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가 일어나자 내는 신음을 나도 모르게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면 자석에 이끌리듯 찾게 되는 것이 있는데 조용한 음악과 커피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없었다면 비 오는 날이 별로였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애호가처럼 ㅇㅇ산 커피를 구분하지 못해도 그냥 커피 향이 주는 행복이 좋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커피 자체가 맛있어 좋아하는 것보다 커피가 주는 카페인과 단맛의 중독과 위로 때문에 마신다.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 날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2였을 테다. 야간 자율학습을 했던 그때, 친구가 뽑아주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어른이 된 거야? 마셔 말어?' 순진한 생각으로 마셨던 첫날, 달달하고 쓴 커피 특유의 믹스커피 한 잔.. 그날 밤 꼴딱 날을 샜던 커피와의 만남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날 이후로 친구와 나는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작하기 전에 꼭 자판기 앞으로 가서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우리들의 추억 한 스푼을 담아 홀짝홀짝 마시는 기분은 최고였다.
쓰디쓴 커피보다 프리마( 모 커피회사의 하얀 분말가루)와 섞은 설탕 맛에 이끌렸는지 모른다.
2대 2대 2(설탕 2, 프리마 2, 커피분말 2)의 환상적인 조합에 태어난 믹스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면 별다른 간식을 내어주지 않아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얹힌 다방의 비엔나커피 시절을 지나 지금의 커피 문화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와 향, 여러 조합들의 커피 제품, 커피 브랜드, 카페는 커피맛 이상의 것들을 주며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했다.
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 고상하고 우아한 커피의 취향을 따라 하고 있지만 처음 마셨던 자판기의 달달한 커피를 잊을 수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