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본래의 역할에 대하여

피부를 위해 알아야 할, 화장품의 법적 정의

by Elly K

# 화장품법, 화장품 정의, 화장품과 의약외품의 차이, 화장품규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화장품을 바릅니다.

어떤 날은 스킨과 크림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어떤 날은 차곡차곡 단계를 더해가며 피부에 정성을 쏟기도 하죠. 그렇게 익숙해진 루틴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화장품이 정말로 필요할까. 우리는 화장품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피부는 말한다.

나를 ‘꾸미지’ 말고 ‘돌봐달라’고 │피부는 우리 몸을 덮고 있는 하나의 “기관(organ)”입니다. 심장, 위장, 폐처럼 스스로의 역할을 지닌 중요한 생물학적 구조.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피부는 미용의 대상이 되었죠. '빛나는 피부', '깨끗한 피부', '동안 피부'라는 말속에서 피부는 건강보다는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피부도 건강관리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위장을 돌보아야 소화가 편안하고, 폐를 지켜야 숨 쉬는 것이 쉬운 것처럼 피부도 제 기능을 하려면 일정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피부는 단지 겉모습이 아니라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시작이자 결과이니까요. (*기관으로서 피부의 역할은 후속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피부를 지키는 건 피지와 땀│우리 몸은 참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피부 또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피지와 땀”이 있죠. 피지는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를 포함한 여러 가지 지방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땀과 함께 섞여 ‘피지막’이라는 보호막을 형성합니다. 이 피지막은 외부의 균이나 곰팡이의 침입을 막고, 수분이 지나치게 증발하지 않도록 피부를 지켜주죠. 또 피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땀. 땀은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만 한다고 알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땀은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켜 주는 천연보습인자(NMF)의 역할에서도 필수적이며, 자연스럽게 약산성 환경을 만들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일도 합니다. 그렇게 피부는 스스로를 보호하며 오늘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하고 있죠.



화장품은 보조제와 같은 것│하지만 몸은 늘 완벽할 수 없어요.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고, 스트레스가 겹치면 피부는 쉽게 흐트러지고 흔들립니다. 즉 피지와 땀이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화장품입니다. 화장품은 피부가 원래 가지고 있는 힘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에 따르면 화장품의 작용은 경미해야 한다고 쓰여있어요(화장품법 제2조제1호). 매일 바르는 만큼 인체에 자극이 없어야 하고 약처럼 강한 효과를 낼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눈에 띄게 변한다거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약속하는 SNS 광고들은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장품은 치료제가 아니며 자연을 보조하는 수단에 가깝다고 이해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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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법 제2조 제1호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ㆍ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ㆍ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다만, 「약사법」 제2조제4호의 의약품에 해당하는 물품은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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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유무는 시간을 따라 차이를 만든다│화장품이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장품의 기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몸을 관리하는 사람이 건강한 것처럼 피부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잘 관리한 피부와 그렇지 않은 피부가 시간이 갈수록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렇습니다. 피부는 다른 어떤 신체 기관보다 눈에 잘 보이는 기관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신체의 변화도 위험 신호도 비교적 빨리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화장품을 뷰티 도구로만 쓸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의 도구로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피부 관리의 시작은 ‘예뻐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겉모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분을 돌보는 일로서 화장품을 다시 바라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죠. '건강한 피부 만들기'는 '건강한 신체 만들기'와 결코 다른 말이 아님을 기억해주세요.



앞으로 이 공간에서는 화장품을 공부하며 쌓아온 지식과 현장의 연구원들로부터 들은 생생한 이야기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부단히 제 속을 썩여왔던 스스로의 피부를 다독이며 터득한 경험들을 천천히 나누어보려 합니다. 가끔은 필자의 연구 분야인 법 이야기들이 스며들지도 모르겠지만 부디 그 또한 피부에 바르는 한 겹의 보호막처럼 조금은 유익한 정보로 받아들여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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