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본 나, 너무 정확해서 놀랐다
김본능과 유이성의 성장일기
학교에서 '주변 사람 소개하기'숙제가 나온 날
이성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를 소개하겠노라 했다.
제목: 엄마
제 엄마의 이름은 김00이고
제 엄마는 친절합니다.
제 엄마의 특징은 건망증이 있고,
제 엄마는 이쁩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요리 입니다.
또, 삼겹살을 좋아하고
주말엔 늦잠을 잘 잡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는 나를 많이 사랑해서
뽀뽀를 많이 해줍니다.
아들이 관찰한 나, 너무 정확해서 놀랐다.
이쁜건 주관적이니까 뭐. 넘어가자.
아들의 표현은 늘 그렇듯 담백하고 짧지만
놀랍게도 이 안에 내가 다 들어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의 장점과 단점 특징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어릴때는 몰랐지.
아이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해하고 싶어서 너무 사랑해서.
아이는 자꾸 커가는데
나는 잊는게 주특기라
흐릿해지는 기억을
기록으로 붙잡고 싶었더랬다.
이 러브레터 같은 글을 본 날
쓰던 글, 썼던 글을 다 지워버렸다.
사랑해서 쓰는 글에
설명, 판단, 정의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 글들을 제출하고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앞과 뒤가 달라진다 사람 마음이. 죄송합니다!)
그냥
관찰하고 기록하는게 사랑인데
아이보다 내가 더 몰랐네.
아스퍼거 증후군, 영재 교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공감과 동지를 얻고 싶었던 알팍한 욕심을 내려놓는다.
아이를 이해하는 데에 그 틀이 유용하고 편안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 나는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관찰과 기록이 먼저였음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