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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Nov 02. 2023

어떻게 살겠습니까

필수재가 아닌 사회적 생산물 관여 종사자는요.

  요즘 업계인들이 모인 곳에서 '다들 매출 괜찮냐'는 질문을 자주 봅니다. 월말, 월초와 분기 마무리가 다가오면 늘 보는 이야기이긴 한데, 요즘은 좀 심상치 않습니다. 성과가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가장 인색해지는 것은 굳이 안 해도 되는 것들입니다. 영화는 기다려서 OTT로 보고, 소소한 흥미거리 내지는 예쁜 소장템이었던 책과 잡지는 안 사게 됩니다. 먹고 입는 것들은 사는 데에 꼭 필요하니, 주머니를 죄더라도 별 수 없이 사야할 때가 있는데 읽고 듣고 보는 것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것들로 분류되는 생산물들의 가치는 대개 무게도 형태도 없습니다.


  깊이를 더하고 상상을 주는 많은 것들은 내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느껴지게 해줄 수는 있지만 당장의 생계와 관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글 쓰고 책 만들어 팔면서도 내가 생산하는 것들이 굳이 안 해도 안 죽는 것들이라는 말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한 줄, 한 권 읽는다고 연봉협상에 승부를 걸어볼 만한 기술이 생기거나, 부업 한 건 더 물어올 만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더욱 이 시장의 혹한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퇴근하며 사람들의 낯낯을 보곤 합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같은 시간대에 일터로 향했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대체로 썩 즐겁고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대중교통이나 음식점에 앉아있을 때 듣는 이야깃거리도 좀 깜깜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의 명성에 비하면 의외로 입소문은 고만고만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표제와 작품의 내용이 어떻게 얽혀있는가는 모릅니다. 다만 작품의 표제가 던지는 물음은 작품과 별개로 나에게 시시각각 다른 답을 요구합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돈이 많아져서 행복해진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위한 풀이과정에 들어가겠죠. 나는 여유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학식과 재산의 여하를 떠나 여유는 인간의 격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은 평생을 되새기는 격언입니다. 시간과 주머니 푸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 것이 왜 품위를 말하는지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계속 읽고 쓰면서 살고 싶습니다. 읽고 쓰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과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이토록 다 같이 힘든 시기, 어떻게 살겠습니까.

  굳이 안 해도 되는 것들을 들고 인간이라면, 사람다우려면 이것도 삶에 불가결하다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겠지만 투정은 부릴 수 있는 법 아니겠어요. 


  딴 얘기지만 저는 안드로이드 폰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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