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2장
해설: 온통 얼음 조각으로 둘러싸인 궁전 안에서 풀잎은 생명이 멈춘 채로 사각 얼음관 속에 갇혀서 머리칼을 휘날리며 잠들어 있다. 그녀의 기다란 새하얀 드레스와 한쪽은 심장이 찢어진 듯한 그녀의 고통에 몸부림치듯 휘날리고 있다. 열 손가락은 검은 사수에게 저항이라도 한 듯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고 눈동자는 지친 듯 감겨 있으며 여린 발가락은 푸른색으로 얼어붙어 있다.
배경: 숲을 가로질러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걷다 보면 미로의 문이 있다. 그 앞에는 그 누구도 풀 수 없을 듯한 십자 무늬가 그려져 있다. 게다가 그곳에는 생명의 손이 닿는 그 순간 모두 재가 되어 사라지는 저주의 층계가 있다. 그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인간은 영혼이 깎인다. 결국 추악한 형상만 남은 채로 돌아서는 그 모습은 도저히 흉측하여 두 눈으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경이 되고, 저주의 비명은 커져만 간다.
바람: 주검이여! 내게로 오라! 이 장검의 끝을 향해 냉랭한 기운만이 감도는 그곳으로 난 그대를 찾으러 떠나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빛도 꺼진 채 천마는 달린다.
배경: 태양마저 바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살며시 떠오르다가 고요히 넘어간다. 천마의 말발굽도 서서히 멈추듯이 타박타박 걸으며 고개 숙일 때면 노을은 바람을 잠재우듯 열기를 안으로 감싸며 붉게 타들어 간다. 그때 저편 유령의 섬에서 어둠의 그림자가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죽음의 그림자: 으하하! 난 풀잎의 모든 빛을 죽여 버리고 이 세상 그 무엇도 볼 수 없도록 오직 나! 어둠만이 풀잎을 볼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풀잎을 빼내어 갈 수 없어. 얼굴 없는 나! 어둠의 그림자만이 그대를 썩지 않도록 지금처럼 영원히 잠들게 할 것이다. 이 냉기는 모든 인간의 심장을 얼게 할 만큼 살벌하지! 으음! 내 전 존재의 주검만이 핏기 없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지!
(더 크게 으하하하! 그의 비장한 웃음소리는 유령의 성 밖으로 울려 퍼진다.)
해설: 어둠의 그림자는 풀잎이 완전히 잠든 줄 알고 천하를 얻은 듯이 호탕한 웃음을 짓지만, 그 연인들의 사랑은 어둠의 그림자조차 죽게 할 수 없는 무한하고도 아주 작은 붉은 기운이 되어 얼음관 속을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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