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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Dec 03. 2020

10나는 왜  조각난 어금니를   살려내고자 애쓰는가.

마흔, 사라지는 것의  아쉬움

"살리기  힘들겠는데요."

"그래도 자기 것이 낫지 않을까요?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뽑기는 좀..."


어금니를 파보니  금니를  덮고 치료했던

곳에  쩍~하고 두 쪽으로 갈라 부서져 있었다.


의사는  이렇게 신경 거슬리게 욱신거리고 아플 거 같으면 뽑고 임플란트 하는 것이 낫다고 회유한다.


어금니 치료하고 덮은 게 몇 년도 안 되었는데,

또 치료를?

속이 부대낄 때마다  메스껍다고  먹은 사탕이

문제였나?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먹고 3분 뒤 양치는 온데간데없고,

양치할 사이도 없이 계속 먹어서  그랬나..

후회할 틈도 없이

머릿속에는  돈 계산에, 그동안에 고생할 치과치료의  미래로 가  염려를 늘어놓고 있었다.



"어떻게... 제 이빨을 살릴 수 없을까요?

아무래도  뽑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써보고

뽑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의사는  치료는 해보는데  언제까지 사용이 될는지

곪은 잇몸 치료 후에  완치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내 이빨로 일 년, 아니 몇 개월이라도  사용이 가능하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양치도 더 꼼꼼하게

치실도 빠지지 않고  쓰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며칠간 치과를 다니며  집중 치료를 받았다.

브릿지? 같은 가짜다리 남아 있는  어금니 조각과 함께 세우고  금니로 씌우며

어찌 되었든 반쪽 짜리 이를 살려냈다.




그렇게 일 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최근 들어 아랫니가 콕콕 쑤신다.

또 염증이 생긴 건가? 이제는 진짜 임플란트를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는 그렇게 거슬리면  뽑고 임플란트를

하라고 했다.

3년 전, 눈에  새로운 수정체를 심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몸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였다.

아무리  밉게 보이는 것들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인가를.... 말이다.

밝고 선명한 사물 뒤로 저녁에 퍼지는 불빛들..

2프로 아쉬움과  불편한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 지금은 '되도록 내 몸에  있는 것을 살려 쓰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갑상선 수술을 한 지인이 그랬다.

"똥 눌 때, 힘주는 것도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갑상선을 떼고 나니 힘주는 것도 쉽지 않더라."


농담 반 진담 반의 그녀가 한 이야기가

마흔이 지나고

내 몸들의 급격한 변화를 느끼며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남의 것보다 내 것이  좋다"

"아무리 하찮은 내 것이라도  있는 것이 낫다."



조각 난 이도 살려 쓰려고 애쓰는 요즘,

5년 전, 이뻐지려고  교정하며  빼 버린

위아래  생니 4개가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예뻐지려고   불필요한 것들이라고

제거했던 것이

나이 들면서 쓸 수 있는 마지막 히든 무기였는데..


아쉬움을  간직하고

코로나로 미뤘던 정기검진을 갔다.

염증에 남아있던 뿌리가  녹았을까 어쨌을까

살짝 염려가 되었다.

뽑을 각오를 하며 갔더니

"여기 보이시죠? 뿌리도 그때보다 조금 자랐고,

염증이 아주 깔끔하게 완치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염증도 없고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

다행이다..


몇 달이 갈지 몰라도

잘 관리되고 있어서....



마흔 이후의 몸의 변화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빨리 흘러 버리는 아쉬움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아쉬움..


그래서  그  조각난  쪼가리  어금니를

붙잡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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