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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Im Sep 09. 2020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할머니(1) - 난로 이야기

어린아이가 난로에 가까이 가서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것을 보면 마음이 놀랄 때가 있습니다. 난로를 보면 가슴이 가끔은 뛰는 일을 경험합니다. 


1984년도의 일입니다. 1984년은 올림픽으로 전국이 들떠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올림픽 때문에 계속해서 방송 주파수에 기울였습니다. 어린 시절 금메달이라도 따는 날에는 전국이 들썩였고 금메달을 땄던 사람들은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서 말 한마디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수영장에서도 금메달 소식을 듣느라고 귀를 쫑긋하게 기울였던 뜨거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고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보일러와 전기난로 등 난방 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므로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내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았고 난방도 연탄을 피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방이 세 개가 있는 면목동의 단독주택이었습니다. 겨울이 추웠기 때문에 누나들과 나는 난로가 있었던 안방에서 주로 보냈습니다. 추운 겨울에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라면도 끓여 먹고 고구마도 구워 먹으면 천국의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녁에 식구들끼리 안방에 모여서 고구마를 먹고 있었습니다. 고구마가 맛이 있어서 들뜬 나머지 안방에서 뛰놀던 나는 아버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니다가 장롱에 기대어 넘어지다가 난로 위에 있었던 주전자를 쏟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근처에 있다가 약간 몸에 데셨습니다. 너무 뜨거웠을 테지만 할머니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을 하셨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었고 아버지는 화가 나서 매를 들고 나를 때리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아버지를 말리면서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에게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잘못했으면 할머니가 크게 화상을 당하실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커가면서 할머니의 작은 실수로 인한 작은 손해마저도 참지 못하고 상처를 주었던 일이 많습니다. 난로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감싸 안았던 생각이 나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모든 분노가 누그러집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손자를 용서하고 이해하셨는데 손자는 할머니의 작은 실수에도 가끔 화를 냅니다. 손자는 이내 과거를 회상하고 할머니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전보다 더 진한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겨울은 추운 계절입니다. 몸은 추우면 녹일 수 있는 난방 시설이 충분하지만, 마음은 추울 때 녹일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 사이에도 미움과 원망이 싹튼다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에 놓여 있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그러운 이해는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가져다줍니다. 미안함을 느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용서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난로가 몸을 녹이듯이 이해는 사람의 마음을 녹입니다. 난로의 온화함보다 할머니의 미소가 손자를 더욱 감동하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요즈음도 난로를 보면 가끔 몸보다 더욱 추울 수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ijcc2JCQ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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