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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Im Sep 23. 2020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감상

https://www.youtube.com/watch?v=KcPqdfSKt7I


자화상


저자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감상


윤동주 시인의 많은 부분에서 자연을 다루고 있다. 시인은 외딴 논가에 있는 우물을 홀로 찾아가서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는 자연이 보이고 있다. 자연 이외에 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본다. 우물 속에 비췬 사내는 시인의 바램과는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미워져서 돌아갔다. 거울 속에 비췬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서글퍼보면서 미워질 수 있다. 어렸을 때 대기업 회장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이 현재의 초라한 모습을 보았을 때 자신만큼 미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인은 돌아가다 생각해 보니 그 사내가 가엾어졌다. 다시 미련이 남아서 보니까 그 사내는 그대로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미워지다가도 어느 순간 불쌍해진다. 환경과 삶이 녹녹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낄 수 있다. 다시 그 사내가 미워져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이 그리워졌다. 시인은 그리움이 워낙 컸기 때문에 자신의 우물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시에 담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서시(序詩)


저자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십자가


저자 : 윤동주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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