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를 한다. 집콕의 운동, 스트레칭에서 답답함을 없애고자 생각한 것이 산책 아니면 계단 오르기다.
계단 오르기를 택한 이유는 산책과 걷기까지 나가지 못할 때 (비, 눈, 바람.. 여러 외부요건)를 피해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자세만 좋게 오르면 효과가 좋은 운동이란다.
집에서 문만 열면 나오는 쉬운 환경에, 층수와 횟수, 시간은 자신이 정하면 되고 , 빠르게 오르면 유산소 운동에 다리 근력까지 키워주니 이만한 운동도 없다 싶다.
습관 멤버님들께, 지인에게 계단 오르기가 좋다고 얘기를 하곤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계단이 없는 곳에 사는 분은 밖으로 나가서 계단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하니 번거로워 차라리 산책이나을지도모른다
혹 계단이 바로 있는 곳에 사는 분이라면 짧은 시간에 후다닥 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를 추천한다.
내가 경험한 것들 중 짧은 시간에 땀까지나는 효과 좋은 것을 꼽자면 당연 계단 오르기다.
게다가 나의 경우는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모르는 이웃의 성향과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깨알 재미가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20년도 훨씬 넘은 노후된 아파트다. 계단도 낡았고 엘리베이터도 낡았다. 7층을 내려갈 때도 천천히 내려간다. 덕분에 거울에 비친 주름진 얼굴과 피부빛을 살피며 입꼬리도 올려보는 여유가 있다.
1층으로 내려와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이 계단 오르기의 리추얼이다. 하늘을 찍고 뒤돌아 아파트로 들어가면 1층에서 가곡이 들리고 "~오~~~~ " 하며 노래를 부른다. 매번 발성연습이 들리는 걸 볼 때, 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 전공의 일을 하는 이웃인듯하다.
3층을 올랐을 때 가끔씩 "띠리릭~"하고 문이 열리고 한 할머니( 나와 인연이 된 3층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이사 가고 들어온 분)와 눈이 마주친다. 몇 번 인사를 해봤는데 인사를 받아주지도 , 어떤 대꾸도 하지 않는 할머니에게 난감했던 기억이 나서 ' 이 분은 내향적이거나 아님 본인과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아는 척하기 싫은 친화적이지 않는 분이거나 귀가 어두운 분? '이라는 억지 추측을 하고 올라온다.
6층을 지나다 보면 노견 한 마리를 같은 시각에 산책시키는 우리 집 아래층 중년 부인을 만난다. 조용하지만 인사하며 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상냥한 분이다. 보통은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때가 많아 계단만 보고 올라가는 편이다.
계단바닥을 보고 올라가다 보니
일주일이 넘게 똑같은 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아니 어제, 엊그제.. 며칠 전의 쓰레기다. 청소하는 할머니가 자주 오시지는 않구나 짐작하게 된다.
조금씩 숨이 가빠진다. 9층 10층이 되어서 공문 하나가 계단 베란다 창문 근처에 붙여있다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 아래 위층으로 냄새가 옵니다"
누군가 귀찮아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분이 살구나, 위. 아래로 갈등 좀 있겠다 싶다.
자전거가 있는 집, 유모차를 계단에 둔 집, 우산꽂이와 식탁의자를 아예 계단에 놔둔 집.. 정말 천차만별의 물건이 계단에 놓여있다.
살고 있던 집 계단만 주야장천 왔다 갔다 한 내가 계단 오르기를 하며 또 다른 세상의 계단을 구경한다고 할까..
누가 사는지 , 주인은 어떤지 상상하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러는 사이 계피 다리는 냄새가 아파트 계단으로 새어 나온다. 그리 싫지만은 않은 정겨운 냄새다. (왠지 나이 드신 분이 살 거 같은 상상을 하다 보니) 15층까지 올랐다.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1층으로 내려간다.
매일 아침 계단을 오른다. 숨 가쁜 호흡을 하며 건강도 챙기지만 계단의 빈 공간의 흐름 속에 각자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려져 더 재미있는 계단 오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