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나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 주택에서만 살았다.
친척집이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아파트 난방이 포근하면서도 왠지 모를 건조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구조의 편리함도 있고 관리가 용이한 점이 부러우면서도 세대 간의 분쟁이나 소음, 담배연기 등등 공동으로 공간을 나눠 쓰는 형태에서 오는 문제점이 보여 역시 우리 집이 좋지-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
주택은 바로 옆에 이웃집이 있다 해도 마당이 있어서 소음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내 집 대문이나 창문 앞에 바로 맞닿을 수 없기 때문에 불쾌한 향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조성이 잘 된 주택 단지에 살아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단지에서 소음으로 시비가 붙기도 하고 쓰레기 문제도 얼굴을 붉히는 것도 종종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주택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마당에 식물을 기를 수 있었다.
나무와 꽃들이 주는 평화로운 풍경은 나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게 해 주었다. 잔뜩 긴장할 이유도 없고 신경을 곤두세울 일도 없고 그저 느긋하고 고요하게 그곳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기쁜 시간들.
결혼 후 신혼집을 아파트로 구하게 되었고 형편에 맞춰 살림살이를 준비했으나 흙냄새 나는 공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며칠 고민하다 화분을 잔뜩 들여놓았다. 친정아버지가 주신 키가 큰 고무나무, 향이 진한 재스민 꽃나무, 동백꽃나무, 그리고 내가 화원에 가서 직접 데려온 박쥐란, 유칼립투스, 고사리, 산세베리아, 스타트 필름, 행운목, 홍콩야자나무, 트리안, 스투키까지 집안 곳곳 초록 식물을 두고 나니 행복해졌다.
식물을 기르는 일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일이며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되 과습 되지 않게 환기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해가 너무 뜨거우면 잎이 마르거나 타들어 갈 수 있으니 블라인드로 잘 조절해 주어야 하고, 꽃이나 열매를 맺는 식물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겉흙을 보고 말랐다 싶으면 물로 적셔준다.
소소하게 말도 걸어주고 겉잎도 물로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어야 잎이 숨을 쉴 수 있다. 때마다 영양제도 챙겨주고 잎이나 가지를 솎아 낸다. 병충해가 생기지 않았나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수고로움이 묻어나는 일이지만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식물 잘 키우는 것 부럽다며 보고 있으니 눈이 편해지고 마음도 평안해진다며 칭찬해 줄 때 보람을 느끼게 되니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식물들 하나하나 다 애정하고 아끼는 마음이라 힘들어도 다시 물조리개를 들고 가꾸게 된다.
올해 트리안과 동백꽃나무가 병충해로 나를 애먹이다 결국 트리안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비워진 그 화분을 바라볼 때마다 속상하고 미안했다. 더 관심을 기울일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부디 내가 게을러지지 않고 지금과 같이 열심히 우리 집 식물들을 잘 가꿔나갔으면 좋겠다. 계속 이 일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꽃대에 맺혀있는 이슬과, 햇살에 반짝이는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초록 친구들의 위로를 지금처럼 받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