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클래식 산책 4

한낮의 풍경

by 김은정


한낮의 휴식



# 한낮의 풍경 #


3일 전의 일이다.

집안일은 생활의 일부로 시간 소모가 의외로 많이 발생한다. 밖에서 무언가를 생산해서 부를 누리지는 못한다. 매달 월급을 받아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 된다. 아니면 하루 종일 인도의 한 영역을 터로 삼아서 과일을 내다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만 뜨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섭다. 머리가 기억하기보다는 몸이 기억하면서 한층 한층 쌓인다. 그러면서 일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것이 집안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21세기의 현대 여성들은 집 안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다. 맞벌이를 하든가 뭐라도 한다. 요즘 아내들은 특히 경제적 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늦은 오후가 되면 엘리베이터가 분잡 하다. 배달의 민족이 꿀벌처럼 드나들며 새까만 오토바이들이 쓰러질 듯 말 듯 아스라이 세워져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은 요즘의 시대는 자연스러운 편이다. 직업의 편견도 사라져 가고 어느새 놀지 않고 뭐라도 하면 다행이고 대단해 보인다. 집안일은 남들처럼 하루 종일 일은 한다. 하지만 유에서 무의 창조인 것 같다. 사회생활은 무에서 유의 창조라면 말이다. 1주일 동안 밖으로 산책할 시간이 없었다.


눈뜨면 아침을 챙겨 먹는다. 건강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신호가 드니깐 말이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는 그렇다. 여자가 한 번 주방으로 나가면 아침 식사 후 설거지하고 잠시 숨을 돌릴 사이도 없다. 저녁이나 그다음 날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늘 다니는 마트에서 먹거리를 구매한다. 그런 중에 어느새 한 달이 흐르면 늘 쓰고 나가는 필수품이 비어질 때가 많다. 이어서 체크하고 주문하고 매번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사실 좁은 집안이지만 걸음이 빨라진다. 주부 일의 연속성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지쳐서 거울을 보면 이젠 거의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본다. 사실 본래는 여자가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할 일이 있다. 집안일은 섬세함이 참 중요하다고 본다. 말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난 3일 전 집안일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집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워킹이 필요했다. 무작정 걸어야 했다. 그날은 햇살이 따사로워서 봄날 같았다. 차갑지만 봄기운 같은 바람이 좋았다. 여천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그 아래에는 오리들이 무리 지어서 놀고 있었다. 난 그들을 보면 Hello! How are you? How's Weather today? is it funny?라고 오리에게 인사한다. 그러면 오리들은 반응을 한다. 꽥꽥---, 아니면 날개를 느닷없이 펼치면서 맘껏 표현한다. 오리들이 몸을 일으키면 유난히도 눈에 띄는 오리발이 보인다. 우습다. 수영하는 장면들. 내가 본 오리들은 평안해 보였다. 오리는 말하는지도 모른다. "남의 속도 모르고, 이 동물들의 세상도 만만지가 않아요." 그럼 난 "사실, 나도 그래." 말은 안 통해도 동물들과의 서로 공감하는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오리가 멀뚱멀뚱 못 들은 척 잠시 바라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오리는 오히려 "물장구 한 번 쳐 보실래요. 저희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오리니깐요." 그럼 난 "오리가 제법 제 주제 파악을 잘하네." 그렇게 인사 나누고 앞으로 계속 걸어간다. 나의 뒤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가 목줄에 묶여서 나들이를 나왔다. "아이, 귀여워, 저 강아지 좀 봐, 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는 것 좀 봐." 강아지 목줄을 쥔 남자 주인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 너의 관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 열심히 움직여야지. 아이고 잘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활기차게 다리를 움직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걸었다.


달려라 하늬


찌뿌둥한 마음은 동물들과의 교감으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 오늘의 클래식 #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제13곡> 백조를 감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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