.

예를 들면 매일 의 식사 준비 같은 것...



살림을 좀 편하게 해 볼까 해서

냉동 야채를 종류별로 산 적이 있었다.

세 봉지나 주문하고 막상 보니 부피가 커서

후회했지만 볶음밥 만들 때 요긴하게 꺼낸다.


아이들이 온전한 형태가 보이면 절대 먹지 않는 것들... 호박, 가지, 파프리카가 주로 들어있는 봉지는 그야말로 볶음밥에 최적화된 구성이다.


매일 밥을 하면 매일 한 공기쯤은 찬밥이 나온다. 찬밥이 (보통 다음날 낮에 내 식사가 되지만) 며칠만 모이면 망설일 것 없이 볶음밥 하는 날이 된다. 냉동 야채 썰어 넣고.... 이 날은 준비에 손이 덜 가는 날이니 찬밥도 꽤 반가운 일이다.

향유에 소금간만 해서 볶았다. 오늘의 볶음밥은 쫄깃한 밥맛이 내가 했지만 제법이네.


반찬으로는 묵은지에 참치를 휘리릭 볶았다.

이제 묵은지 한 통 남은 걸 아껴먹고 있다. 아직 여름이지만 이러다 곧 또 김장철이 되겠지 싶다.


어제 같이 장 보는데 막내딸이 두부를 사달라고 했다. 두부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 는 나에겐 어려운 문제다. 내가 엄마 밥 먹고 살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두부조림이었기 때문이다. 추억처럼 입에 좋아하는 맛이 콕 박혀 있으면 만들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도 그 맛이 나오지 않아서 몇 번 하다가 기권한 메뉴...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두부조림은 일단

두부를 충분히 오래 굽는 게 중요했다.

수분이 가득한 두부가 노릇하고 쫄깃한 식감이 되려면 최소한 20분은 불 앞에 서있어야 한다.

헬렌 니어링은 식사 준비에 30분 이상 쓰지 말라고 했는데, 이미 두부만 구워도........


그리고 두 번째는 적당히 짭조름하고 매콤한 양념장일 텐데 거기까지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우리 집 부엌에 아이들이 못 먹는 두부조림은 설 자리가 없다. 두부를 오래 구울수록 그래서 땀이 나면 날수록 더 그렇다. 덜 힘들 것인가, 더 맛있는 걸 먹을 것인가 두 가지를 재빨리 저울에 담아본 거다. 부에 장 양념이 졸아들기를 기다린다.

나 자신에게 우선순위를 두자고 늘 생각하지만 왜 그런지 두부조림만큼은 넘어설 수가 없다.


"비빌 언덕이 있어서..."라는 말을 이럴 때 써도 될까.

나도 울 엄마한테 매콤한 두부조림 해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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