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스타일
민머리가 잘 어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두상도 예쁘지 않고 머리카락으로 그나마 멋을 부려야 봐줄 만한 모습이니 과감히 밀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매일 감고 말리고 묶었다가 풀었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앞머리의 유무도 고민 중 하나다.
앞머리가 없으면 하루 정도 안 감아도 떡진 느낌이 덜하고 모자를 쓰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머리를 묶을 때 가르마를 잘 타 줘야 얼굴의 각이 어느 정도 가려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눈썹이 보이기 때문에 숱이 없는 눈썹 모양을 잘 다듬어줘야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앞머리가 있으면 하루만 안 감아도 머리카락이 갈래를 이뤄 기름진 모습이 그대로 연출되므로 게으름을 피울 수 없고 모자를 쓸 때 뒤로 넘기며 써야 하니 조금 번거롭다. 볼륨을 위해 롤을 항상 말아두지 않으면 앞으로 축 쳐져서 시야에 방해가 되는 불편함이 있지만 눈썹이 가려지므로 눈썹 다듬는 일은 넘어갈 수 있다.
앞머리가 없을 때는 강하지만 깔끔한 인상,
앞머리가 있을 때는 귀엽지만 어리숙한 인상을 준다고 내 지인들은 내게 말한다.
선호도를 보자면 앞머리가 있는 쪽이 좀 더 높지만 관리의 귀찮음으로 앞머리 없이 지낸 지 2년째.
염색으로 인해 두피와 머리칼이 상해서 미용실 원장님의 권유로 검은색으로 덮지 않고 내 자연 머리카락으로 원하는 길이까지 기르고 있기를 1년. 스타일이라고 불릴 것도 없이 푸석해진 머리를 보면 울적해진다.
머리스타일로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풍기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나는 타인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오래 동안 품어왔던 터라 소위 칼 단발이라고 불리는 단발머리를 한 적이 있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주는 꽤 내 마음에 드는 머리스타일이었다.
하지만 2주마다 머리끝을 다듬어야 하고 뒤로 묶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쏟아지는 머리칼 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거추장스러워지면서 다시 기르고 말총머리처럼 한 번에 묶기 편한 스타일로 바꿨다.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염색을 하기도 하고 펌을 하고 머리를 짧게도 길게도 관리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게으른 성격이 머리스타일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관리하기 편한 것을 선호하니 예뻐지기 위한 길과 좀 거리가 있다. 누군가 내 나태함을 알아차릴까 봐 젊을 때는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쓰고 다녔는데 얼마간의 나는 이게 나다 하고 인정하고 사는 편이 좋았던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두 번은 꼭 펌을 하고 염색을 했었는데,
머리 하는 동안 앉아서 마스크 오래 쓰고 있기도 불편하고 특별히 예쁘게 하고 다닐 만한 시기도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겼었다.
헤어 디자이너의 섬세한 손길과, 미용실 스텝들이 건네는 친절, 머리가 완성되는 동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잡지책들과 출출한 배를 채워주던 간식과 음료 등이 그리우면서도 방문하기 꺼려지긴 했었으나 아무리 멋 부리기 귀찮음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거울 속 이 머리 모양을 계속 방치해둬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요즘이었다.
최근 위드 코로나(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보고 이제 마스크를 벗고 여기저기 활동하며 다닐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미용실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봐 두었던 연예인의 사진을 저장한 휴대폰을 들고 가서 미용실 원장님과 이야기하며 달라질 내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고, 비록 그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못할지라도 벅찬 기다림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