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의 스케치북 1
어느 날, 이성이의 스케치북에서 내가 본 것은
....코로나 염기서열 이었다!
이성이는 코로나에 관심이 아주 많다. 아마 분량으로 치자면 어른 5명분 정도는 될 것이다.
이성이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인근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했다. 긴 코로나에 장사 없다고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안하지만 초반 50번대 까지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동선도 줄줄 외웠다. 어딜 가야 하는데 혹시나 싶어 불안하다면 이성이한테 "00동 00 가도 돼?"라고 물어보면 간단했다. 이성이는 오케이 구글만큼 정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마치 유투브 스타라도 되는 양, 이성이는 그 낯선 모습과 놀라운 활동력에 집중하며 열광했다. 아마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책에서나 보던 바이러스 전염병의 출현에 처음엔 이렇게 멋모르고 흥분했겠지.(내가 아는 아들들은 많이들 그랬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기대하던 일정들이 취소되고 학교를 못 가게 되고 친구 집에도 못 가게 되면서 관심은 서서히 미움으로 변하더니 일기장에 "코로나 싫어!!!!!!"를 쓰질 않나(종종 칸때우기용으로도 사용됨) 이젠 코로나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아홉 살 이성이는 자체 연구에 들어간 참이었다.
그러다 코로나 RNA 백신이 곧 나올 거란 소식이 들리니 이성이가 얼마나 들떴는지 모른다.
이 낙서는 코로나 염기서열을 찾아보고 (왜 때문인지)받아 적으면서 흐뭇해하던 흔적이었다. 화학자들이 이 염기서열을 밝혀냈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거라나.
매번 조금씩 바뀌는 장래희망이지만 지금 이성이의 꿈은 화학자가 되어 지구를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하지 엄마,
화학이 없으면
지구인들은 진작에 멸종했을걸
우리집에는 과학이 지구를 구하고, 화학자가 슈퍼히어로라고 믿는 어린이가 살고 있다. 음 굉장히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나는 미래에 슈퍼히어로의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건 내가 상상했던 모든 미래 중에서 제일 대박적인; 일일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