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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ug 06. 2020

9.마흔의 커피

달달한 카페인이 그리워 오늘도 믹스커피를 마셨습니다.

비가 내린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비가 내리기 전부터 내 몸은 찌뿌둥한 신호를 보내온다.

그러면 어김없이 뒷날 비가 내렸다.

몸의 신호는 보통 뼈들이 쑤시거나 머리가 띵 한 것들이다.

친정 엄마가 일어나자 내는 신음을 나도 모르게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면 자석에 이끌리듯 찾게 되는 것이 있는데 조용한 음악과  커피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없었다면 비 오는 날이 별로였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애호가처럼 ㅇㅇ산 커피를 구분하지 못해도 그냥 커피 향이 주는 행복이 좋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커피 자체가 맛있어 좋아하는 것보다 커피가 주는 카페인과 단맛의 중독과 위로 때문에 마신다.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 날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2였을 테다. 야간 자율학습을 했던 그때, 친구가 뽑아주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어른이 된 거야? 마셔 말어?' 순진한 생각으로 마셨던 첫날, 달달하고 쓴 커피 특유의 믹스커피  한 잔.. 그날 밤 꼴딱  날을 샜던 커피와의  만남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날 이후로  친구와 나는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작하기 전에 꼭 자판기 앞으로 가서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우리들의 추억 한 스푼을  담아 홀짝홀짝  마시는 기분은 최고였다.


쓰디쓴 커피보다   프리마( 모 커피회사의 하얀 분말가루)와 섞은 설탕 맛에 이끌렸는지 모른다.

 2대 2대 2(설탕 2, 프리마 2, 커피분말 2)의 환상적인 조합에 태어난 믹스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면  별다른 간식을 내어주지 않아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얹힌  다방의 비엔나커피 시절을 지나  지금의  커피 문화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와 향, 여러 조합들의  커피 제품, 커피 브랜드, 카페는  커피맛 이상의 것들을  주며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했다.



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 고상하고 우아한 커피의 취향을 따라 하고 있지만  처음 마셨던 자판기의  달달한 커피를 잊을 수가 없나 보다.

그래서인지 아메리카노 원두보다 우유를 섞은 라떼를 좋아하며  바닐라의 달달한 라떼를  마시며  비엔나커피 아이스크림을 띄운 믹스커피)와 자판기 추억을 끼워 맞췄다.




그렇게 커피와 함께 중년이 된 지금..

친구들은 뱃살도 빼고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커피도 줄이고,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도 줄이라고 한다.  당분도 줄여야

한다며  꼭 마시고 싶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라고 했다.



나도 그녀들을 따라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셨다.




"아 쓰버라(경상도 사투리. 아 써라)"



깔깔 웃는 그녀들의 웃음을 뒤로하고 시럽을

들고 왔다.



커피 향이 좋은 건 둘째고,

달달함이 더해진 카페인의 중독적인 맛 때문에 커피가  좋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축 처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김없이 달달한 카페인에 중독된 중년의 뇌는 자동적으로

커피를 탄다.



오늘도  커피를 타서 베란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감상한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마시는 커피는 어느 카페에 뒤처지지 않는다.


따뜻한 찻잔 속에 담긴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인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쓰레기 통에 들어간 노랗고 긴 스틱의 믹스커피 봉지를 보며 씩 웃었다.


"그래, 커피는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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