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고 예쁜 선생님이 걸리게 해 주세요.
딸의 입학 전 날(벌써 2년이 흘렀다니), 바람이 쌩쌩 불었다. 날씨가 좀 따스했으면 좋겠는데...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기 시작하고, 봄 맞을 준비하는 자연들이 내 마음처럼 분주하게 느껴진다. 같은 아파트 윗 층 할아버지를 보면, 부끄러워 내 옆에 숨는 딸을 보며 이제는 할아버지가 농담 반 진담 반 역정을 내신다.
"너. 한 살 더 먹었는데, 엄마 옆에 딱 붙어서 모른 척 하기냐? 어디 보자. 올 해도 인사 안 하는지.."
어릴 적 나도 부끄러움 많이 타서 한참 동안 사람들에게 눈을 못 마주쳤던 기억이 나는데, 지후도 부끄러워해서 오해도 많이 산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친구가 좋다고 표현을 했는데 지후가 부끄러워 대답을 못하고 딴짓을 하니 그 친구가 상처 받았다는 등 다양한 오해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오해를 받는 당사자도 엄마도 난감하고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야 나아지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인사한다. 학교 가서도 인사도 하고 표현도 잘해야 할 텐데 살짝 고민이 된다.
"지후야. 내일 입학식 때 씩씩하게 대답할 수 있겠지?"
"응. 근데, 선생님이 젊고 예쁘면 좋겠다."
어쩌누, 유치원 선생님 같은 분을 기대할 텐데 학교 1학년 선생님 대부분 나이 드신 선생님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1학년 선생님은 부시맨 머리의 꼬불꼬불 파마머리 할머니로 굉장히 무서우신 분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는 체벌이 많았던 시대라 1학년 기억에 까불이 짝꿍 남자아이의 뺨을 때려서 내가 엄청 겁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시대지만 여전히 1학년 담임교사는 보통 연륜 있는 선생님이 되기에 아마도 나이 드신 선생님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후야. 혹시 지후가 내일 담임선생님 보고 처음 실망할 수도 있어."
"어? 왜? 안 돼~~~~ 에"
"음.. 엄마도 아빠 처음 봤을 때 실망했거든? 그런데 자꾸 보니 장점이 많았어. 처음 보는 거랑 다른 거지.. 너도 혹~시 선생님 보고 실망하더라도 겪어보면 좋은 점이 더 많으실 거야.."(남편을 팔았다.)
"에이~~~ 그래도 예쁜 선생님"
"그래 내일 ~~~ 기대해보자."
드디어 다음 날이 바로 부끄럼쟁이 지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시작하는 앞날에 재미와 즐거운 추억이 넘치길 살포시 응원해본다. 더불어 새 학년 맞이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모든 부모님들도 파이팅!
아이 마음
초등학생이 된다. 두근거리고 설렌다. 나는 친구를 잘 사귀니까 걱정은 없는데 선생님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무서운 남자 선생님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 꿈에서는 선생님이 안경 쓰고 착했는데 실제로 만나는 선생님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왕이면 젊고 예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자꾸 엄마, 아빠가 학교에 가면 스스로 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한다. 나는 아직도 어른들이 부끄럽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부끄럽다. 별님 반 라희처럼 나한테 함부로 대하고 못되게 구는 아이가 우리 반에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