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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pr 16. 2020

얏호~ 엄마표에서 해방되다.

내 아이에게서 진작 내려놓아야 했다.

엄마표 ㅇㅇ법이 넘쳐난다. 몇 년 동안 꾸준히 해 온 엄마표의 엄마들과 아이들은 성과를 이룬다. 너도나도 그 엄마의 비법을 따라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공부하고 홈스쿨링도 한다. 나도 아이가 어렸을 적에 사교육의 힘보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모여 뿌듯한 결과물이 나오리라 기대하며 엄마표 음악, 피아노를 가르쳐 본 적이 있다. 문화센터 유아음악 강사답게 여러 교재 교구에 따라 붙이고 피아노 리듬에 따라 몸으로 표현하며 익혀줬다. 아이는 재미있어했다. 5살 어린이집 음악회에서 젓가락 행진곡을 나와 듀엣으로 칠 정도로 제법 잘 따라오는 듯했다. 그게 다였다. 한글이 늦은 아이는 계이름을 계속 헷갈려했다. 내가 지적하면 엄마가 자꾸 자신의 연주를 방해한다고 싫다 했다.

손 모양을 가르쳐 주면 아이는 짜증을 냈다.


“엄마가 치는데 방해해서 더 이상 피아노 안 칠 거야”

 “이렇게 치면 나중에 빠른 곡을 칠 때 불편해, 손 모양이 잘 되어 있어야 소리도 예쁘지”


타일러봤자  아이에게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지적하는 잔소리 쟁이 엄마의 잔소리로 들렸나 보다. 실랑이가 있고 난 후 더 이상 피아노를 아이에게 권유하지 않았다.  악기 배우기 적기인 일곱 살, 여덟 살이 되어도 아이는 피아노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이라 아이의 피아노는 걱정 없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아이가 더 천재성을 보일 때 내 마음은 왠지 모를 조바심이 났다.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의 심리를 이용해서 학원을 권유했다.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괜히 어릴 때 내가 안다고 가르쳐줘서 피아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생겼나 싶어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아이에게 피아노를 권유하지 않고 오직 내가 피아노 치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 아이는 훼방만 놓을 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엄마인 내가 피아노를 했다고 절대 아이에게 피아노를 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법이다. 사춘기가 올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악기 하나는 배워놓아야 한다는 엄마의 일방적 계획이었다. 아이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굳이 악기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아이가 배우고 풀며 표현할 것들은 많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엄마인 내가 피아노를 잘 알고 가르치니, 내 아이만큼은 다른 아이보다 피아노를 더 잘 치며 앞서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그냥 나왔을 리 없다. 그런저런 이유로 나는 엄마표 ㅇㅇ 을 포기해버렸다. 아무리 사이좋은 아이와 엄마라도 교육이 들어가면 아이와 사이가 멀어진다. 아무리 엄마가 전공자라 할지라도 아이의 연습과정을 지적하는 것은 아이의 의욕만 꺾을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간혹 주변에 엄마표 활동계획대로 잘 커가는 아이와 엄마를 보면 참 대단하다고 본다. 반대로 나와 아이는 엄마표가 맞지 않음을 인정했다. 결국 사교육의 힘을 받기로 결심했고 기다렸다. 아이는 2학년 여름 방학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피아노 학원을 다녀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이의 성향과 학원 분위기, 선생님의 성향을 고려한 후 아이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선택해 보냈다. 딸은 너무 즐겁게 학원을 다닌다. 집에 와서 자발적으로 배운 것을 펼쳐서 연습을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시도하고 실패했던 엄마표의 피아노가 사교육의 피아노 한 달에 밀렸다.


이렇게 편하게  학원에서 배우고, 집에 와서 모르는 것이나 연습할 때만 도와주면 되는 것을...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긴 시간을 붙잡고 있었을까? 아무래도 ‘내 아이는 나한테 배워서 이렇게 잘 쳤노라 ‘ 하는 자신감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테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엄마가 피아노 전공했는데 왜 안 가르쳐? “라는 주변의 시선에 가벼워졌다. 엄마표가 누구에게나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끈기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규칙적이고 때로는 단호한 엄마는 엄마표가 맞을 수 있겠다. 다만, 나처럼 내 아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객관성이 어렵고 주관적인 감정이 앞선다면 엄마 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낫다. 엄마표 피아노에서 해방된 지금은 나도 아이도 모두 다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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