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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Nov 24. 2021

보고 싶었어, 케빈.

영화

아이는 12월이 되면 정말 겨울인 거라고 몇 밤이나 남았는지 달력을 보며 숫자를 세어본다.


-너는 겨울이 왜 좋아?

-눈이 오잖아 엄마.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고, 선물도 받고 반짝이는 것도 많아.



한껏 들떠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바라보니 눈이 정말 빛이 난다. 안광이라고 해야 할까?

반짝이는 아이의 눈에 잠시 빠져있는 사이 텔레비전이 켜지고 반가운 장면이 나왔다.



남편이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려 틀어놓은 채널에서 참고자료로 영화 '나 홀로 집에'가 화면을 통해 나오고 있었고 갑자기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다음 날, 아이와 남편이 유치원과 회사로 떠난 시간.

나는 나의 옛 친구 케빈을 만나러 팝콘과 감자칩, 버터오징어와 청귤 사이다를 준비하고 소파 앞에 앉았다.



미국 집들은 다 저렇게 예쁜 걸까? 다시 한번 감탄했다.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 하와이, 괌.

미국령의 도시들을 다녀봤지만 크리스마스 기간이 아니어서 영화 속에서 만큼 반짝이지는 않았는데 화면 가득 따뜻하고 포근하고 찬란한 장식들을 보고 있으니 저 동네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한테 구박받고 가족들에게 상처 받는 케빈.

소원으로 가족들이 다 사라지라고 했지만 이내 그들이 그리워진 케빈.


영리하게 도둑들을 골탕 먹이는 케빈.

옆집 아저씨와 훈훈한 마음의 정을 나누는 케빈.


가족 간의 신뢰회복과 부모의 어려움, 아이의 고충이 무겁지 않게 잘 표현되어 있고 도둑들이 어린 꼬마에게 된통 당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며 재미를 주는 이 영화를 싫어할 이유가 내게는 없다.



어떤 계절이 올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겨울이 오면 '나 홀로 집에' 외에 '이터널 선샤인'이나 '렛 미인', '겨울왕국' 같은 다른 영화들도 떠오르지만 올해는 유독 케빈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자기와 같이 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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