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허위·과대광고의 함정
# 화장품법, 화장품규제, 허위과대광고, 소비자보호, 의약품오인, 광고사기, 실증
“죄송하지만, 살 조금만 빼실 분들은 사지 마세요.”
“붙이기만 했는데 살이 너무 빠져서, 다시 찌울 정도였어요.”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무서울 지경이에요.”
요즘 제 SNS 피드엔 이런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옵니다.
애써 스크롤을 넘기려 해도, 어느새 영상 끝까지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쉽게 살이 빠진다니, 솔깃하니까요.
그런데 붙이고 바르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화장품은 없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계속 없을겁니다.
"에이~ 저렇게 해서 살이빠지면 누가 살을 못빼!"
"나는 이런 광고에 속지 않아!"
라고 생각하셨나요?
이런 거짓 광고, 그렇게 웃어넘길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비교적 덜 속을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더 걱정되고 마음이 아픈 부분은 바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아끼고, 본인 물건 하나 살 때도 몇 번이고 망설이던 분들.
그런 분들이 TV 홈쇼핑이나 SNS에서 본 ‘기적 같은 효과’라는 말 한마디에,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지갑을 여시는 걸 보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혹시나 규제를 무시하고,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제품을 쓰시다가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평생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이런 거짓 광고 앞에선 너무나 무력해집니다.
화장품은 법적으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어야 합니다(화장품법 제2조).
살이 빠질 정도의 변화를 주려면 성분이 표피를 뚫고 진피층, 그리고 피하지방층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그건 이미 주사나 의약품의 영역입니다. '경미'하기는 커녕 '대공사급' 변화를 광고하는 순간 이미 화장품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거죠.
그러니 ‘바르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광고 문구 자체가 애초에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식약처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에는 ‘다이어트’, ‘체형 변화’, ‘가슴 확대’와 같은 표현이 명확히 금지 문구로 규정돼 있죠. 이런 문구를 쓰는 순간, 이미 법을 위반하는 셈입니다.
금지 범위는 다이어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치료 효과가 있다’, ‘의학적 효과가 있다’, ‘독소를 제거한다’, ‘특정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세포 성장을 촉진한다’처럼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해할 만한 표현들도 모두 사용이 금지됩니다.¹
「화장품법」 제13조(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 등의 금지) ① 영업자 또는 판매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2. 기능성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거나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ㆍ유효성에 관한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
3. 삭제 <2025. 1. 31.>
4. 그 밖에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물론, 어떤 화장품 브랜드들은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규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 광고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존중하는 회사들은 먼저 절차를 밟습니다. ‘실증’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식약처로부터 해당 문구 사용을 허가받은 뒤에야 광고에 활용하죠. 이렇게 적절한 과정을 거친 광고라면, 소비자로서 믿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규제를 아예 무시하는 쪽입니다.
“붙이기만 했는데 살이 너무 빠져서, 다시 찌울 정도였어요.”
↳이건 그냥, 규제도 소비자도 전부 무시하는 광고입니다.
화장품법 같은 규제는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걸 무시한다는 건 곧,
“소비자의 건강은 관심 없어.” 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런 ‘될 대로 되라’ 식의 무책임한 광고가 너무나 많습니다. 심지어 의사나 약사 가운을 입고 전문가인 척하며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도 있죠.²조금만 검색해 봐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법을 무시하고 제작된 광고들이 쏟아집니다.
혹시 ‘나한테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구매하려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 멈추세요. 사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거짓 광고에 속는 사람이 줄어들면, 그 광고를 만들 이유도 사라집니다.
당연한 순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심해야 합니다.
식약처도 사이버조사팀을 운영하며 허위·과장 광고를 단속하고 행정처분에 형사처벌까지 하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³SNS 알고리즘은 특정 수요자에게만 광고를 노출해 모니터링이 어렵고, 광고 제작을 외주로 맡기기 때문에 꼬리 자르기도 쉬워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죠.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광고에 속지 않게 하려면,
사지 않는 것, 그리고 주변에 알리는 것.
이것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¹다만, '일시적 셀룰라이트 감소', '붓기 완화', '피부 혈행 개선'과 같은 일부 표현은 인체적용시험으로 실증을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
² 정흥준 기자, 「광고 속 약사는 전문배우… 약국 악용한 마케팅 논란」, 데일리팜, 2025년 5월 13일.
박근빈 기자, 「‘900kcal 태우는 약?’ 알고 보니 의사 사칭 광고… 의약계, 대검에 공동고발」, 뉴데일리경제, 2023년 11월 30일.
³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보도자료 「"피부재생", "염증완화" 등 화장품 부당광고 적발」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