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공병, 안전할까요?”

SNS 속 예쁜 공병 인테리어, 법은 뭐라고 할까?

by Elly K

# 화장품법, 용기적합성 시험, 화장품 용기포장, 안정성시험, 화장품안전기준등에관한규정,PL법

한때, 욕실을 호텔처럼 꾸미는 데 빠졌었죠. 건식 욕실에 라벨 없는 미니멀한 디스펜서. 톤을 맞춘 어메니티들이 주는 감각적인 통일감이 꽤나 마음에 들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분위기에 취해 샴푸며 클렌저며 온갖 제품을 예쁜 공병에 옮겨 담았었지만, 화장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그 습관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엔 깔끔하고 편리해 보였지만, 그 안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위험 요소’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대용량 화장품을 덜어 쓰기위해, 가벼운 소지를 위해, 인테리어를 위해 등등 다양한 이유로 공병을 활용합니다. 이런 소분(小分) 방식은 편리하기도 하면서 무드에 통일감을 주는 심미적인 기능도 하죠. 어떤 때는 내 피부에 딱 맞지만 패키지가 투박한 화장품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예쁜 공병에 화장품을 옮겨 담아 쓰면 화장품의 효과가 더욱 좋은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옮겨 담은 화장품이, 여전히 ‘안전한 상태’일까요?




우리는 종종 잊곤 합니다 | 화장품도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천연 원료든 유기농이든 결국 모든 화장품은 어떠한 원료와 성분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성분'들은 화장품 용기(容器)와 만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죠. 용기를 구성하는 성분과 화장품의 성분이 만나면, 화장품의 변질을 일으키거나 용기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고, 용기의 성분이 내용물에 스며들거나 변형을 일으킨 용기가 갈라지면서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틈이 생기기도 하죠. 화장품 브랜드들이 제품을 출시하기 전, 반드시 ‘용기적합성 시험’을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용기적합성 시험. 이 시험은 내용물과 용기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는 법령을 통해 이런 우려에 대한 관리책을 정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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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법 제8조제8항에 따라 식약처가 고시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6조제2항은 포장재로부터 이행되는 비의도적 유래 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이 제조 이후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평가하는 화장품 안정성시험에서는 제품과 용기 사이의 상호작용(용기의 제품 흡수, 부식, 화학적 반응 등)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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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은 수많은 시간과 정성이 깃든 결과물입니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된 성분, 섬세하게 조율된 제형…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화장품이라 해도 잘못된 용기에 담긴다면 그 소중한 효능은 빛을 잃고 말죠. 햇빛, 공기, 습기. 외부 환경으로부터 제품을 지켜주는 용기는 단순한 ‘포장’이 아닌, 화장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마지막 관문인 것입니다. 이 용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내용물이 변질되고, 소비자의 피해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제조업자가 지게 되겠죠. 실제로 ‘제조물책임법(PL법)’은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경우 브랜드(화장품제조업자)가 법적인 책임을 묻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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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법 제3조(제조물 책임) ①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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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화장품 브랜드들은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칩니다. 성분은 물론, 용기의 재질과 구조, 심지어는 시간과 온도에 따른 변화까지도¹하나하나 확인하죠. 피부에 닿는 순간까지, 제품의 처음 모습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서. 화장품은 이렇게 '제품과 용기의 궁합'을 맞춰서 우리 손에 전달된 제품인 것입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공병이라는 새로운 용기에 화장품을 옮겨 담는 순간, 그 제품의 안전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공병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여행이나 일상 속에서 공병은 분명 편리하고 실용적이니까요. 다만, 기본적인 위생 수칙과 관리 방법은 꼭 기억해둬야합니다.


[ 공병 사용 전, 꼭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 손과 소분 도구는 깨끗하게 세척·소독했나?
✔ 공병은 완전히 건조됐나?
✔ 옮긴 내용물은 1~2주 안에 다 쓸 수 있는 양인가?
✔ 자외선 차단을 위해 불투명한 용기를 사용하고 있나?
✔ 한 번 사용한 공병은 세척 후 재사용하고 있나?


공병 사용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해요.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조금 더 신중한 손길이 필요할 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 화장품 브랜드들이 용기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지, 또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용기의 안전성을 지켜가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¹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안정성시험 가이드라인"에서 안정성시험의 종류로 ① 장기보존시험 ② 가속시험 ③ 가혹시험 ④ 개봉후 안정성시험 4가지를 안내하고 있으며,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러한 가이드를 참고하여 일반적인 저장 조건에서부터 극한 조건에까지의 저장 상황에서 화장품을 최적의 품질로 유통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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